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스위프트 카드’가 미중갈등 해법?
프리드먼 NYT 기고 “중국, 미국 제품과 대중문화 더 수입해야 무역충돌 막을 수 있어”
1957년 10월 4일 오후 10시 28분(모스크바 시간) 카자흐스탄 사막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로켓 하나가 밤하늘을 찢으며 날아올랐다.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1호를 쏘아 올리는 순간이었다.
같은 시각 미국 워싱턴DC 소련대사관에서는 세계 각국 과학자들이 참석한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국제지구관측년(IGY)’ 기념으로 열린 ‘로켓과 인공위성‘ 세미나 뒤풀이를 하는 자리였다. 러시아 과학자와 미국 과학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 소련은 조만간 인공위성을 발사할 것입니다.”
“조만간이 대체 얼마입니까?”
“1주일 아니면 한 달.”
장내는 한바탕 웃음바다로 변했다. 당시 서방에서는 소련의 기술력으로는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 일은 불가능한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미국 과학자들이 워싱턴의 파티에서 소련 과학자를 비웃는 동안 스푸트니크1호는 그들의 머리 위를 돌고 있었다.
미국은 충격에 빠졌다. 소련보다 과학기술이 앞선다는 미국인들의 믿음이 와르르 무너졌다. 소련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다는 공포가 덮쳤다. 미국언론들은 당시 상황을 ‘스푸트니크 국면(Sputnik moment)’으로 기록한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항공우주국(NASA)을 발족했다. 뒤를 이어 집권한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유인 달 착륙 프로젝트인 ‘아폴로 계획’을 수립했다. 1969년 7월 21일 아폴로 11호를 탄 닐 암스트롱은 인류 최초로 달에 첫발을 디뎠다. 미국은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했다. ‘스푸트니크 국면(Sputnik moment)’이 미국의 도약을 이끈 것이었다.
‘스푸트니크 국면’ 맞은 중국
퓰리처상을 세차례나 받은 미국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스푸트니크 국면’이라는 역사 속 용어를 다시 소환했다. 프리드먼은 지난 17일 뉴욕타임스(NYT)에 ‘일론 머스크와 테일러 스위프트를 통한 미중관계 해법(How Elon Musk and Taylor Swift Can Resolve U.S.-China Relations)’이라는 칼럼을 기고했다. 프리드먼은 30여년 간 중국에서 비즈니스 컨설턴트로 활동해온 짐 맥그리거의 입을 통해 “중국은 스푸트니크 국면을 맞았으며, 그 이름은 바로 도널드 트럼프(China had its Sputnik moment — his name was Donald Trump)”라고 갈파했다. 미소가 대립하던 냉전시절 스푸트니크1호가 미국을 각성 시켰던 것처럼, 트럼프1기 미중갈등 당시 트럼프가 중국을 긴장시켰다는 것이다.
트럼프 미국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백악관 재임 시절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중국은 시장을 다변화하고 첨단미래 산업을 키우고 국방력을 강화했다. 트럼프가 중국에 ‘스푸트니크 국면’과 같은 충격을 안겼고, 이를 계기로 중국은 더 강한 나라로 도약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가 중국을 키웠다는 것이다.
잠시 트럼프1기의 막바지였던 2020년 6월로 돌아가보자. 퓰리처상을 두차례 수상한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는 당시 NYT에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트럼프라는 이름의 중국 앞잡이(China’s Man in Washington, Named Trump)’라는 칼럼을 기고했다.
크리스토프는 “중국에서는 트럼프를 ‘촨젠궈(川建國)’로 부른다”고 소개했다. 그는 “중국에서 ‘건국’이라는 표현은 공산주의 애국자들에게 붙는 혁명적 이름”이라면서 “트럼프의 정책이 실제로는 시진핑정권을 강화하고 있다는 조롱”이라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가 재선 전략으로 “나보다 더 중국에 대해 터프한 사람은 없다”고 반복해서 강조했지만 이런 안티 차이나(Anti-China) 정책들이 실제로는 중국을 이롭게 했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토프는 트럼프1기 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을 인용하면서 트럼프에게 ‘촨젠궈’라는 이름이 붙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트럼프는 중국의 꼭두각시(stooge)이자 딸랑거리는 아첨꾼(sycophantic flatterer)이자 시진핑 주석의 조력자(enabler of President Xi Jinping)였을 뿐이다. 볼턴의 저서 ‘그 일이 일어난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을 보면 트럼프는 사실상 시 주석에게 머리를 땅에 찧으며 절(kowtou)을 했다.”
