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컨테이너해운시장 ‘공급증가율 > 수요증가율’

2025-01-03 13:00:01 게재

운항 중인 선박의 26% 규모 투입 대기 … 운임 억제 요인

해진공 “홍해사태 해결되면 선복과잉 심화 가능성 커”

미국항만파업·트럼프 관세정책·새로운 해운동맹도 변수

올해 컨테이너해운 시장도 수요(물동량) 공급(선복량) 변화 추이로만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이 가득하다.

한국해양진흥공사(KOBC, 해진공)는 지난달 31일 발표한 ‘KOBC 연간 해운시황보고서’에서 올해 컨테이너선박의 선복량 증가율은 5.4%, 물동량 증가율 2.8%로 예측했다. 수요 공급 변수만 고려하면 올해 컨테이너해상운임은 하방압력이 거세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시장전망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수요 공급 요인 외에 전쟁, 시장 영향력이 큰 패권국의 정책 변화, 글로벌 해운기업의 동맹변화 등이 어떻게 작용할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HMM은 1월 LNG를 연료로 하는 7700TEU급 컨테이너선 2척을 인도받아 운항에 투입할 예정이다. 사진은 미국 롱비치항에 정박 중인 1만TEU급 컨테이너선 ‘HMM Mars호’. 사진 HMM 제공

◆올해 컨테이너 선복량 135만TEU 순증가 예상 = 해진공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시장에 투입될 컨테이너 신조선 인도량은 211만TEU로 추정된다. 운항 중인 선박 중 해체하는 선박은 76만TEU다. 해체량을 고려하면 새롭게 투입될 선박의 순증가량은 135만TEU 규모다.

선박 해체량은 지난해 7만9000TEU에 비해 10배 가량 늘어나면서 공급 증가세를 완화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누적된 신조 발주량은 1376만TEU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기준 발주잔량(수주했지만 아직 인도하지 않은 선복량)은 766척 804만TEU로 시장에 나와 있는 현존선 대비 26.2%에 이른다.

물동량도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요 항로별로 보면 아시아에서 북미로 가는 물동량은 2430만TEU로 지난해보다 1.7% 늘어나고,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항로 물동량은 1800만TEU로 1.1%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연초 컨테이너해상운임은 설 연휴(1월 하순)가 시작되기 전 재고확보 등을 위한 조기 선적용 물동량 증가와 주요 노선의 일괄운임인상 발표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지만 2월 후반 이후에는 계절적 수요로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여전히 홍해사태는 큰 변수다. 후티반군이 홍해 인근을 항해하는 선박을 공격하는 홍해사태가 계속되면 수에즈운하 대신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 운항하면서 항해거리가 늘어나게 되고 이는 사용할 수 있는 선복량을 줄이는 효과를 낳는다. 지난해는 홍해사태로 12% 이상 선복 수요가 추가된 것으로 분석됐고, 올해도 계속 이어질 경우 6m 길이(1TEU) 컨테이너 박스 1개를 운송하는데 들어가는 항해거리가 3% 늘어난다.

반면 홍해사태가 해결되면 ‘TEU-마일’ 수요가 4% 줄어들면서 그만큼 선복량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나게 되고 신조선 인도 등 공급량 확대(5.4%)와 상승효과를 내면서 선복 과잉 문제가 커질 수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정책과 이에 따른 세계 무역갈등 여부도 해운시장에 영향을 줄 변수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 뿐만 아니라 캐나다 멕시코 등에도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미국의 관세정책 변화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공급망을 동남아 인도 등으로 다변화하면서 해상물동량 운송 경로, 물동량 규모 등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등이 미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대응하면 무역분쟁이 확대되면서 세계 교역량이 감소할 수도 있다. 또 높은 관세로 미국의 수입물가가 상승하면서 미국내 소비가 줄어들어 교역량이 줄어들 수도 있다.

올해 새롭게 등장하는 글로벌 선사들의 해운동맹도 해운시장에 변수가 됐다. 덴마크의 머스크와 독일 하팍로이드가 결합한 제미나이가 2월 출범하고, 하팍로이드가 빠져나간 디얼라이언스에서 남은 HMM(한국) ONE(일본) 양밍(대만)은 ‘프리미어얼라이언스’를 새롭게 결성한 후 머스크와 헤어진 스위스 선사 MSC와 협력한다. 세계 3위 선사 프랑스 CMACGM과 중국 코스코해운 등은 기존 오션얼라이언스를 그대로 운영한다.

