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 소프트파워로 아세안·인도 시장 연다
인도 뉴델리 외곽의 공장은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현지에서 만난 A사 대표는 “인도는 어려운 시장이지만, 분명히 기회는 있다”며 지금이 진출의 적기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곳에서 몸소 느낀 역동적인 에너지와 성장 가능성에 아세안과 인도가 한국의 새로운 기회 시장임을 확신했다.
세계경제는 ‘비욘드 차이나’의 기회를 잡기 위해 아세안과 인도를 주목한다. 아세안 주요국들은 미중경쟁의 심화에 따른 공급망 재편 속에서 첨단산업 육성과 외국인투자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은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진출을 촉진하며 최근 7~8%대 고성장을 이끌었다. 20억 인구의 거대 소비시장이자 새로운 글로벌 생산기지로 부상중인 이 지역은 우리가 반드시 선점해야 할 전략적 요충지다.
아세안과 인도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주요국들의 경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일본은 오랜 진출 역사를 기반으로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서 완성차·부품생산을 확대하며 자동차시장 선두를 지키고 있으며, 인도 금융 분야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금융을 활용해 아세안 내에서 대규모 인프라 개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렇게 격전 중인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면밀한 시장 기회 모니터링과 우리만의 특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만의 소프트파워 전략적 활용 필요
차별화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소프트파워’(softpower)다. 한국은 강력한 소프트파워를 기반으로 아세안과 인도에서 영향력을 넓혀왔다. K-팝, K-드라마로 대표되는 한류는 단순한 문화적 열풍을 넘어 현지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국 제품과 기술에 대한 신뢰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러한 문화적 매력은 제품 구매에 있어 락인(lock-in) 효과를 낸다. 일상으로 자리잡은 한류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혁신기술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이러한 우호적 환경이 우리 수출을 지속시키는 강력한 지원군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아세안·인도에서 수요가 급증하는 디지털, 소비재·서비스, 의료·바이오 등 분야에서 한국만의 소프트파워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아세안 신흥국들은 빠른 도시화와 인구 성장으로 구매력과 시장 규모가 커졌고 혁신기술에 대한 수요가 높다. 이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국영기업이나 로컬챔피언 기업과 협력해 현지 밸류체인에 진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일례로 코트라(KOTRA)는 동남아 최대 제약사인 K사와 국내 제약사의 기술 협력을 지원해 신약 공동개발과 현지 상업출시를 성공시켰다.
기존에는 현지 진출에 우리의 기술과 자본 투자가 필요했다면 이제는 한국의 혁신기술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현지 기업이 자본과 네트워크를 내어주기도 하는 것이다. 또한 소비재·서비스 분야에서 한류와 연계한 창의적 마케팅으로 접근한다면 현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쉽다. 아세안과 인도는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다른 어느 곳에서보다 강하게 발휘될 수 있는 기회의 땅이다. 이 지역에서 한류 콘텐츠를 경험한 현지 소비자의 90% 이상이 한국 제품을 구매했다고 한다.
우리 기업 성장 발판되도록 전방위적 지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한류의 소프트파워에 우리 기업의 혁신 기술을 결합해 경제적 성과를 창출하고, 신뢰를 쌓아 지속가능한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다가오는 새해 KOTRA는 아세안·인도 진출이 우리 기업의 새로운 성장발판이 될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코트라(KOTRA)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