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분양 갈등 1기 신도시 재건축 위협

2025-01-06 13:00:02 게재

상가 조합원에 아파트 분양 시도하자 법원 “조합원 전체 동의해야” … 법령 개정 등 해결책 시급

재건축사업에서 상가 조합원이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조합원 전원이 동의해야 한다는 지난해말 대법원 판결 이후 재건축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1기 신도시 재건축사업이 추진되면서 상가 문제 해결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6일 주택정비업계에 따르면 대법원 판결 이후 주요 재건축사업장에서 아파트 조합원과 상가 조합원의 분쟁이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말 서울 서초구 신반포2차 재건축사업단지에서 상가 조합원에 대한 아파트 분양 기준을 정한 총회 결의를 무효로 판단했다. 아파트 조합원 일부가 상가 조합원의 아파트 분양 여부를 결정짓는 산정비율 정관이 적법하지 않았다고 소를 제기했고 재판부가 이에 손을 들어줬다.

대구 빌리브라디체 주상복합 상가 투시도. 상가 이미지는 기사와 관련없음.

이에 따라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며 속도를 내던 신반포2차 재건축사업 추진이 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최근 상가 조합원들이 제기한 ‘총회 결의 무효 확인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상가 조합원의 신뢰를 침해할 만큼 조합 총회 결정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재건축사업에서 조합과 상가 조합원과의 갈등은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기 신도시는 대부분 여러개 단지가 통합재건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상가 규모가 커져 분쟁 요인도 늘어난다. 최근 분당에서 재건축 선도지구로 선정된 양지마을의 경우 상가수만 450여개에 달한다.

재건축 상가 문제는 ‘상가 쪼개기’로 인해 확산되기도 했다. 상가 쪼개기는 상가 지분을 여러명이 나눠 가지면서 아파트 입주권을 받으려는 행위다. 원칙적으로 상가 소유주는 재건축 후 상가만 분양받을 수 있지만 조합이 정관에 명시하면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이럴 경우 투기 수요가 유입돼 일반분양 물량이 줄고 재건축 사업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앞서 서울 서초구 방배6구역 재건축조합은 총회에서 상가 조합원에게 아파트를 분양하는 안을 상정했지만 찬성률이 56.8%에 그쳐 안건이 부결됐다.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상가 조합원은 원칙적으로 상가만 분양받도록 하고 있다. 다만 상가를 새로 짓지 않거나 규모가 축소될 경우 아파트 분양이 가능하도록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이때는 조합원 과반수 이상 동의로 정관을 변경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말 대법원은 방배6구역의 경우 상가를 지을 여건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예외규정이 적용되지 않았고 정관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조합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현재 상가 조합원에게 아파트를 분양하려면 도시정비법 시행령에서 정한 요건인 ‘새로운 상가를 건설하지 않는 경우’나 ‘상가의 종전·종후 가액 차이가 아파트 중 최소 분양 단위 규모의 추산액에 일정한 비율을 곱한 가액보다 큰 경우’와 같이 예외적인 경우만 가능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상가가 포함된 아파트 단지에서 재건축사업이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조합과 시공자는 사업을 지속할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도 떠안게 됐다.

이강만 법무법인 율촌 부동산건설팀 변호사는 “재건축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조합이 고려할 수 있는 첫 번째 방안은 도시정비법 시행령에 따라 새로운 상가를 건설하지 않는 것”이라며 “실제로 일부 재건축사업장에서는 상가 시장 침체를 이유로 상가 소유자들 의견을 종합해 신규 상가를 짓지 않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법원에 토지분할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도시정비법령에 따르면 조합이나 추진위원회는 조합설립 동의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법원에 토지분할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상가 조합원에 대한 아파트 분양을 너무 강력히 제한하면 상가 소유자 동의를 받기 어려워 사업 자체가 좌초될 위험이 있다”며 “이보다 일반 조합원의 이해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에서도 도시정비법령이 조합원 전원 동의를 요구하고 있지 않음을 고려할 때 정관 변경에 준해 의결정족수를 조합원 3분의 2 이상으로 낮추는 입법적 해결도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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