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자본시장 결산 ① 원화, 금융위기 이후 최저…추락하는 증시
예상보다 가파른 환율 불안 현상, 국낸 금융시장에 큰 부담
세계 주요국 93개 지수 중 코스피 88위, 코스닥 92위 수준
채권가격 동시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 현상 지속 위험 커져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하락했다. 국내 증시는 코스피가 연초 대비 9.4%, 코스닥은 23.1% 하락하며 세계 주요국 93개 지수 중 꼴찌 수준이다. 예상보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환율 불안 현상이 국내 금융시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 중이다. 시장전문가들은 올해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주가와 채권가격, 원화 가치가 동시에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 현상이 나타났다며, 이달 발생한 12.3 내란 사태 등 국내 정치 불안 장기화에 따른 한국 경제 하강 위험을 키워 트리플 약세 현상을 더 심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중 2400선 붕괴…1470원대 환율 = 지난주 가까스로 2400선을 지키며 장을 마쳤던 코스피는 올해 증시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오전 2400선을 내주며 장을 출발했다. 이날 오전 9시 31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보다 17.69포인트(0.74%) 오른 2422.46이다. 지수는 전장보다 7.28포인트(0.30%) 내린 2397.49로 출발해 약보합세를 보이다 상승세로 돌아섰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98억원, 625억원 순매수하고 있으며 개인은 790억원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도 955억원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6.95포인트(1.04%) 오른 672.92다. 지수는 전장보다 3.29포인트(0.49%) 하락한 662.68로 출발해 상승세로 돌아섰다.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18억원, 4억원 순매수하고 있으며 개인만 408억원 순매도 중이다. 다만 연말 폐장 및 1월 1일 휴장을 앞두고 거래가 부진한 가운데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추가 상승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코스피 지수는 세계 주요국 증시 대비 크게 부진했다. 지난 27일 기준 코스피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세계 주요국 93개 지수 중 88위, 코스닥은 92위를 기록했다. 하반기 내내 최하위권에 머물던 순위는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후 꼴찌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국내 증시의 가장 큰 문제는 환율이다. 원달러환율은 지난주 금요일 장중 1486원까지 치솟으며 폭등했다. 1470원대로 소폭 하락했지만 이 금액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30일에도 원달러환율은 1470원 중반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7.5원 오른 1475.0원에 거래를 시작한 뒤 1472.0원까지 내렸다가 9시 10분 현재 전일 주간 거래 종가보다 6.5원 오른 1474.0원에서 거래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소추안이 연달아 가결된 뒤 들어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체제에서도 해소되지 않는 불확실성이 환율에 반영된 분위기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계속되는 정국 불안과 대외 강달러 압력 지속에 따라 상승 압력 우위를 예상해 1480원대까지 상단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다만 최상목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수용하는 등 정국 안정에 전향적 태도를 취한다면 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보일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환율 꺾여야만 증시 회복 = 문제는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안정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점에 있다. 대외 여건을 제외하더라도 대내 경기 흐름이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각종 체감지표 하락 및 수출 둔화 리스크 확대 그리고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 우려에 따른 국내 신인도 하락 리스크 등이 국내 경기 하강 압력을 높이고 있다. 환율 급등세가 이어질 경우, 수입물가 상승 등으로 인한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 외국인의 증시 순매도 지속 등이 나타나면서 투자심리가 극단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외환보유고가 4154억 달러로 2008년보다 두 배 높지만 감소 폭이 커질 수 있어 불안심리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일단 환율이 꺾여야만 한다”며 “이번 주에는 당장 큰 재료가 없고 휴장 일정도 많은 가운데 국내 증시는 금리보다 일단은 환율이 꺾이는 것이 확인되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고환율을 되돌리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종 경제지표가 하향 조정되는 가운데 뚜렷한 정책 모멘텀이 없고 기업 실적 개선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환율이 ‘우리 경제의 부정적 측면’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KDI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KDI는 “3~4%의 환율 변동은 통상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원·달러 환율의 1500원 도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통상적인 환율 변동선을 3~4%로 본다면 환율은 큰 충격이 없다고 해도 1420~1539원 수준에서 등락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줄탄핵 같은 정치 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백약이 무효”라며 “정치적 불안정성 해소 없이는 환율은 안정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