프리드먼이 다시 ‘촨젠궈’를 소환했다. 그는 이번 칼럼에서 “오늘날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트럼프는 ‘촨젠궈’로 불리고 있다”면서 크리스토프나 볼턴과는 다른 측면에서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트럼프는 대통령 첫 임기 동안 중국을 무자비하게 비난하고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전기자동차와 로봇과 희귀 소재 분야에서 세계적 우위를 차지하려는 노력을 배가했다. 미국의 시장과 장비에 가능한 한 의존하지 않으려고 했다. 트럼프가 불을 지폈다.”
트럼프가 상대할 중국, 8년 전과 달라
이제 20일 후면 트럼프 2기가 시작된다. 프리드먼은 트럼프가 다시 맞상대할 중국은 8년 전의 중국이 아니라고 말한다. 중국은 얼마나 강해졌을까? 경제평론가 노아 스미스는 유엔의 데이터를 이용해 “2030년까지 중국이 세계 제조업의 45%를 차지할 것”이라면서 “이는 미국과 모든 동맹국의 제조업을 합친 것과 맞먹거나 앞서는 규모”라고 예측했다. 그는 이어 “단일국가의 제조업 규모로서는 세계 역사상 단 두번 있었던 경우로 산업혁명 초창기의 영국과 2차세계대전 직후의 미국"이라고 밝혔다. 프리드먼은 중국의 놀라운 발전상들을 열거한다.
“베이징~상하이간 고속열차를 탔다. 뉴욕~시카고간 거리와 거의 같다. 고속열차는 시속 200마일(약322㎞) 이상으로 달리고 매일 100번 가까이 왕복한다. 4시간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열차는 아주 부드럽게 달린다. 창문 난간에 반쯤 걸쳐 놓은10센트 동전이 여행 시작부터 끝까지 정확히 놓아둔 그대로 있다. 뉴욕~워싱턴을 운행하는 고속철 ‘아셀라’에서 시험을 해 보면 10센트 동전은 2초 만에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다.”
프리드먼은 이어 ‘어두운 공장(dark factory)’과 호텔 ‘룸서비스 로봇’을 통해 중국의 첨단기술이 어느 수준까지 왔는지를 소개한다. ‘어두운 공장’은 인공지능으로 작동되는 스마트공장이다. 24시간 무인생산이 가능한 스마트 공장들은 조명이 필요 없는 로봇으로만 운영된다. 상하이의 호텔들은 룸서비스 로봇을 도입했다. 룸서비스 로봇이 객실로 주문한 음식을 나른다. 룸서비스 로봇에게는 팁을 줄 필요도 없다.
미국은 혁신가속, 중국은 문호개방 해야
트럼프가 곧 백악관으로 다시 입성한다. 미중관계는 어떻게 될까? 트럼프는 관세 장벽으로 중국의 수출을 저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중국은 이에 대응해 희토류 등 희귀광물의 공급을 차단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세계 1위와 2위 국가간 무역전쟁은 바람직하지 않다. 프리드먼은 미중갈등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한다. 바로 ‘일론 머스크 - 테일러 스위프트 패러다임’이다. 머스크는 미국의 기술과 제조업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스위프트는 미국 대중문화의 간판이다.
“미국은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인상으로 시간을 벌어야 한다. 그동안 일론 머스크와 같은 인재를 더 많이 길러 내야 한다. 더 많은 미국의 제조업체들이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세계에 더 많이 수출하고 더 적게 수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국은 테일러 스위프트를 받아들여야 한다. 중국의 젊은이들이 외국의 오락과 소비재, 특히 의료분야 등에 돈을 쓸 수 있는 기회를 허용해야 한다.”
미국은 소련이 1957년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를 발사했을 때처럼 포괄적 과학적 혁신적 산업적 추진력으로 중국에 대응해야 하고, 중국은 세상에 문호를 더 열고 자국 소비자들에게 다른 나라의 물건과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트럼프의 취임을 앞두고 세계 각국은 미중 무역갈등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자국의 경제에 미칠 ‘트럼프 리스크’에 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은 어떤가?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일 충남 공주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같은 민간 상권기획자를 앞으로 1000명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튿날 위헌・위법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그는 지금 내란혐의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자고 나니 후진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