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K-반도체, 긴장의 끈 늦춰선 안돼
지난해 한국 반도체 수출액은 1419억달러로 2022년 1292억달러를 넘어 2년 만에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2023년에 비해 무려 43.9%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2023년 세계 반도체 경기가 좋지 않아 우리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한 기저 효과에 의해 성장폭이 크게 나타났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연간 누적 수출액이 처음으로 1400억달러를 넘었고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1.2%에 달하는 등 다시 한번 반도체산업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실적이다. 2023년 하반기부터 우리 기업들이 감산하면서 메모리반도체 단가가 안정되었고 LPDDR DDR5 HBM 등 고부가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우리 기업들이 선점하면서 매출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반도체 경기는 IT 기기의 부품으로 사용되는 제품 특성상 내부 요인보다는 외부환경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대부분인데 내부 노력으로 불황을 극복한 것이다. 여기에 전세계적으로 AI 열풍이 불면서 관련 제품에 사용되는 반도체의 수요도 증가했다. 이렇게 2024년 세계 반도체 시장의 회복과 함께 한국 반도체 수출도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AI열풍 힘입어 사상 최고 수출 실적 달성
2025년에도 이렇게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지면 좋겠지만 여러가지 난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선 중국의 부상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기업이 생산한 D램이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에서 매출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다국적 기업이 수출용 IT 기기 생산에 반도체를 대량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내수시장만으로도 전세계 반도체의 약 60%를 소비할 만큼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시장이다.
따라서 이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곧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공정기술이나 수율 면에서는 한국 제품과 차이가 있지만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범용 제품시장을 먼저 공략하는 것은 한국 반도체 기업이 세계시장 진출에 성공한 전략과 큰 차이가 없다. 중국 제품이 아직은 기술적으로 뒤처져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 기업이 긴장의 끈을 늦추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음은 곧 출범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반도체산업 정책 전망이 불투명할 뿐 아니라 우리에게 절대 유리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2022년 8월 발표된 미국의 반도체법에 따라 한국정부와 기업들은 대응전략을 세우고 있는데 트럼프 당선인은 이 반도체 법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에 새로운 행정부가 출범하면 이 반도체법을 수정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당선인이 강하게 주장하는 미국 우선주의는 외국 기업들에 호의적이지 않다. 이에 우리 정부와 기업은 대대적으로 대응전략을 수정해야만 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되었다.
난관 예상되는 올해 반도체 시장, 철저한 준비를
올해부터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웨이퍼 생산 기준 국가별 시장 점유율에 변화가 시작될 전망이다. 지난 2021년 글로벌 반도체 부족 현상을 경험한 이후 주요국들은 반도체 공급망 안정을 목표로 국가 혹은 지역 내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시행했다. 미국은 국내외 반도체 기업 유치를 위해 반도체법을 제정했고 일본은 대만의 TSMC를 유치하기 위해 건설비의 약 50%를 지원했다. 유럽연합 역시 역내 반도체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역내외 기업을 적극 유치하면서 이들 지역에 반도체 제조 공장들이 새롭게 건설되었다.
일본의 TSMC 제1공장은 작년에 완공되었고 미국과 독일 등에서 건설 중인 공장들 또한 올해 완공될 예정이다. 반도체 제조 공장이 늘어나면 그만큼 국가별 시장 점유율이 달라지는 한편 반도체 제조 기업 간의 경쟁은 심화할 것이다.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에는 여러가지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우리는 이 변화에 대비해 준비가 잘 되어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