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탄핵 사태, ‘반성’ 대신 ‘반격’ 택한 국민의힘

2024-12-30 13:00:14 게재

김용현 전 장관 입장 배포 … “스스로 내란정당 폄훼 부적절”

윤상현 “대통령 지키지 못해 죄송” … ‘태극기당’ 고립 우려

내란·탄핵 사태 이후 국민의힘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내란 해명에 나서는가하면 대야 공세에 적극적이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읽힌다. 여당은 공세적 대응을 통해 보수층 결집을 꾀하려 하지만 자칫 ‘광화문 태극기당’으로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탄핵 인용·국민의힘 해체 촉구 집회 28일 오후 대전 서구 은하수네거리에서 윤석열정권퇴진대전운동본부가 주최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과 국민의힘 해체 촉구 집회가 시민 2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12.3 내란 사태 이후 공세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 14일 실시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 표결에서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85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찬성표는 12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표결 당시 새누리당 의원 절반 가까이가 찬성표를 던진 것과 비교된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진짜뉴스 발굴단’은 지난 27일 검찰 기소에 대한 김용현 전 국방장관 변호인단 입장문을 배포했다. 변호인단은 “민주당 내란진상조사단의 발표를 그대로 인용하다시피한 공소장이라고 평가되며, 심지어는 신문사항에도 포함되지 않은 내용까지 포함하여 마치 민주당의 지침을 종합한 결과 보고서를 공소사실로 구성한 픽션”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 공소장을 통해 윤 대통령이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국회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에게)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미디어특위는 검찰 수사 내용과 180도 다른 윤 대통령측 해명을 기자들에게 배포한 것이다.

미디어특위 행보에 당내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류제화 세종시갑 당협위원장은 SNS를 통해 “당이 12월 3일 계엄의 밤을 온전히 책임지고 대통령과 깨끗이 절연해도 시원찮을 판에 피고인 김용현의 입장을 대변하다니 도대체 민주당과 싸워 이길 생각이 있기는 한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미디어특위는 재반박했다. 미디어특위는 “일부 저명한 헌법학자들도 내란죄에 이르는 폭동은 없었다고 보고 있으므로 국민의힘 스스로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짓고, 우리 당을 스스로 내란정당이라는 식으로 폄훼하는 것은 지금 시점에서 매우 부적절하다. 자칫하면 당뿐만 아니라 지지해 주신 국민들의 대의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고 말 것”이라고 밝혔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8일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탄핵 반대 국민대회’에 참석해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고, 권한대행 탄핵도 막지 못한 저희의 무능함을 사죄드린다. 8년 전처럼 다시 무기력하게 짓밟히고 말았다. 죄송하다”며 큰절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탄핵 사태에 대한 반성보다 탄핵 재판을 지연시키는 데만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재판을 염두에 둔 대선 전략으로 읽힌다. 민주당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자, 여당 지도부는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27일 민주당을 겨냥해 “국정 안정을 짓밟고 국정 테러를 선택했다”며 “위헌·위법적 권한대행 탄핵은 대한민국 외교·안보와 민생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이 내란·탄핵 사태를 맞아 역공에 나선 것은 보수층 결집을 통해 조기 대선을 준비하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보수층을 결집한 뒤 대선 국면에서 ‘반 이재명 전선’으로 확장해 승리를 노린다는 것이다. 2022년 대선에서 ‘반 문재인 전선’을 구축해 간발의 차로 승리한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다.

하지만 내란·탄핵 사태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외면한 채 보수층 결집에만 매달리는 여당의 행태는 자칫 스스로를 ‘광화문 태극기당’으로 고립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문재인정부 시절 광화문 태극기세력과 손잡았던 자유한국당은 2020년 총선에서 궤멸에 가까운 참패를 기록했다. 여권 인사는 30일 “당이 광화문 태극기세력 눈치 때문에 내란에 대한 사과와 윤 대통령과의 절연을 주저한다면 더 많은 국민으로부터 고립될 수밖에 없다.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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