윤 대통령 지연 전략에 난감해진 공조본
출석 재요구해도 또 불응가능성
체포 나서자니 물리적 충돌 우려
▶1면에서 이어짐
윤 대통령이 2차 출석 요구에도 최종 불응할 경우 공조수사본부가 취할 수 있는 방안은 다시 한번 출석요구서를 보내거나 체포 또는 구속영장을 통해 신병확보에 나서는 것인데 어느 것도 간단치 않다.
공조본으로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소환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다시 출석요구서를 보내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의 ‘시간 끌기’ 전략에 휘말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어서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수사 방어 차원에서 고의로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있다는 의심이 제기된다. 오는 28일 구속기간 만료에 맞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기소가 이뤄지면 공소 내용을 파악한 뒤 공조본 수사에 대응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내란 공범이자 핵심 주동자이기도 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을 보면 수사 내용을 파악할 수 있어 자신의 변론에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윤 대통령측은 수사보다는 탄핵심판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윤 대통령의 수사 변호인단과 탄핵심판 대리인단 구성에 관여하는 석동현 변호사는 23일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전 대통령도 탄핵심판 절차가 먼저 이뤄지고 대통령 신분을 상실한 상태에서 수사가 진행됐다”며 “대통령은 수사보다 탄핵심판 절차가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대통령은 권한이 일시 정지됐을 뿐 엄연히 현직 대통령 신분”이라며 “어떤 수사든 그 (수사기관) 앞에 가서 대통령이 응답해야 하는 사안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이 수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다시 출석요구서를 보내 윤 대통령에게 시간을 벌게 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윤 대통령의 외환 혐의까지 더해지면서 당장 체포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센 것도 공조본으로선 부담이다.
앞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이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수첩에서 ‘북방한계선(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라는 메모를 발견했다고 밝히자 더불어민주당은 “외환죄 정황마저 드러난 만큼 하루라도 빨리 윤석열을 체포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렇다고 윤 대통령 체포나 구속에 나서는 것도 만만치 않다.
형사소송법에서는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을 때는 검사가 관할 지방법원 판사에게 청구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윤 대통령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어 체포영장 요건에 해당된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통령경호처의 경호를 받는 윤 대통령을 상대로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윤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해선 수색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대통령경호처가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상 규정을 들어 막아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에선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색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공조본이 영장 집행을 강행할 경우 물리적 충돌 우려마저 제기된다.
지난 12일 담화에서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서겠다“고 했던 윤 대통령이 막상 자신에 대한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공조본은 난처해진 분위기다.
공수처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출석 여부를 보고 출석요구서 재발송이나 체포영장 청구 방안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