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혐의 윤 대통령, 2차 출석요구도 불응
공수처, 좀 더 기다린다지만 사실상 무산
3차 출석요구·체포영장 여부 26일 결정할듯
12.3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조사를 위해 출석하라고 요구한 시간에 나오지 않았다. 공수처는 이날 윤 대통령의 출석을 더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소환조사는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출석을 요구받은 25일 오전 10시가 지나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앞서 공수처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국방부 조사본부가 참여하는 공조수사본부는 지난 20일 윤 대통령에게 25일 오전 10시에 정부과천청사로 출석해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으라고 통보한 바 있다. 공조본은 이같은 내용의 출석요구서를 윤 대통령이 머무는 관저와 대통령실에 특급 우편으로 보냈으나 ‘수취 거절’과 ‘수취인 불명’ 등을 이유로 전달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측은 전자공문으로 보낸 요구서도 열람하지 않았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공식 채널을 통해 불출석 의사를 전하거나 출석 시기 변경을 요구하지 않은 만큼 이날 중 출석 가능성을 열어 놓고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오동운 공수처장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이 공수처에 출석하는 시간을 꼭 내주길 기대하고 있다”며 “조사는 10시로 정해져 있지만 저희는 시간을 좀 더 늘려서 기다린다는 심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주임 검사로 출석요구서를 보낸 차정현 부장검사 등은 성탄절인 이날 출근해 공수처 청사에서 대기하고 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출석하면 장시간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상당한 양의 질문지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이날 늦게라도 출석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대변인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석동현 변호사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출석하기는 어렵지 않나 그렇게 보고 있다”며 사실상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그는 “대통령께서는 이번 일은 국회가 탄핵소추를 한 만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수사에는 응하지 않는 대신 탄핵심판 절차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피력해나가겠다는 것이다.
변호인단 구성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진 윤 대통령은 아직 공수처에 변호인 선임계도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윤 대통령이 공조본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은 건 이번이 두 번째다. 공조본은 지난 16일에도 윤 대통령에게 18일 출석해 조사받을 것을 요구했으나 윤 대통령은 나오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두 차례 출석요구에 모두 불응하고 탄핵심판 전 수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까지 밝힘에 따라 공조본이 체포영장을 청구해 신병확보에 나설지 주목된다.
공수처는 이날 윤 대통령이 끝내 나오지 않을 경우 3차 출석 요구를 할지, 체포영장을 청구할지 검토할 예정이다. 결론은 이르면 26일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오늘 중 출석하지 않으면 불출석 사유 등을 검토해 3차 출석요구서를 다시 보낼지, 체포영장을 청구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