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시장, 가스가격 요동·고환율로 비상
유럽, 러시아산 가스구매 급감
한국과 미국산 LNG도입 경쟁
고환율시 에너지수입액 급증
세계 전력시장은 ‘슈퍼 사이클’ 분위기로 나아가고 있지만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큰 장애물을 만났다. 밖으로는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요동치고 안으로는 고환율 지속에 따른 비상사태다.
2일(현지시간) 유로뉴스에 따르면 유럽 천연가스 가격의 지표가 되는 네덜란드 TTF는 전날보다 3% 급등해 메가와트시(MWh)당 51유로에 거래됐다. 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우크라이나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던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된 여파다. 유럽연합(EU) 천연가스 수입량 중 약 5% 수준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체결했던 계약에 따라 2022년 2월 러-우 전쟁 발발 후에도 이 경로를 통해 유럽에 가스를 공급해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이번에 계약 연장을 거부하면서 공급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유럽에 가스를 공급하는 파이프라인 경로는 ‘튀르크스트림’ 만 남았다. 흑해를 북동~남서로 가로지른 후 튀르키예를 거쳐 불가리아까지 가는 라인이다.
에너지업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유럽의 가스재고가 얼마나 빠르게 소진될지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유럽 대륙에서 가스재고가 2021년 이후 가장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문제는 재고가 줄수록 가격이 치솟을 것이라는 점이다.
당장 유럽이 러시아산 천연가스 대체물량에 나서면 미국·중동에서 주로 구해야 할텐데 우리나라와 겹친다. 따라서 구매비용이 오를 전망인데다 안정적으로 가스를 구매하려면 웃돈을 줘야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헨리허브 천연가스 2월 인도분 선물가격 종가는 16% 급등하기도 했다.
또 12.3 내란사태 이후 폭등한 환율도 걱정거리다. 지난달 3일 원달러 환율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1402.9원이었으나 계엄선포 이후 2년여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고, 주가와 가상자산 가격이 급락했다. 3일 현재 원달러 환율은 1471.5원을 기록하고 있다.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94%에 달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환율 급등은 연료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가격이 치솟았던 2022년 한국의 에너지수입액은 2172억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점차 가격이 안정되면서 2024년 에너지수입액은 1613억원으로 35% 가까이 줄었다.
가스 현물가격이 전력 도매시장에 반영되는 시차는 약 1개월 보름 정도 후다. 지난해 12월 초부터 오르기 시작한 환율은 올해 1월 중순부터 반영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재무구조 개선조짐을 보이던 한전 입장에선 또다시 벼랑끝에 몰리는 분위기다. 액화천연가스(LNG)·석탄 구매비용뿐 아니라 글로벌 제작자의 발전설비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환율인상은 곧 추가부담이다.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이후 국제 에너지가격이 급등했지만 국내 전기요금을 제때 올리지 않아 한전의 누적 부채는 지난해 3분기 기준 204조원, 적자는 37조6906억원에 이른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