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도권 첫 해양 박물관에 쏟아진 기대
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 월미도 앞바다에 세상에서 가장 큰 고래인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이 자리잡았다. 고래 모양의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최초의 국립해양문화시설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매년 실시하는 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 이상(83.7%)이 대한민국을 ‘해양국가’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비춰보면 수도권 첫 국립해양문화시설인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그 역할에 대한 기대는 매우 크다. 같은 조사에서 국민의 10명 중 8명 이상(84.9%)이 “해양국가에 대한 국가 차원의 철학 마련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국립인천해양박물관 역시 이러한 국민적 인식에 부응하는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11일 개관한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은 연간 200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설립 준비 단계에서 추정했던 연간 110만명의 약 두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연간 월미도의 방문객이 450만명으로 집계된 점을 감안하면, 박물관 개관으로 월미도 방문객이 50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은 1915년 우리나라 최초의 해양수족관이 문을 연 곳이지만 이후 해양 문화시설이 부재했다. 100만명이 넘는 인천시민이 서명운동을 통해 해양박물관 건립을 염원했다. 인천시 역시 월미도에 박물관 부지를 제공하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바다와 함께 한 역사, 열어갈 미래 조망
2021년 9월 착공한 박물관은 2024년 5월 28일 준공되었다. 초대 관장으로 부임한 필자는 6개월간 직원을 채용하고, 유물을 추가로 수집하고, 시설을 보강하며, 전시기획을 마련해 개관식을 준비했다. 참으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고, 무엇보다도 인천시민과 수도권 주민들의 성원 없이는 불가능했을 일이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6.25 전쟁 이후 북쪽으로의 길이 막히며 사실상 섬나라가 되었다. 생존을 위해 바다로 나아가야 했던 우리는 바다를 통해 현재의 발전을 이루어냈다.
박물관은 바다와 함께한 역사와 앞으로 열어갈 미래를 조명한다. ‘교류의 바다, 연결의 시작’이라는 주제 아래 상설전시 3실, 기획전시실, 어린이박물관, 디지털 실감영상실 2실을 운영하고 있다. 유물을 중심으로 한 전시 외에도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황해를 건넜던 조선통신사 여정과 갑문을 주제로 한 콘텐츠 등을 실감영상실에서 감상할 수 있다. 또한 풍부한 해양체험 콘텐츠 제공을 위해 극지연구소,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등과 협약을 맺었다.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은 단순히 고래 형상의 건물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1만여점의 해양유물이 살아 있는 장소이며 고래가 숨 쉬는 인천의 푸른 바다와 월미도, 바다와 연결된 지역사회 모두가 박물관의 소중한 콘텐츠다. 박물관이 자리한 인천 중구는 조선 말기 개항부터 일제 강점기, 광복 이후까지의 역사를 담고 있는 유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이곳에서의 경험은 마치 그 역사 속에 살아가는 듯한 감동을 준다. 특히 박물관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바다의 황홀경을 선사하며 해양 문화의 진경을 느끼게 한다.
세계적 수준 국립해양문화 시설 만들 것
우리는 2600만명 수도권 주민들과 함께 박물관을 세계적 수준의 국립해양문화시설로 만들어가고자 한다. 이제 갓 문을 연 신생 기관으로 아직 부족한 점이 있지만, 해양 국가에 걸맞는 철학과 문화를 염원하는 국민들과 함께 이 목표를 이루어낼 것이다.
국립인천해양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