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 공화국’에 몰아닥친 제주항공 참사

2024-12-30 13:00:23 게재

대통령·총리·행안부장관·경찰청장 모두 ‘대행체제’

재난대응 경험 없는 최상목, 중대본부장까지 1인4역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시 국정 컨트롤타워 부재 장기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인해 ‘대행 공화국’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 국무총리, 행정안전부장관, 경찰청장 등 재난 대응 관련 주요 사령탑이 모두 대행체제인 데다 대통령과 총리직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혼자서 대행 중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지 이틀 만에 참사 대응까지 지휘하게 된 최 권한대행은 당장 1인4역을 수행해야 하는 것은 물론 다가오는 쌍특검법 재의요구와 헌법재판관 임명, 상설특검 후보자 의뢰 등 탄핵 압박이 동반된 정치적 시험대에도 서야 한다.

30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4차회의를 열고 “유가족과 부상자의 뜻을 최우선으로 하여 가용자원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토부를 중심으로 모든 기관이 참여하는 통합지원센터를 운영해 유가족분들께서 궁금해하거나 답답해하는 일을 조기에 설명 드리고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고 재발 방지와 관련해선 “사고가 수습 되는 대로 항공기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항공기 운항체계 전반에 대한 긴급안전점검을 실시하라”고 국토교통부에 지시했다.

최 권한대행은 사고가 일어난 전날 중대본 본부장을 맡아 한시간여 만에 중대본을 가동하는 등 재난대응을 시작했다. 보통 때였다면 국무총리가 중대본부장을 맡았겠지만 한덕수 총리가 탄핵당한 상황이어서 최 권한대행이 중대본부장까지 맡게 된 것이다.

대통령과 총리는 물론 재난 대응 주무부처인 행안부장관직도 계엄사태 후 자진사퇴해 고기동 차관이 직무대행을 맡고 있고, 조지호 경찰청장 역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돼 이호영 경찰청 차장이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재난 대응 핵심 리더십이 모두 대행체제인 상황에서 재난대응 경험도 없는 최 권한대행이 정신 없이 현 상황을 헤쳐나가게 된 셈이다.

최 권한대행이 통과해야 할 시험대는 이뿐만이 아니다. 당장 31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내란특검법과 김건희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두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 시한은 1월 1일이다.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 문제도 기다리고 있다.

만약 참사로 인한 최근 정치권의 자중하는 분위기 덕에 이 지뢰밭을 무사히 건넌다 해도 절대 뭉갤 수 없는 핵심적인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한덕수 총리 탄핵의 빌미가 되기도 했던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다.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은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많은 분이 말씀하시고 계신다”고 했던 최 권한대행의 입장이 유지된다면 헌법재판관 임명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최 권한대행 측은 재난 대응이 우선인 상황에서 헌법재판관 임명 여부에 대해 말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경우 6인 체제의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이끌어가게 되는데 신속하게 심판 절차가 진행된다 해도 최종 단계인 탄핵 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를 놓고 다시 뜨거운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6인 선고’의 부담이 가중되면서 시간만 흘러가 4월까지 가게 된다면 다른 2명의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4인체제가 되면서 ‘대행공화국’이 장기화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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