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정부, 국영 노점센터 살리기에 안간힘
“노점센터, 다문화 싱가포르 상징”
전국 121개 국영 푸드코트 운영
다른 나라 정부는 시장에 맡겨 거의 관여하지 않지만, 유독 싱가포르 정부만 시장에 맡기려 하지 않는 영역이 있다. 바로 음식 노점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지난해말 이에 대한 집중 분석기사를 내보냈다.
이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는 싱가포르섬 전체에 걸쳐 121개의 국영 노점센터(hawker centres, 국영 푸트코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센터에는 6000개 이상의 소규모 개인 운영 노점상이 모여 있다. 이 국영 푸드코트는 단순히 정부 개입주의 시대의 흔적이 아니다.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 9년 동안 14개의 푸드코트를 새로 건설했으며,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9월에 문을 연 곳도 있다.
이 국영 푸드코트에는 엄격한 규정이 있다. 음식은 무슬림을 위한 할랄 옵션을 포함해 다양한 요리가 혼합되어 있어야 하고, 음식 가격도 최소 한 가지 요리를 3.5싱가포르달러(한화 약 3800원)에 제공해야 한다. 또 노점센터에서는 싱가포르인이거나 영주권자만 일할 수 있으며, 누구도 2개 이상의 노점을 빌릴 수 없다.
고객에 대한 규칙도 있다. 최근 싱가포르 의회는 공용 테이블에서 쟁반과 쓰레기를 치우지 않으면 300싱가포르달러(한화 약 32만원) 벌금을 부과하는 새로운 법률을 승인했다.
국영 푸드코트는 원래 1960년~1970년대에 노점상들을 거리에서 몰아내고 교통 방해, 쓰레기 투기, 위생 불량 등을 줄이기 위해 고안된 개념이다. 하지만 최근 싱가포르 정부는 노점센터를 ‘커뮤니티 식당’으로 인식하게 됐고, 어려운 싱가포르인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는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국영 노점센터가 다양한 인종과 신념을 가진 요리사와 고객들이 조화롭게 어울리기 때문에 국가 정신을 구현하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2020년 유네스코는 세계유산 목록에 싱가포르 ‘노점문화’를 추가하면서 “노점과 노점센터는 다문화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의 상징”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정부가 국영 노점센터를 계속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젊은이들이 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가 개입하지 않으면 노점상이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젊은이들이 노점상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보조금정책을 펴고 있다. ‘인큐베이션 노점 프로그램’은 신규 노점상들이 큰 초기 비용 부담 없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15개월 동안 모든 시설을 갖춘 노점의 임대료를 할인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은퇴를 희망하는 베테랑 노점상과 초보 노점상을 연결하는 ‘노점상 승계제도’도 있다. ‘노점상 생산성 보조금’을 통해 노점상에게 새로운 장비 비용의 80%를 환급하여 노점상의 고된 노동을 덜어주는 제도도 있다. 요리뿐만 아니라 사업 운영의 기본을 전수하는 5일 과정의 교육프로그램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영 푸드코드 유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4월 말까지 5일 과정 프로그램에 약 566명의 예비 노점상들이 참여했지만, 이 중 120명만이 수습 과정을 수료했다. 자신의 노점을 시작한 사람은 29명에 불과했고, 그 중 16명만이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