세계 1위 선사인 MSC는 올해 46척(58만TEU)의 신규 선박을 도입하며 세계 최대 해운기업 위상을 공고히 하고, 오션얼라이언스도 선복량을 확대할 예정이다.

해진공은 이들 선사들의 동맹전략에 따라 새로운 서비스와 항로 변화가 생겨 화주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면서 운임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단기적으로는 1월 15일 만료되는 미국 항만노사 간 단체협상 타결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 동부·걸프지역 36개 항만노동자들이 가입한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와 사용자측 연합인 미국해사동맹(USMX) 사이 협상이 결렬되면 노조 파업으로 이어져 항만정체와 운임인상을 가져올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항만자동화에 반대하는 노동조합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에 따라 선사들이 추가되는 환경비용을 운임에 전가하면서 운임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환경규제를 지키기 위해 운항속도를 줄이면 공급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해진공은 코로나 대유행과 홍해사태를 겪으며 화주들의 행동이 비용절감에서 안정성과 정시성 등 서비스 품질을 중요하게 여기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어 그에 맞는 선사들의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이 후티 반군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면서 홍해사태가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된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21일 이스라엘군이 후티가 통제하는 호데이다 항구를 공격한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손상된 선박을 검사하는 모습. 사진 AFP·연합

◆이스라엘·미국, 홍해사태 끝낼까 = 지난해 컨테이너해운시장은 홍해사태가 뒤흔들었다. 코로나 대유행이 끝나고 하향 조정 중이던 운임은 홍해사태로 예상을 뒤집고 상승했다.

지난해 1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운시장연구센터가 작성한 ‘해운시장 주요 이슈 및 시황전망’ 보고서는 2024년 컨테이너운임지수(SCFI 기준)를 900~1100포인트로 전망했다. 코로나 대유행이 끝나지 않았던 2022년 연평균 지수는 3410포인트였지만 대유행이 끝난 2023년엔 1004포인트로 70.5% 하락했다. 이런 추세에 더해 컨테이너선 선복량 증가율이 2023년보다 10%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물동량 증가율 전망치 3.8%를 크게 상회해 운임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근거였다.

하지만 2023년 말 터진 후티반군의 상선 공격으로 홍해사태가 1년 내내 계속되면서 글로벌 선사들은 수에즈운하 대신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했고 운항거리가 늘어나면서 운임은 연평균 2506포인트를 기록, 2023년보다 149% 상승했다.

운임상승은 중고선 가격도 올리면서 선령 5년 기준 2600~2900TEU급 중고선 가격이 26% 상승했다.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해당 선형 가격은 3600만달러로 1월보다 750만달러 올랐다.

미국의 해운조선 전문미디어 지캡틴은 2일 기사에서 홍해사태를 컨테이너 선사들에게 ‘예상치 못했던 구세주’가 됐다고 비유했다. 홍해 위기 덕분에 2024년 발생할 수 있었던 잠재적인 공급 초과 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컨테이너 선단은 10.6% 성장하고 300만TEU 이상 선복량을 추가하며 크게 성장했다. 늘어난 선복량은 우려와는 달리 아시아~유럽 무역로에 대부분(176만TEU. 59%) 흡수됐고, 선박들은 홍해-수에즈 항로를 피하기 위해 희망봉을 우회할 수밖에 없었다. 연말까지 전 세계 컨테이너 선단 중 운항에 투입되지 않은 선박은 0.6%에 그쳤다. 알파라이너는 “2021년과 2022년이 코로나19의 해라고 불리는 것처럼 2024년은 홍해 위기의 (첫) 해로서 컨테이너 해운계에 기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홍해사태가 계속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대니 대논 유엔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지난해 12월 30일 후티 반군에게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중단하라는 최종 경고를 발표했다.

그에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이 예멘의 사나 공항, 서부 해안의 항구, 두 개의 발전소 등 후티 반군과 연계된 예멘의 여러 시설을 공격하고 이스라엘이 “막 시작했을 뿐”이라고 후티 반군에게 경고했다. 하지만 후티반군의 기세는 여전히 살아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대니 대논 대사가 경고한 이후 후티반군은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등을 사용해 텔아비브 인근 벤구리온 공항과 예루살렘 남쪽 발전소를 겨냥해 공격했다.

미국의 태도는 홍해사태를 좌우할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로이터는 12월 31일 “중동 내 미군을 총괄하는 중부사령부가 후티 반군이 장악한 (예멘 수도) 사나와 해안 지역에 정밀 공습을 여러 차례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미군은 “이번 공습은 군함 및 상선을 위협하는 후티의 행보를 약화시키기 위한 중부사령부의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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