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웃과 함께한 ‘제7회 첫겨울 나눌래옷’
“뜻밖의 선물에 겨울 걱정 덜 수 있어 감동”
기관·단체·시민 기부 9840벌 외국인 이웃에 전달 … 옷장 속 잠자는 외투로 ‘한국인의 정’ 나눠
아직은 입을 만 하지만 크기가 작아지거나 싫증나 옷장 속에 넣어뒀던 겨울 외투를 외국인 이웃들과 나누는 ‘제7회 첫겨울 나눌래옷’ 행사가 마무리됐다.
올해는 9840벌의 외투가 기부돼 90개국 4078명의 외국인 이웃과 따뜻한 정을 나눴다. 행사개최 후 처음으로 신청자 수 4000명을 넘었으며, 홈페이지 게시된 외투 전량이 모두 외국인 이웃에 전달됐다. 누적으로 종합하면 지난 7년간 총 5만8000여벌의 외투가, 2만2000여명의 이웃들에게 전달됐다.
첫겨울 나눌래옷 운영본부 관계자는 “전년 대비 신청자가 400여명 증가했고, 신청자 출신 국가도 16개국 늘었다”면서 “회를 거듭하며 외국인 커뮤니티 등에 많이 알려진 효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여러 기관과 시민들이 기부해주신 외투 덕분에 한국에서 첫 겨울을 보내는 외국인 이웃들과 정을 나누게 됐다”며 “앞으로도 시민들의 정성을 모아 따뜻하게 전달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서울특별시, 우정사업본부, 크린토피아 노원지사, 한국전력 등 기부기관에 감사패를 전달했다.
3년째 감사패를 받은 한국전력 김동철 사장은 “겨울이 낯선 외국인 이웃들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돕고, 한국인의 온정을 전해 줄 수 있는 의미있는 행사에 참여하게 되어 한전 가족과 함께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올해는 예년보다 추운 날씨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소중한 외투를 기증해준 임직원들에게도 감사드린다”면서 “한전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외투나눔 등을 실천해 사회의 구성원들이 서로 기댈 수 있는 굳건한 버팀목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비대면 쇼핑몰 형식으로 전국으로 확산 = 외투나눔 행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으로 진행하고 있다.
7월부터 기부를 받기 시작한 첫겨울 나눌래옷 운영본부는 세탁과 수선과정을 통해 새 옷처럼 변신한 외투의 사진과 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외투가 필요한 외국인 이웃은 지난 11월 11일부터 외투나눔 사이트에서 자신에게 적당한 옷 두벌을 선택해 소포로 배송 받았다.
특히 입국 1년 미만인 외국인 이웃에게 전달되는 소포 상자에는 외투뿐만 아니라 오뚜기(라면·즉석밥) LG생활건강(바디케어세트) 바늘이야기(손뜨개 목도리) 롯데제과(과자) 등의 기업이 기부한 선물이 동봉됐다.
해마다 외국인 이웃에게 반가운 소포 상자를 전달해주는 우정사업본부 곽병진 경영기획실장은 “2020년부터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이웃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자 행사에 참여하고 있으며, 올해도 첫겨울 나눌래옷을 전할 수 있어서 보람된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우체국 직원들의 이웃을 향한 온기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함께 하겠다”라고 말했다.
◆월급 대부분 송금, 외투 구입 부담 = 이번 행사는 내일신문이 주최하고 사단법인 밥일꿈이 주관했다. 특히 신한금융그룹은 첫 행사부터 후원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올해로 7번째 해를 맞고 있는 외투나눔 행사는 다양한 기관과 시민들이 참여해 타국에서 고생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의미있게 사용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이웃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행사는 한국사회가 일상생활에서 외국인 이웃과 그들의 문화를 접하고 있지만 차별과 불평등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에서 2018년 처음 기획됐다.
당시 고심 끝에 참여기관들은 겨울외투에 주목했다. 현재 국내 거주 외국인은 240만명을 넘었다. 이중 취업 비자를 받은 노동자의 경우 최근 출신지나 근무 직종이 다양해지는 추세지만 아직까지 중국과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 출신이 많다. 이들은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제조업 건설 농수축산업 등의 직군에 많이 종사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언어와 문화 차이만큼이나 한국의 추운 겨울이 힘들다. 특히 동남아 출신 노동자들에게는 고향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추운 겨울이지만 월급 대부분을 본국에 송금하거나 저축하는 만큼 난방이나 외투 구입이 부담스럽다.
