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와 베트남 경제, 한국의 전략적 방향

2025-01-03 13:00:01 게재

베트남 수출감소, 한국의 대베트남 수출에 큰 영향 … 미국의 원산지 규정변화에 촉각

미국 반도체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의 이니셔티브인 국제기술안보혁신(ITSI) 기금이 지난 9월 1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출범했다. 사진 가운데 오른쪽은 마크 내퍼 주베트남 미국 대사, 그 왼쪽은 베트남 기획투자부 응우옌 찌 중 장관. 사진 베트남의 소리(VOV)
2024년에도 베트남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한국의 3대 교역대상국이다. 2023년 전세계적인 수출감소로 인해 양국간 교역액이 전년보다 약 83억 달러 하락한 794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2024년에는 양국간 교역이 다시 증가해 850억 달러를 무난히 넘어서고 무역 흑자도 30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할 전망이다.

잘 알려졌듯이 한국은 베트남 내 1위 투자국으로서 양국은 공급망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베트남은 한국의 중요한 수출시장이자 생산기지로서 기능하고 있다. 따라서 베트남의 대세계 수출감소는 한국의 대베트남 수출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므로 베트남 경제가 직면할 변수에 관심을 둬야 한다.

◆트럼프 2기의 출범과 베트남의 긴장 = 한편 트럼프 2기의 출범에 따라 베트남의 대미 수출기업들은 긴장하고 있다. 왜냐하면 2024년 10월에 베트남의 대미 무역 흑자는 이미 1000억 달러를 돌파했고, 이는 중국, EU, 멕시코에 이어 네 번째로 큰 규모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베트남 수출의 약 30%가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은 베트남을 중국의 우회 수출 기지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

2024년 5월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베트남의 대미 수출 증가와 함께 베트남의 대중국 수입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베트남의 대미 무역 흑자 폭이 확대하는 와중에 트럼프 2기의 출범은 베트남 진출 한국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

2025년 1월 2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식에서 “저 연방 대통령 트럼프는 연방 대통령직을 성실히 수행하고, 제 역량을 다하여 연방 헌법을 보전하고 보호하고 보위할 것을 엄숙히 선서한다”라며 미국 대통령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공식적으로 맡는다. SNS나 언론에 보도되는 트럼프의 말들이 아직 공식적인 정책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돌아온 트럼프’에 대해 전 세계는 우려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 그는 선거 공약으로 모든 외국 수입품에 대해 새로운 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특히 중국에 대해 60%의 특별관세부과를 선거기간에 반복적으로 강조하였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 협상 도구일까 = 다행히 당선이 확정된 이후 관세부과에 대한 트럼프의 말들은 선거기간에 밝혔던 말과 약간의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전면적인 보편적 관세부과라기보다는 다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박 수단으로 관세부과를 활용하고 있다. 2024년 11월 25일 트럼프는 멕시코에 대해 이민자 유입 문제를 들었고, 캐나다에 대해서는 펜타닐 단속 책임을 물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공격적으로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멕시코와 캐나다가 국경관리를 잘한다면 관세부과를 피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부과도 마찬가지이다. 펜타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중국산 모든 제품에 대해 추가관세 10%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등 9개국으로 구성된 협의체) 국가에 대해서도 미국 달러화에 맞서는 새로운 통화를 만들려고 하면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다행히 모두 조건이 달려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관세를 문제 해결의 협상 도구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모습은 공화당 원로들과 월가 인사들이 트럼프에게 바라던 접근 방식이라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재무부 장관 지명자인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와 상무부 장관 지명자인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모두 관세를 협상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아직 트럼프가 어떤 방향으로 관세를 부과할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관세부과 자체가 목적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일 관세를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다면 이른바 ‘거래 지향적’인 트럼프는 ‘블러핑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트럼프의 경제전문가들도 논쟁을 통해 정리를 하겠지만, 높은 관세와 감세는 미국 달러의 가치를 상승시켜 미국 내 일자리 확대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미국 경제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 특히 물가상승에 대한 불만이 트럼프를 선출한 이유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트럼프가 취임과 동시에 모든 외국 수입품에 대해 10~20%의 보편관세 및 중국에 대한 60%의 특별관세를 부과하는 무역전쟁을 시작할지는 의문이다.

