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국민 불안감의 근거부터 잘라내라

2024-12-26 13:00:27 게재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12월 3일 이후 온 국민의 일상적 삶이 망가졌다. 천신만고 끝에 국회가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했으나 23일이 넘도록 국정에 대한 국민걱정과 불안감은 여전히 팽배하다. 즐거워야 할 성탄절과 연말특수가 사라졌다.

불안감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가? 내란의 전모가 온전히 밝혀지지 않고 내란세력에 대한 단죄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내란수괴 윤석열은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버티고, 국정을 조속히 안정시켜야 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시간만 끌고 있다. 국회를 침탈하고 선관위를 점거한 일부 군 사령관과 경찰 수뇌부는 구속됐으나 여타 내란세력은 어딘가에 숨죽이며 추이를 관망 중이다.

내란 전모 밝혀지지 않고 단죄는 감감 … 국민 불안감 팽배

그나마 수사과정에서 일부 드러난 사실 만으로도 모두를 경악케 하기에 충분하다. 과연 윤석열-김용현과 하수인으로 이어진 내란세력이 온전한 정신을 가진 무리일까 의심이 든다. 예상 외로 강력한 시민저항에 밀려 친위쿠데타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들은 오래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왔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비선조직으로 사실상 내란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긴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기괴한 행적과 그가 기거하던 점집에서 압수된 수첩에 적힌 ‘내란계획’을 보면 소름이 돋는다. “NLL(북방한계선)에서 북의 공격유도” “국회봉쇄” “수거대상” “사살” 등 끔찍한 문구는 이들이 무슨 짓이라도 저지를 집단이란 걸 실감케 한다.

소위 ‘백령도 작전’을 짜고 수거(체포)한 정치인 등을 백령도로 데려가다가 북한군 등 불상의 공격으로 사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는 언론보도(국민일보 12월 24일자)도 나왔다. 평양 무인기 침투, 오물풍선 원점타격 지시와 함께 북한을 자극해 외환을 불러들여 전시와 사변에 준하는 상태로 만들려한 정황들이다.

민주당은 내란에 동원된 정보사 HID(북파공작원) 요원의 제보라면서 계엄 후 명분 조성을 위해 ‘적’을 가장해 청주공항(F-35 스텔스전투기 이착륙 및 미군 정비요원 체류)을 공격하고, 심지어 미군기지인 성주 사드(THAAD)기지에 소요사태를 일으키라는 임무를 부여받았으며, 임무해제가 안돼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는 무시무시한 의혹을 제기했다. 사실이라면 미국을 전쟁판에 끌어들일 자작극을 계획했다는 것이다.

과연 말이 되는가?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파탄 낼 위험천만한 내용이다. 설마 설마하며 믿기지 않는, 온갖 상상을 초월하는 비상식적이고 기괴한 망상에 기초한 공작기획이다. 사실이라면 실행되든 미수에 그치든 윤석열 개인의 권력 강화를 위해 국가와 국민의 안위나 한미동맹 파탄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다.

윤석열 내란사태에 대해 미국이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배경을 짐작할 것 같다. 은밀한 도청과 거미줄 같은 첩보망을 통해 윤석열의 쿠데타 의지를 사전에 충분히 알아챘을 미국도 정작 거사 날짜와 내밀한 계획까지는 미처 탐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

사정이 이쯤 되면 내란 주모자들을 당장 잡아다 전모를 밝히고 엄벌해야 함에도 현실은 그와 반대다. 무엇보다 윤석열의 뻔뻔한 거짓말과 비루한 버티기는 온 국민의 비웃음과 분노지수를 높인다. 수사소환에 응하지 않음은 물론 경호처가 압수수색도 막는다. 공수처는 말로만 떠들 뿐 체포를 집행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한통속이었던 검찰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렇게 꼬인 상황을 풀고 국정을 조속히 안정시킬 유일한 직책이 대통령 권한대행이고 그 책무를 맡고 있는 것이 한덕수 총리다. 그런데 한 총리는 민주당의 강한 압박에도 내란·김건희 특검법 공포를 지연하고 공석인 헌법재판관 3인 임명조차 분명한 생각을 밝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을 당론으로 정하고 27일 헌법재판관 임명 여부를 지켜본 뒤 실행에 옮기겠다고 일단 한발 물러선 상태다.

‘민주주의 회복력’은 새로운 권력 창출까지의 과정 의미

과연 그럴 일인가. 설령 그가 이번에 헌법재판관을 임명한다손 치더라도 앞으로 몽니를 부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그런 과정이 반복되면 결연한 의지로 ‘대통령 권한대행’일지라도 국민 뜻을 거스르면 탄핵한다는 엄중함을 보여야 한다.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우리의 ‘민주주의 회복력’이 개인 한덕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헌법에 정해진 순서대로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며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어가고 국민의 선택에 따라 새로운 권력을 창출하는 전과정을 뜻할 것이다. 비상한 때에는 비상하게 대처해야 한다.

이원섭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