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대형참사로 얼룩진 윤석열정부 3년

2024-12-31 13:00:19 게재

이태원·오송지하차도·아리셀·제주항공

자연 및 사회재난으로 중대본 62회 설치

윤석열정부 3년차인 2024년의 마지막 날. 온 국민이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며 슬픔에 잠겼다. 앞서 경기 화성시 아리셀공장 화재 참사, 부천 호텔화재 사고 등 참사가 이어진 올해를 비롯해 윤석열정부 3년 동안 산불 폭염 폭우 지진 등 자연재해와 사회재난이 끊이지 않았다.

활주로에 남은 흔적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전날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충돌 후 폭발한 제주항공 여객기의 흔적과 잔해가 남아 있다. 무안 연합뉴스

3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2024년 현재까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설치·가동된 횟수는 모두 62회에 달한다. 폭염 지진 풍수해(대설·한파·호우 등) 자연재난으로 55회, 산불 사고 등 사회재난으로 7회 설치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22년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안전은 국가의 무한책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2개월 12일만에 사상 초유의 압사 참사가 발생했다. 10.29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159명이 죽고 195명이 부상을 당했다. 유가족과 시민사회, 야권에선 ‘예고된 인파집중에 대비하지 못한 인재’ ‘부실대응’ 등을 지적하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진정어린 사과는 없었고 책임있는 정부 당국자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9월 30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에게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사건 발생 1년 11개월 만에 경찰의 ‘업무상 과실’이 인정됨에 따라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참사의 책임이 국가에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러나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에 대해선 “미흡한 조치가 있었다고 해도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순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유가족들은 박 구청장 무죄판결에 반발했고 여전히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외치고 있다.

이듬해인 2023년 여름 또 다른 참사가 발생했다. 7월 15일 충청북도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폭우로 인해 침수되면서 14명이 사망했다. 침수 당시 지하차도 안에는 차량 17대가 고립됐다가 피해를 당했다. 주민들에 의하면 저지대인 미호강 인근 지하차도는 평소에도 침수 가능성이 큰 곳이었는데 당일 폭우로 미호강 수위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지자체의 탄력적인 대응이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사고 당일 수차례의 범람 위기 경고에도 행정당국이 안일하게 대처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인재’라는 지적이 일었다.

올해 6월 24일엔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를 생산하는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 23명이 숨지고 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망자 가운데 18명이 이주노동자였다.

경찰과 고용노동부 수사에 따르면 아리셀은 군납비리를 자행하다 적발되자 밀린 납품량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이주노동자를 불법파견 받았고 이 과정에서 안전교육도 하지 않아 참사로 이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박순관 대표와 회사 관계자들은 재판에 넘겨졌고 유가족들은 경기 광주시 에스코넥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에 또 다시 안타까운 참사가 발생했다.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무안공항으로 향하던 제주항공 7C2216편이 29일 오전 9시 3분쯤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안공항 활주로에 착륙을 시도하다가 공항 시설물과 충돌해 기체 대부분이 화염에 휩싸이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승객 175명 전원과 조종사·객실 승무원 4명 등 179명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지역 주민 157명이 한꺼번에 희생된 광주와 전남을 비롯해 전국 시도마다 희생자를 추모하는 분향소가 설치돼 30일부터 운영에 들어간다. 분향소 운영 기간은 정부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한 내달 4일까지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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