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이어 기업 체감경기 ‘최악’

2024-12-27 13:00:10 게재

기업심리지수 큰 폭 하락

코로나19 이후 가장 낮아

‘12.3 내란사태’로 촉발된 정치 불안이 계속지면서 소비자심리지수에 이어 기업들의 체감 경기도 코로나19 이후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기업경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 대비 4.5p 하락한 87.0으로, 코로나19 첫 해인 2020년 9월(83.0) 이후 가장 낮았다. 12월 하락 폭은 2023년 1월 5.6p 하락 이후 가장 컸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중 주요지수(제조업 5개, 비제조업 4개)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다. 장기평균치(2003년 1월 ~ 2023년 12월)를 기준값 100으로 해서 100보다 크면 낙관적이고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인 것을 의미한다.

25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2025년 통화신용정책 운용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은 내년 경기 위험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정치 불확실성 증대, 주력 업종의 국제 경쟁 심화, 통상환경 변화 등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25일 오후 크리스마스를 맞아 나들이 나온 시민들로 붐비는 서울 마포구 홍대 레드로드 일대 모습. 연합뉴스

한은은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환율 급등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화학·자동차 업종 관련 기업들의 응답과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보호무역 기조강화,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제조업 CBSI는 86.9로 전월 대비 3.7p 하락했으며 내달 전망 CBSI도 85.2로 전월 대비 3.7p 떨어졌다. CBSI를 구성하는 지수 중 업황(-1.3p)과 자금사정(-1.3p) 등이 주요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비제조업 기업심리지수는 87.1로 전월 대비 5.0p 하락했고, 다음달 전망지수는 80.3으로 전월 대비 10.0p 떨어졌다. 채산성(-1.5p)과 자금사정(-1.5p) 등이 주요 하락요인으로 작용했다. 전망지수 하락 폭은 2020년 4월 이후 가장 컸다.

한은은 이번 조사 기간이 12월 11일부터 18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탄핵안 가결 등의 영향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비제조업을 중심으로 불확실성이 다음 달 전망에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비제조업은 소비 위축에 따른 내수침체가 기업들의 심리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헌법재판관 임명 지연으로 탄핵 심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체감 심리는 향후 더 하락할 수 있다. 특히 환율 급등으로 인한 불안감은 기업들에게 공포로 작용할 수 있다.

세부 업종의 기업실사지수(BSI) 변화를 보면 12월 제조업 실적은 기타 제조업, 전기 장비, 전자·영상·통신장비, 금속가공 등을 중심으로 악화됐다. 스포츠용품 등 소비재를 중심으로 수요가 감소했고 이차전지, 케이블 등 수출 둔화 및 환율 상승에 따른 원자재 비용 증가, 범용반도체 수요 부진 등에 따른 수출 감소, 자동차와 건설 등 전방 산업 수요 부진 등이 영향을 미쳤다.

비제조업 실적은 도소매업, 예술과 스포츠 및 여가관련 서비스업, 운수창고업 등을 중심으로 악화됐다. 1월 비제조업 전망은 도소매업,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임대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악화됐다.

BSI에 소비자동향지수까지 반영한 12월 경제심리지수(ESI)는 전월 대비 9.6p 하락한 83.1을 기록했다. 2020년 3월 이후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지난 24일 한은이 발표한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8.4로 전월 대비 12.3p 떨어졌으며, 역시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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