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부정 신고 해마다 느는데 내년 포상금 6억 부족
당국, 내년 지급 규모 11억원 추산
예산 4억5000만원뿐, 지급 지연 불가피
올해 4억700억원 지급, 1.6배 증가
기업의 회계부정 신고가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예산 부족으로 정부가 지급할 포상금이 내년에 제때 지급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내년 지급될 것으로 추산한 포상금 규모는 11억원 가량이지만 회계부정 신고 포상금 예산은 4억5000만원으로 책정돼 있어 6억5000만원 가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금융위원회는 올해 회계부정 신고 포상금이 4억700만원으로 전년(2억5100만원) 대비 1.6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올해 1건에 대해서는 역대 최대 규모인 2억700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됐다.
◆내년 예산 끌어 써도 올해 결정된 포상금 지급 못할 수도 = 하지만 올해 지급이 결정된 포상금 중 5억원 가량은 예산 부족으로 집행이 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예산 4억5000만원을 받아도 올해 미지급한 포상금을 집행하고 나면 남는 게 없고, 오히려 부족한 실정이다.
회계부정 신고에 따라 금융당국이 해당 기업에 대한 감리에 착수해 절차를 거쳐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위반 행위를 인정한 경우 포상금 지급대상이 된다. 지급액은 기준금액에 기여도를 반영해 결정된다. 기여도는 기업의 상장과 비상장 여부, 신고내용과 조사 결과와의 연관성, 제출한 증거자료의 충분성·중요성 등이 고려된다.
금융위는 회계부정 신고를 통해 이미 제재가 확정된 사건들과 현재 감리를 진행 중인 사건 중 제재 가능성이 높은 사건들을 고려해 내년 포상금 예산을 11억원으로 늘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외부감사법 시행령은 증선위가 신고 행위를 위반행위로 의결한 날부터 4개월 이내(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제외)에 10억원의 범위에서 포상금의 지급 여부 및 지급액 등을 심의·의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심의·의결일부터 1개월 이내에 포상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올해 제재가 이뤄진 사건들에 대해 내년 상반기에는 포상금을 지급해야 하고, 내년 상반기에 제재가 확정된 사건들은 하반기에 포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예산이 추가로 확보되지 못하면 하반기 포상금 지급은 내후년 상반기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증선위는 지난달 회계부정 신고 포상금 지급방안을 안건으로 회부해 논의했다. 포상금을 예산 범위 내에서 일정 비율 감액해 지급하자는 방안도 논의했지만, 정부가 지급을 약속한 포상금을 줄이는 것은 안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내년 예산을 끌어다가 올해 대상자들에게 지급하는 등 예산이 증액되지 않는 한 이 같은 사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포상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고 계속 늦어지거나 예산 부족으로 축소될 경우 회계부정을 신고할 유인이 약해지고 신고 건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회계부정 신고 유인 약화 우려 = 최근 회계부정 신고가 늘고 포상금 지급액이 급격히 증가한 이유는 금융당국이 포상금 산정 기준금액을 지난해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상향하고, 신고에 의한 경조치(경고 또는 주의)도 포상금 지급대상에 포함시켰으며 익명신고에 대해서도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등 제도를 개선했기 때문이다.
포상금 기준금액 한도 증액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지급액을 2배 가량 늘렸다. 부정행위 중요도 등급을 간소화하고 기여도 산정시 자의적 또는 정성적 요소도 최소화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예산액 대비 포상금 집행액 비율이 13%, 42%, 61%로 낮은 것과 관련해 2022년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은 이후 금융당국이 포상금 대상과 지급액을 확대한 것이다.
금융위는 “회계부정 신고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신고 내용 측면에서 회계부정 적발에 중요한 단서로 활용되는 경우가 늘었다”며 “2024년 포상금 지급 대상자들은 회사의 회계처리기준 위반 관련 증거자료를 제출해 회계정보 관련 부정행위를 적발·조치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경우 포상금 예산이 증액될 가능성이 있지만,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간담회에서 내년도 1분기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해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업의 회계부정을 신고하려면 회사를 그만둘 각오를 해야 하는 등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그에 따른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포상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신고의 유인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