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방소멸 위기 ‘문화의 힘’에서 답을 찾다

2024-12-31 13:00:01 게재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백범일지의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편’ 일부 내용이다. 일제침략과 국권찬탈의 고통을 그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꼈을 김 구 선생이지만 군사력이나 생산자원 등의 '물리적인 힘'보다도 더욱 간절히 바랐던 것이 '무형의 문화적 힘'이라는 사실이 매우 흥미롭다.

도대체 문화가 지닌 힘이란 무엇일까. 지난 10월 10일, 아시아 여성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한 강 작가. 이 놀라운 문화적 성과가 우리 사회에 엄청난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한 개인의 문화적 영향력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던 종이서적산업에 다시금 활기를 불어넣었다. 인쇄·제조업체는 24시간 인쇄기를 가동해도 제작수요를 감당하지 못했으며 도서·출판 관련주도 20~30% 가량 급등했다. 가히 제2의 '한강의 기적'이라 불릴만한 놀라운 '문화의 힘'의 위력이었다.

이처럼 문화는 개개인의 마음을 움직이며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을 지녔다. 필자는 지방소멸과 재정악화의 위기 속, 서로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의 늪에 빠진 지방의 현실에서 타 지역민의 자발적 이주·방문 욕구를 이끌어내 지역의 신성장동력을 창출해낼 수 있는 해법이 바로 이 '문화의 힘'에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의 힘'이 지역 신성장 해법

2023년 3월, 정부는 '문화로 여는 지방시대'라는 비전 아래 '지역문화 정책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지역 고유의 문화자원을 갈고 닦아 사람과 자원을 끌어들이고, 점차 위축되고 있는 지방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이른바 '대한민국 문화도시 조성사업'이다. 이 사업의 핵심은 광역권 문화선도도시 집중육성을 통한 '문화 낙수효과 전략'이다.

먼저 대한민국을 6개 권역으로 구분하고 각 권역별로 해당 권역의 문화 브랜드를 이끌어갈 도시를 선정한다. 지난 12월 24일,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두고 성탄선물과도 같은 기쁜 소식이 날아왔다. 강원을 대표하는 '대한민국 문화도시'로 우리 속초가 당당히 그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제 속초는 강원권역 낙수효과의 발원지로서 각종 문화 인프라와 국가 차원의 행·재정적 지원을 선점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속초가 자랑하는 산·바다·호수·온천의 천혜의 자연경관과 속초관광수산시장 대포항 아바이마을 등 우수한 관광자원은 저마다의 이야기로 각자의 매력을 더해갈 것이다. 시기마다 진행되는 양질의 문화예술 컨텐츠와 지역 곳곳에서 열리는 거리공연은 속초시민의 일상을 한층 풍요롭게 채워줄 것이다. 지역 문화자원에 기반한 도시브랜딩 산업에 생산·투자가 확산되고 청년 일자리 등을 비롯한 다양한 경제적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이다.

'문화의 힘'을 통해 색채와 깊이를 더한 속초는 누구나 오고 싶고 머무르고 싶은 '대한민국 제일의 문화관광도시'로서 다시 한번 힘차게 도약할 것이다. 접경지역 지정과 콤팩트시티로의 미래 성장비전 확립, 대한민국 문화도시 선정까지 2024년 갑진년은 우리 속초에게 정말 값진 한해였다.

시민들이 행복하고 관광객 감동하는 도시

다가오는 2025년,'희망과 성장'을 상징하는 청색과 '지혜와 변화'를 상징하는 뱀의 해인 을사년은 이 모든 성과가 본격적으로 현실화되는'대전환의 시대' 원년이 될 것이다. 시민이 행복하고 관광객은 감동하는 속초. 오랫동안 기다려온 그 모습이 이제 정말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병선 속초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