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불확실성 해소 없이는 성장 어렵다
3일 오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서울 한남동 관저에 은신중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그 덕분인지 이날 주식시장은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지수는 6거래일 만에 오름세를 타고 2450을 넘어섰다. 그러나 오후 1시30분쯤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포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승폭이 꺾이고 말았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 역시 전날보다 1.4원 올라 1469.2원에 마감됐다. 서울 외환시장 마감 이후에는 1470원대로 더 올라갔다.
한국의 금융시장이 요즘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기를 얼마나 학수고대하는지 다시금 보여주었다. 지난해 12월 27일 한덕수 전 대통령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 재판관 3명의 임명을 거부하면서 환율이 급등했다가 최상목 후임 권한대행이 2명이라도 임명함으로써 일부 완화됐듯이 말이다. 3일 열린 금융계 신년인사회에서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고위인사들은 한결같이 불확실성의 조속한 해소를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경제불확실성지수, 산출 시작 후 최고치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교육·정보센터가 최근 제시한 작년 12월의 경제불확실성지수는 2013년 1월 산출되기 시작한 이후 12년 만에 최고로 높아졌다. 지금도 윤 대통령이 법절차를 무시하고 관저에 틀어박혀 금융시장 안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 따라서 시장안정을 위해서는 윤 대통령의 신병처리가 시급하다. 체포영장 집행이 끝내 실패할 경우 곧바로 사전 구속영장을 받아내서 조속한 결말을 지을 필요가 있다. 아울러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재판도 최대한 빨리 마무리돼야 한다.
온갖 불확실성에 사로잡힌 지금 한국경제는 그나마 시민의 단합된 힘과 열망 덕분에 더 이상 추락하지는 않고 있다. 기업들이 그간 구축한 국내외 네트워크도 아직까지는 작동하는 듯하다. 그러나 헌정중단을 획책했던 계엄수구세력의 근거지가 버티고 있다. 제2내란의 위험도 완전히 불식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국내외 경제주체들이 여전히 불안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길어진다면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을 더욱 나쁜 상황으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에너지와 각종 산업용 원부자재 및 장비를 수입하는 기업들의 원가압박은 커지고 소비자물가는 다시 불안해진다. 이는 실질소득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외화부채를 많이 안고 있는 기업과 금융사의 원리금 상환부담도 커진다.
일부 수출대기업을 중심으로 이익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수출대기업의 이익이 늘어난다고 한국경제나 증권시장의 양적·질적성장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의 경우 3분기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은 2023년 동기 대비 65% 증가하면서 역대최고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증권시장은 경쟁국에 비해 전례없이 부진했다. 지난해 3분기 경제성장률도 전기대비 0.1%에 그쳤다.
게다가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곧 들어선다. 트럼프 차기 대통령이 선거과정에서 내세운 고율관세 등 보호주의적 경제정책들이 실행에 옮겨질 경우 한국경제의 짐은 더욱 무거워진다. 국내 악재 위에 해외의 대형악재가 쌓이는 것이다. 이런 겹악재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내 정치권과 기업 및 시민들의 긴밀한 대응이 요구된다. 그렇지만 지금 윤 대통령을 비롯한 계엄수구세력 때문에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불확실성 유발 요인 제거 않으면 1.8% 성장도 어려워
나아가서 윤 대통령 탄핵과 한국인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트럼프행정부가 호의적으로 이해해줄지도 불확실하다. 바이든행정부는 한국 시민들의 열망을 이해하고 지지한다는 뜻을 여러차례 표명했다. 반면 트럼프행정부는 당선자 자신과 지지자들의 언행과 세계관으로 미뤄볼 때 미심쩍다. 만약 미국의 새 행정부가 한국인들의 의지를 거스르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윤 대통령 주변의 계엄수구세력을 도리어 고무할까봐 걱정된다. 이는 현재와 같은 불확실성이 더욱 깊고 길어짐을 의미한다.
이런 걱정이 기우로 끝나면 좋겠지만 아직 알 수 없다. 새해 벽두에 올 한해에 대한 희망적인 전망과 방향을 제시하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어서 안타깝다. 지금의 불확실성을 유발하는 요인들을 근원적으로 제거하지 않으면 올해 정부가 예상하는 1.8%의 경제성장조차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외환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성장잠재력이 크게 훼손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불확실성 해소 없이는 안정된 경제성장도 기대할 수 없다.
차기태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