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교과서 밖으로 나오다

7개 고교 에너지드림팀, 아파트단지서 에너지절약 캠페인

2024-12-27 13:00:05 게재

에너지 데이터 토대로 대상아파트 분석

배움을 실행으로 옮긴 학생들 눈길

고교생들이 앞장서는 에너지절약 캠페인이 약 6주간의 활동을 마치고 26일 막을 내렸다. 캠페인은 서울·경기지역 7개 고교에서 선발된 에너지드림팀이 교내외에서 에너지절약과 관련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과정이었다. 각 학교 에너지드림팀은 산업통상자원부와 내일신문이 주최한 ‘에너지데이터 교실’을 통해 선발된 학생들이다.

26일 내일신문 본사에서 열린 '에너지절약 캠페인 발표대회’에 참여한 7개 고교 에너지드림팀 학생들. 사진 이의종

이날 내일신문 본사에서는 7개 에너지드림팀이 에너지절약 캠페인 발표대회를 가졌다. 7개 고교는 서울 배재고 상일여고 선덕고 세화여고 한대부고와 경기 양명고 퇴계원고이다. 각 학교 에너지드림팀은 11월부터 12월 사이 3~6주동안 학교별로 에너지절약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어 23일까지 캠페인 보고서를 제출한 후 이날 최종 발표대회를 가졌다.

표희수 내일신문 환경·사회·지배구조(ESG)부문 본부장은 “거주하는 아파트의 실태를 바꾸는 건 지역자치단체나 입주자대표회의에게도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이 일을 해내며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운 학생들은 소중한 경험을 축적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기후위기 극복 서약에 1400명 참여 = 에너지드림팀은 각 학교별 5명으로 ‘에너지데이터교실’ 수업과정에서 열정적인 태도와 우수한 역량을 보인 학생들로 구성했다. 수업은 자가 에너지데이터 수집과 분석, 개선방향을 주제로 1일 3시간, 2회차로 진행했다.

캠페인 기간동안 에너지드림팀 학생들은 공통 과제와 선택 과제, 두 가지 과제를 수행했다. 공통 과제는 학교와 인근 아파트 주민들 대상으로 기후위기 극복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기후위기 극복 백인대장 서약을 받는 것이다.

로마시대의 백인대장처럼 에너지문제를 해결하는 리더가 되자는 취지다. 한명의 리더가 자신의 학교, 가정을 넘어 이웃과 지역사회 변화를 유도하는 씨앗이 되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선택 과제는 ‘우리 아파트 에코마일리지 가입 서울시 1위 만들기’ 혹은 ‘공개 에너지 데이터로 살펴보는 우리 아파트와 이웃 아파트’다. 학생들은 방과 후 2시간, 주말 2회 4시간 등으로 과제 수행 시간을 계획해 적극적으로 활동에 임했다.

공통 과제인 기후위기 극복 백인대장 서약 캠페인 활동은 ‘에너지 다이어트 자가진단 테스트’로 생활 속 에너지 절약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가를 빙고 게임으로 확인하며 교내와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각 학교마다 200명씩 서명을 받았으며 서명에 동참한 학생과 주민들에게 소정의 선물을 증정했다. 7개 학교 백인대장 서약 캠페인에는 총 1400명이 참여해 에너지와 기후위기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인근 아파트 에코마일리지 가입률 높여 = 발표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상일여고 에너지드림팀은 선택과제로 ‘우리 아파트 에코마일리지 1위 만들기’를 수행했다.

이지오 학생은 “도봉구가 서울시 가입률 1위였기 때문에 도봉구청 기후환경과에 전화를 걸어 어떠한 홍보활동을 펼쳤는지 물어봤다”며 “강동구에서는 가입률이 높은 아파트 주민과 직접 인터뷰를 진행해 어떤 홍보활동이 효과적일지 사전 조사도 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 아파트의 에코마일리지 가입률은 19%로 강동구 안에서도 높지 않은 편임에 주목해 캠페인 대상 아파트로 삼았다. 21일 아파트 안 중앙광장에서 에너지절약 캠페인을 벌였다. 어린이 대상 행사로 선물을 증정하고 입주민 단톡방을 이용해 온라인으로 홍보하며 에코마일리지 가입이 완료된 입주민에게 커피 기프티콘을 선물했다.

팀장을 맡은 이나경 학생은 “주민 반응에 따라 홍보 문구를 수정했다”며 “‘가입하고 커피 기프티콘 받아가세요’가 아니라 ‘고등학생들이 에너지절약 캠페인 활동 나왔어요’라고 말한 것이 더 좋은 호응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캠페인 결과 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 아파트에서 신규로 43가구가 에코마일리지에 가입, 기존의 가입률 19%에 12%를 더했다.

◆도시 온실가스 상당부분은 아파트서 발생 = 최우수상을 수상한 퇴계원고에서 팀장을 맡은 김율희 학생은 “팀원 중 한 명은 자신의 아파트가 첨단 에너지절약 시스템을 적용했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단열 효과가 우수한 로이복층창, 자체 태양광 발전 시스템, 대기전력 차단장치, 절수형 페달벨트 등 친환경 설계를 하나하나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예일 학생은 “남양주시청 기후에너지과에 연락해 9월 출시된 탄소중립포인트제 모바일 앱인 카본페이 홍보 자료를 받았다”며 “캠페인 활동으로 35명을 카본페이에 신규 가입시켰다”고 밝혔다.

퇴계원고 에너지드림팀은 친환경 아파트와 주변 일반아파트의 전기·가스 사용량을 비교하고 아파트 주민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에너지 사용현황에 대해 들었다.

선덕고 에너지드림팀은 우수상 수상과 함께 동료 평가에서 MVP로 선정됐다. 선덕고 학생들은 아파트 옥상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해 높은 효율을 보인 아파트에 대해 조사했다. 또 복도식 아파트에 창을 설치한 것과 안 한 것의 차이가 에너지 소비량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점에 주목했다.

팀장을 맡은 김범준 학생은 “왜 발표대회가 아파트를 대상으로 삼는지 궁금했는데 도시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상당량이 아파트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탄소중립을 위해 아파트에서 배출되는 에너지를 줄이는 것이 필수적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발표대회에서 창의적 아이디어 쏟아져 = 장려상을 수상한 4개 학교는 △ 사용승인일이 다른 아파트 비교와 에너지 절감 방안(배재고) △ 에너지 제로하우스인 E-clare 아파트 설계(세화여고) △ 표준주택과 에너지 베스트 아파트 비교(양명고) △ 에너지 변수 분석과 개선 방안(한대부고)다.

심사 총평에서 김재민 지역경제녹색 얼라이언스 대표는 “데이터를 찾고 가공하고 분석하는 학생들의 실력이 일취월장했다”며 “다만 발표 자료는 전달하려는 내용이 시각적으로 잘 강조되도록 다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손희승 리포터 sonti1970@naeil.com

*산업통상자원부·내일신문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