◆베트남이 미국의 관세 위협을 기회로 보는 이유 = 베트남 정부는 트럼프 당선인의 재취임에 대해 아직은 상대적으로 덜 긴장한 것으로 관찰된다. 왜냐하면 미국의 직접적인 전략적 경쟁자는 중국이지 베트남이 아니기 때문이다. 회고해 보면 트럼프 집권 1기에 미국이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PP)에서 탈퇴하고 베트남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지만, 베트남 제품에 대해서는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물론 트럼프 2기는 1기와는 분명히 다른 전략과 정책을 시행할 것이지만 베트남보다는 중국에 대한 감시와 규제가 먼저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국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때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미 정부 입장에서 베트남은 전통적인 중국산 저가 상품의 잠재적인 대체 공급지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율의 관세를 베트남에 먼저 부과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1기 때와 마찬가지로 베트남도 미국에 대한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액화천연가스와 항공기 등 고부가가치 미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 해양 국가인 미국은 중국의 해양 진출 저지를 위한 베트남의 지정학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베트남을 중국과 함께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트럼프의 국제적 고율관세, 베트남에 이익 = 오히려 베트남은 트럼프가 고율의 관세를 국제 사회에 부과하는 것이 자국에 단기적으로 이익이 된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 이러한 낙관적 전망은 다음 두 가지 측면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모든 저부가가치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값싼 중국산의 대체상품 생산기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베트남의 섬유·봉제, 목재 산업 등은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물며 트럼프가 보편관세를 부과해도 미국 기업은 더 나은 가격 경쟁력을 보유한 공급원을 찾아 나설 것이고, 이는 베트남 기업에 기회가 된다는 주장이다. 베트남은 2024년 440억 달러의 섬유·봉제 상품을 수출했고 그중 40%가 미국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베트남은 이미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 경쟁력을 보유한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반도체 공급망의 후공정 부문에서 베트남의 경쟁력 강화 및 공급망 내 역할 강화를 들 수 있다. 미국이 반도체 생산을 내재화하더라도 인건비가 많이 드는 후공정 부문에서는 동남아 국가나 멕시코 등을 활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24년 5월 미국반도체산업협회는 이미 2032년 베트남이 조립·테스트·패키징(ATP)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8~9%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텔, 암코르테크놀로지, 하나마이크론 등 많은 기업들이 후공정 부문에 대한 베트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원산지 규정 변화와 한·베 기업의 대비 = 그렇지만 미국 주도의 무역전쟁이 장기적으로 어떻게 바뀔지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 트럼프가 중국 소유 기업이 생산한 제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은 전통적인 원산지 결정 규정이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한다. 비록 선거운동 기간에 한 말이지만 지난해 10월 초 트럼프는 중국 공급망과 연결되었다는 이유로 멕시코산 자동차에 대해 2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베트남이 미국으로부터 1000억 달러 이상의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다수의 탈중국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이전한 점은 분명히 우려할 대목이다. 상품에 대한 엄격한 원산지 조사가 이루어지면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비용도 증가할 것이므로 원산지 규정 변화에 대해 베트남 진출 한국기업들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미국은 베트남을 여전히 비시장경제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덤핑 관세나 비관세조치 강화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첨단기술 접근성 제고와 동남아 공급망 재편 = 다른 한편 베트남 정부는 트럼프 2기 정부와의 협상 준비를 강화해야 한다. 지금 당장 여유가 있더라도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중국, EU,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비교해 보면, 기업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공간은 현재 높은 성장률을 시현 중인 미국밖에 없다.

더하여 미래 성장동력의 확보하기 위해서는 첨단 기술에 대한 접근이 중요하다.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 및 기타 핵심 기술 분야에 소요되는 최첨단 칩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도, 미국이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고 해서 미국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베트남과 한국은 이 점을 주목하면서 미국 시장의 가치를 고민하고 협력을 통해 대응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거래지향적’인 트럼프에 대응하려면 양보할 것과 취할 것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만약 트럼프가 무역 흑자 규모를 문제로 삼는다면, 예전처럼 단순하게 항공기, 액화천연가스 등 고부가가치 미국산 제품의 수입을 확대하겠다고 밝힐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단기 처방일 뿐이다. 오히려 베트남과 동남아 시장의 성장 속도를 고려할 때, 내수시장 확대를 통해 수출을 축소하겠다는 뜻을 전달하는 것이 미국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더욱 납득되는 방안일 것이다.

또한 베트남이 중국에서 조달하던 중간재를 한국 및 동남아 역내 국가와 연계하여 생산하고 조달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하는 것도, 중국 견제를 강조하는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의미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2024년 6월 G7도 중국과의 경제적 상호작용에 대한 제한을 더욱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러한 접근은 미국의 지지를 얻으면서 한국과 베트남 간 공급망 연계를 한층 더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다른 한편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 국가와 한국 간 공급망 연계 강화는 미국에 대합 협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되므로 양 지역이 협력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2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