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화재 피해주민에 안식처 역할 ‘톡톡’
광명시 전국 첫 ‘안전주택’
운영조례·시행규칙 만들어
“집에 불이 나서 갑자기 오갈 곳이 없게 됐는데 광명시에서 ‘안전주택’을 안내받고 즉시 입주할 수 있었습니다.”
29일 오후 3시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의 한 신축빌라. 지난 2일 화재로 집이 전소된 양 모(33)씨는 함께 거주하던 아버지·누나와 이곳에 임시로 거주하고 있다. 양씨는 “처음 겪는 일이라 무척 당황했고 무엇보다 머물 곳이 없어 걱정했는데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5층 규모의 이 빌라는 광명시가 지난 5월 27일 30억8000만원을 들여 매입한 ‘안전주택’이다. ‘광명 안전해홈’으로 이름 붙인 이 빌라는 천재지변 등 재해 가구, 긴급 주거 위기 가구 등에 임시 주거공간으로 제공된다. 전용면적 10평(방2)에서 15.8평(방3) 크기의 8세대에 침대 TV 냉장고 세탁기 장롱 식탁 전자렌지 등 생활용품까지 비치했다. 양씨는 “신축빌라에 생활 필수 전자제품까지 갖추고 있어 가족들과 불편함 없이 지내고 있다”며 “안전주택이란 게 있는지 몰랐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양씨 가족은 오는 31일까지 한달 간 이곳에 거주한다. 그는 “이달 말까지는 저희 집도 기본적인 복구가 마무리돼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내린 폭설로 주거용 비닐하우스 3동이 붕괴됐는데 이곳에 거주하던 이재민 4세대에게도 ‘안전주택’이 제공됐다. 이들은 2주간 임시로 머물러 식사와 구호물품을 지원받았다.
광명시가 전국 최초로 마련한 ‘안전주택’은 폭설 화재 등 재난으로 갈 곳을 잃은 주민들에게 안식처가 됐다. 정선영 광명시 주거복지팀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주거취약층을 위해 매입한 다세대 등의 공실을 활용해 임시 주거공간을 제공한 사례는 있지만 시비 전액을 들여 주거 안전망 용도로 공유재산을 운영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재난 외에 주거취약계층의 주거상향 시 임시 거처가 필요할 경우도 제공할 수 있도록 조례 및 시행규칙을 만들었다”며 “이에 따라 동별 수요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광명시가 ‘안전주택’을 마련한 것은 박승원 시장의 경험과 직원 아이디어가 바탕이 됐다. 박 시장은 “시장에 당선된 직후 소하동 주택가에서 화재가 발생해 현장을 방문했는데 노부부가 갈 곳이 없어 경로당 방 한켠에 계신 것을 보고 이런 분들이 잠시 머물 수 있는 곳이 없을까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 상황에서 직원 아이디어 회의에서 화재 등으로 갈 곳 없는 분들을 잠시 머물게 하는 장소(긴급 안전주택)를 마련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박 시장은 “비슷한 생각을 한 직원이 있다니 신기했다”며 “안전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시청 관사, 이전한 포병부대 관사 이용방안 등을 검토하다가 신축한 빌라를 구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는 지난 3월 주택 매입예산을 편성하고 5월 철산동 다세대주택을 매입했다. 이어 10월에 ‘광명시 안전주택 관리 및 운영 조례’를 제정하고 운영준비를 거쳐 지난 20일 개소했다. 개소 전 폭설 피해 이재민에게 임시 거주지로 긴급 개방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김성중 경기도 행정1부지사가 현장을 직접 방문, 도입 배경을 듣고 모범사례로 평가하기도 했다.
박승원 시장은 “시민들이 재난 상황에서도 주거 걱정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신속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이어가겠다”며 “안전주택을 포함한 다양한 주거복지 정책으로 시민 삶의 질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