이에 시민들의 옷장 속 잠자는 외투를 떠올린 것이다. 시민들의 작은 실천이 성숙한 다문화사회로 이어지고, 외국인 이웃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여러 시민단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품질에 문제없지만 체격이 달라져 입지 못하거나 취향이 바뀌어 안 입게 된 옷을 기증하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박성우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장은 “우리 직원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겨울을 보내는 외국인 이웃들에게 따뜻한 나눔을 드릴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외국인 이웃들이 따뜻한 대한민국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진 고용노동부 노동실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따뜻한 겨울을 맞기를 바란다”며 “일터에서 어려움이 없도록 고용노동부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꾸준한 기부에 ‘따뜻한 한국인’ 기억 = 외투나눔은 2018년 경희궁 앞마당에서 서울지역 학생과 시민들이 기부한 외투 3500여벌을 외국인 노동자 1500여명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듬해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2회 행사에는 공공기관, 기업들이 참여하기 시작해 7800벌의 외투를 노동자와 외국인 유학생 2000여명에게 전달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터넷 쇼핑몰 개념을 도입, 비대면으로 진행한 2020년 3회 행사때는 자치단체, 공공기관, 기업, 학교 그리고 시민들이 기부한 9206벌의 외투를 소포로 3441명의 외국인 이웃들에게 전달했다. 4회 행사에서는 1만2039벌의 외투가 기부됐고, 5회 행사에서는 1만1562벌의 외투가 3652명의 외국인 이웃에게 전달했다. 지난해 6회 행사에서는 1만528벌의 외투가 기부돼 74개국 3674명에게 전달했다.
외투나눔 행사는 기부받은 외투 숫자만 늘어난 게 아니라 대상도 처음 외국인 노동자에서 유학생, 다문화가족 등 외국인 이웃 모두로 확대됐다. 특히 비대면 방식을 도입한 3회 행사는 서울·수도권 중심이었던 참가자들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출근 시간에 로비서 홍보전 나선 공무원들 = 단체 기부 중 몇몇 사례는 행사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서울시는 공지와 수거함 설치를 넘어 글로벌도시정책관 소속 외국인주민팀 직원들이 직접 출근길 직원들을 대상으로 홍보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또 수거된 외투도 직원들이 나서 종류별로 분류해 사무국에 전달하는 정성을 기울였다. 이런 노력 덕분에 서울시와 자치단체, 산하기관의 올해 기부 외투는 전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함께 나누고 배려하는 어울림 교육’을 목표로 참가한 수원효동초등학교는 올해 처음 행사에 참가했다. 특히 효동초는 학생자치회에서 시작한 기부캠페인에 학부모회와 학교운영위원회가 동참한 사례다.
이 학교 이철규 교장은 “학생들은 작은 동참이 지구촌이 이웃처럼 하나가 될수있는 따뜻한 계기가 됐다고 즐거워했다”면서 “학교 구성원들은 매년 외투나눔 행사에 동참하기로 약속하고 주변 학교와 기관에도 적극 홍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3회 행사부터 꾸준히 참가하고 있는 서울 신일고등학교는 ‘나눌래옷’ 참여가 학교 전통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모상경 신일고 교장은 “그동안은 학교와 교사의 홍보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면서 “앞으로는 학생회와 관련 동아리 학생들이 직접 홍보하고 캠페인 활동, 수거작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참여기관
△한국전력 △서울특별시 △우정사업본부 △김창숙부띠끄 △한국농어촌공사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부산시교육청 △경기도청 △수협 △한국기술교육대 △한국마사회 △과천시 △코트라 △경찰청 △고용노동부 △국립중앙도서관 △신일고 △농촌진흥청 △한국폴리텍대학교 △한국동서발전 △진성티이씨 △한양대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무역보험공사 △대전 서구청 △효동초등학교 △한국고용정보원 △농림축산검역본부 △경기도교육청 △한국산업기술평가원 △국가보훈부 △신묵사회복지관 △부산시청 △해양수산부 △행정안전부 △육군본부 △국립산림과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