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펀드 1000조원 시대 안착…공모형 28% 성장
순자산 141조원 증가…채권형·해외주식형에 높은 관심
내년에도 ETF 성장세 강화 … 연금형 펀드 증가 전망
국내 펀드 순자산 규모가 올 한 해 141조원 증가하며 1000조원 시대에 안착했다. 특히 공모형 펀드는 100원 가까이 늘었다. 투자자들은 채권형과 해외주식형 펀드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펀드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다양한 신상품 출시 등으로 상장지수펀드(ETF)의 성장세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연금 시장 성장과 함께 TDF(타깃데이트펀드)와 EMP(ETF 관리 포트폴리오)등 연금형 펀드 증가도 전망했다.
◆연 14.5% 성장 … 최근 10년간 평균 성장률보다 높아 =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ETF를 포함한 국내 펀드 순자산 규모는 12월 23일 기준 1112조4524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141조452억원 증가했다. 공모펀드는 445조3054억원으로 97조290억원 증가했고 사모펀드는 667조1470억원으로 44조162억원 늘었다. 전체 펀드 성장률은 14.52%이며 공모펀드는 27.86%, 사모펀드는 7.0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성장률은 지난해 연간성장률의 13.4% 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또 최근 10년간인 2014년~2023년 평균인 12.6% 보다 높은 수준의 성장세다.
올해 국내 펀드시장은 투자자들이 채권형펀드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큰 폭의 성장을 보였다. 채권형 펀드 성장률은 29.26%에 달한다. 공모형의 경우 채권형펀드 순자산은 작년말대비 51.28% 급증했다.
특히 올해 순자산 증가의 상당 부분은 국내 주식이 아닌 해외 주식이 주도했다. 주식형 펀드를 국내와 해외로 구분하여 자금 흐름을 살펴보면, 지난해 약 517억원 증가하며 2년 연속 순유입을 기록했던 국내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흐름은 연초 이후 11월 말까지 89억원 증가하며 3년 연속 순유입을 겨우 유지했다. 반면 지난해 약 8000억원 순유출 되며 3년 만에 순유출을 기록했던 해외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흐름 연초 이후 12조9180억원이 됐다. 특히 공모펀드의 해외 주식 금액은 33조401억원에서 59조8843억원으로 26조8442억원 증가한 반면 국내 주식 순자산은 58조6443억원에서 52조2471억원으로 6조3972억원 감소했다.
◆ETF 중심 성장 = 올해 공모펀드 시장의 성장을 이끈 주력 상품은 ETF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를 ETF와 국내 주식형 펀드(ex-ETF)로 살펴보면, 지난해 5865억원이 순유출됐던 국내 주식형 펀드(ex-ETF)는 올해 들어 증시 부진 등으로 투자 심리가 악화되면서 2조3056억원이 순유출됐다. 또 지난해 6382억원 이상 순유입되었던 국내 주식형 ETF는 올해 2조3145억원 순유입되면서 4년 연속 순유입을 기록했다.
ETF의 총순자산은 지난해 말 121조672억원에서 23일 171조7474억 원으로 50조6802억원 증가했다. 이는 전체 공모펀드 순자산 증가액의 절반이 넘는 수치다. ETF가 공모펀드 순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4.8%에서 38.6%로 급등했다.
전체 공모펀드 수가 올해 405개 감소하는 동안 ETF는 123개 늘었다.
◆부동산펀드 성장세 둔화…공모형은 감소 = 한편 코로나의 영향에서 점점 벗어나며 기존 성장 궤도로의 회복이 기대되었던 부동산형과 특별자산형은 고금리 지속에 따른 부동산 및 대체투자 시장을 둘러싼 우려 지속으로 성장세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형 펀드의 경우 월간 기준으로는 4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며 전체 규모는 180조5793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경신했으나 국내외 부동산 시장의 냉각으로 신규 투자 자금이 유입은 소폭 둔화되면서 전년말 대비 11조773억원(6.54%) 증가에 그쳤다. 코로나 영향으로 극심한 부진을 보였던 2021년 10.2% 증가율 보다 더 낮은 증가율로 역대 가장 부진한 모습이다.
특별자산형 펀드는 그동안 성장을 주도해 왔던 해외 투자 유형을 중심으로 기관의 자금 집행이 급격히 둔화된 영향으로 연초 이후 8조7563억원(5.93%) 증가에 그쳤다.다만 전체 규모는 156조5332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다양한 신상품 출시 등으로 ETF 성장세 지속 = 시장전문가들은 2025년에도 다양한 투자 테마형 ETF, 액티브 ETF 등을 중심으로 국내 펀드시장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디폴트 옵션의 본격적 시행과 투자자들의 관심 증가로 연금 관련 상품은 점점 더 펀드시장의 핵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디폴트 옵션의 주요 상품인 TDF, EMP 등의 성장세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ESG 펀드는 주요국의 ESG 관련 다양한 규제 도입과 ESG 역풍의 속에서도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와 같이 내년에도 해외 주식형 펀드를 중심으로 해외 펀드는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며 “여러가지 우려에도 불구하고 ESG펀드와 공모주 펀드 등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어 우려되고,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진 예정인 보편관세 등 무역규제 압력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의 재집권과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해외 증시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지속되면서 해외주식형을 중심으로 해외 펀드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신영증권은 또 내년에가치주와 배당주의 강세도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특히 국내 배당주 펀드는 주주 환원 정책 강화와 주주 행동주의 강화 등으로 인해 갈수록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오 연구원은 “올해 연초 발표된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 종합 방안을 통해 추진되고 있는 공모 펀드의 상장 거래가 내년부터 본격 시행 예정”이라며 공모펀드 상장 거래에도 관심 가질 것을 추천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