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부실 여파…신한·우리·한국자산신탁 부실자산비율 70% 넘어
KB부동산신탁, 하나자산신탁 등 50% 이상 … 부실 급격히 증가
부동산신탁사 부실자산 규모가 지난해 9월 4조원을 넘어서는 등 부실이 급격히 늘고 있다.
신한자산신탁과 우리자산신탁, 한국자산신탁 등은 부실자산비율이 70%를 넘는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부실에 따른 여파가 커지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우리자산신탁 고정이하자산(부실) 비율은 76.3%로 부동산신탁사 중 가장 높았다. 건전성 분류대상 자산 2713억원 중 2072억원이 부실자산으로 나타났다.
한국자산신탁의 부실자산비율은 73.7%로 자산 7339억원 중 5415억원이 부실로 분류됐다. 부실자신비율은 우리자산신탁에 비해 낮지만 부실자산 규모는 2배 이상이다. 신한자산신탁의 부실자산비율은 71.4%로 자산 5916억원 중 4224억원이 부실로 분류됐다.
KB부동산신탁은 부실자산비율이 58.5%로 60%를 넘지 않았지만 부실자산 규모는 5970억원으로 부동산신탁사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부실자산비율이 50%를 넘긴 곳은 코리아신탁(68%), 교보자산신탁(65%), 한국토지신탁(60%), 무궁화신탁(58%), 하나자산신탁(57%) 등으로 나타났다.
2일 NICE신용평가는 부동산신탁사 2024년 하반기 정기평가를 통해 신한자산신탁의 단기 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하향조정했다. 또 코리아신탁의 장기 신용등급 전망을 BBB+ 스테이블에서 BBB+ 네거티브로 낮췄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무궁화신탁에 대해 유상증자 등 자체정상화 추진, 제3자 인수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경영개선명령을 부과하기도 했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전체 부동산신탁사 당기순손실은 2277억원, 총자산순이익률은 –3.3%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3765억원, 총자산순이익률 6.7%와 비교하면 실적이 크게 하락한 것이다.
부동산PF 부실로 시공사들이 무너지면서 책임준공 부담이 커진 신탁사들의 부실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부실자산비율이 급격히 상승한 신탁사들은 대부분 시공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신탁회사가 의무를 대신하는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책준형)을 확대한 신한자산신탁, 교보자산신탁, KB부동산신탁, 무궁화신탁, 코리아신탁 등이다.
이들 신탁사들은 부실화된 책준형 사업장에 신탁계정대 투입을 늘리면서 자산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
신탁계정대는 신탁사가 사업비 조달 목적으로 신탁사 고유 계정에서 빌려주는 대여금이다. 부동산PF 부실로 책준형 관련 우발부채가 현실화되면서 신탁계정대는 급격히 늘었다.
2021년말 2조1522억원, 2022년말 2조5831억원 등 2조원대에 머물던 신탁계정대 규모는 2023년 12월 4조8551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 9월에는 6조6931억원으로 증가했다.
책준형 관련 신탁계정대는 통상 상환 순위에서 후순위이고, 사업성이 악화된 사업장에 투입된다는 점에서 자산건전성 분류에서 고정이하로 분류된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신탁계정대 고정이하 규모는 4조959억원으로 부실비율은 61.1%에 달한다.
전체 부동산신탁사 부채비율은 2022년말 34.7%였지만, 2023년말 51.8%, 지난해 9월 69.3%로 급격히 늘었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 경기 부진이 향후 개선될 여지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책준형 사업장의 책임준공기한 준수를 위한 추가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고, 차입형토지신탁 사업장의 경우 저조한 분양률이 지속되면서 관련 신탁계정대 및 대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게 신용평가사의 분석이다.
또 부동산신탁사의 책임준공 기한 경과로 인해 발생한 손해배상소송도 큰 부담이다.
일부 사업장의 대출원리금 규모가 수백억원대로, 법원이 대출원리금의 전액 또는 상당 부분에 대해 배상판결을 내릴 경우 신탁사들의 재무건전성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NICE신용평가는 “책임준공형 관리형토지신탁 사업을 중심으로 확대되던 부동산신탁사 영업수익 성장세는 둔화될 전망”이라며 “이로 인해 부동산신탁사가 향후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지 못할 경우, 부동산신탁사의 외형이 축소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전망했다.
부동산신탁사 관계자는 “은행지주 계열 신탁사들은 사실상 신규 영업을 중단한 상태”라며 “증권사 계열 신탁사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