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호 출범…‘반쪽 사과’·‘반쪽 인선’ 논란
위법 인정 없는 계엄 사과
주요 당직에 ‘반탄파’ 중용
계엄·탄핵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가 31일 공식출범했지만, 시작부터 ‘반쪽 사과’ ‘반쪽 인선’ 논란에 직면했다. 권 비대위원장의 계엄·탄핵 사과와 첫 당직 인선이 여론 눈높이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권 비대위원장은 30일 취임사에서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불안과 걱정을 끼쳐드린 점,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여당의 비대위원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계엄의 불법성과 탄핵을 초래한 잘못은 전혀 인정하지 않은 채 “불안과 걱정을 끼쳐드렸다”며 두루뭉술하게 사과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달 7일 대국민 사과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당시 여론과 언론은 윤 대통령이 대체 무얼 사과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권 비대위원장의 이날 ‘반쪽 사과’는 당 안팎의 강성보수층을 의식한 선택으로 보인다. 강성보수층은 ‘계엄=내란’이란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 당연히 당 지도부가 ‘계엄=내란’을 전제로 사과하는 걸 반대한다. 권 비대위원장이 계엄·탄핵 사태에 분노한 여론과 사과를 반대하는 강성보수층 사이에서 어정쩡한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다.
권 비대위원장의 비대위원·당직자 인선도 어중간했다는 평가다. 비대위원에는 3선 임이자·재선 최형두·초선 김용태·초선 최보윤 의원을 임명했다.
사무총장에는 3선 이양수 의원이 발탁됐다. 전략기획부총장에는 재선 조정훈 의원, 조직부총장에는 초선 김재섭 의원이 임명됐다. 수석대변인에는 초선 신동욱 의원이, 비대위원장 비서실장에 초선 강명구 의원이 발탁됐다. 다수가 반탄파(탄핵 반대파)이자 친윤이다. 소장파로 꼽히는 김용태·김재섭 의원을 포함시켰지만 “구색 맞추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 인사는 30일 “다수 여론과 강성보수층 사이에 낀 권 비대위원장의 곤혹스런 입장이 드러난 취임사와 인선으로 보인다”며 “윤 대통령 구속과 탄핵 인용 뒤의 입장 표명이 더욱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