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원화가치 추가하락 대비할 때다

2025-01-07 13:00:00 게재

연초 세계경제의 최대 불확실성은 출범을 코앞에 둔 트럼프 2기 정부다. 각국이 미국의 관세나 이민통제 등 대외 정책의 파급 영향을 분석하며 대책 마련에 나선 이유다.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는 자산과 금융시장에도 다양한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25% 관세와 이민 통제 대상국인 멕시코의 경우 미국을 설득 중이다. 미국 일자리 40만개를 빼앗고 있다는 트럼프 논리에 수입물가와 임금상승이라는 부정적 효과를 강조하며 대응하고 있다. 멕시코의 미국 수출 비중 80% 가운데 유럽과 일본 자동차 업체의 우회 수출분은 20%에 달한다. 중국을 제치고 미국의 최대 무역상대국으로 부상한 독일도 당황하긴 마찬가지다. 유럽연합(EU)의 대미 흑자 40%는 독일 기업 몫이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 보고서를 보면 EU가 10%의 추가 관세를 물면 1%의 GDP 손실을 기록하고 독일은 추가로 1.1% 성장률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트럼프 2기에도 달러강세 지속 가능성

미국 내 정책인 감세에 대한 대외 관심도 최고조다.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춰 성장을 이뤘던 경험 탓이다. 감세는 특히 금리인하 사이클에 접어든 미 연준(Fed)의 금리정책과 함께 경제회복을 도울 수 있는 카드이지만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최근 달러자산의 상승 사이클은 트럼프 2기 정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미국의 채권 수익률 ​상승세나 유로화 엔화 위안화의 동반약세도 강달러 탓이다. 달러지수는 지난주 말 기준 109.394로 치솟아 2022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미국 경제가 침체없이 인플레이션을 해소하고 무착륙 고공비행을 시도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유럽 일본 중국 등에 비해 미국 경제의 펀더멘탈은 탄탄하다. 가계 부문의 레버리지 비율도 낮은 편이다. 이게 투자에 대한 기대수준을 끌어올린 것이다.

이를 상징하는 게 바로 증시다. 미국 상장기업 시총이 글로벌 전체의 50%를 넘어선 게 21년 만이다. S&P500지수는 지난해에만 24%나 올랐다. 같은 기간 17% 오른 일본 닛케이지수나 13% 오른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를 크게 앞서고 있다. 미국 IT 기업은 글로벌 투자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격이다. 이게 글로벌 제조업 정체 현상과 맞물리면서 나 홀로 호황을 이어가는 것이다. IT 기업에 낀 거품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자금이 당분간 더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달러가치 상승은 원자재나 글로벌 부채에 악영향 요인이다. 달러는 외화거래의 90%와 공식 외환 보유의 약 60%를 차지하는 화폐다. 국경을 넘는 대출과 채권 발행의 약 절반도 달러로 이루어지고 있다. 달러가치가 상승하면 정부부채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부채비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긴장하는 이유다.

특히 달러강세는 신흥국 GDP 성장에 악영향을 준다. 국제통화기금(IMF) 조사를 보면 달러가치가 10% 오르면 1년 후 신흥국의 GDP를 1.9%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의 경우 1분기 후 GDP의 0.6% 타격을 준 것과 대조적이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지난달 19일 ‘달러강세 부작용’이란 보고서를 통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리고 싶어도 통화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 압박을 받는 신흥국 사례를 소개했을 정도다.

달러강세로 이익을 보는 나라는 미국뿐이다. 재정과 무역 쌍둥이 적자국인 미국은 대외 투자도 순부채국이다. 금융으로 수익을 내서 무역과 재정적자를 메꾸는 셈이다. 안전자산인 달러가 있기에 가능한 방식이다. 트럼프 2기 정부도 실물경제를 위해 약달러를 유지하기보다 기축통화 지위를 지키는 데 주력할 게 분명하다.

트럼프 2기 정책 모니터링 등 민관 비상체제 가동을

문제는 다른 통화에 비해 유독 가파르게 하락하는 원화가치다. 비상계엄 이후 한달 동안 달러 당 65.5원이나 하락했다. 외국인 국고채 보유액도 12월에만 약 3조원 감소한 상태다. 비상계엄 직후 18조7131억원이나 팔아치운 결과다. 세계 3대 채권지수 편입 기대 효과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국채금리 상승은 정부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예삿일이 아니다.

게다가 연준은 고용 호조를 이유로 금리인하 속도 조절에 나섰다. 중장기적으로 달러가치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신호다. 앞으로 원화가치 추가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 대외 신인도 붕괴 앞에서 무역수지 흑자나 충분한 외화보유액은 별 의미가 없다. 외환이나 금융위기의 핵심은 수급 불균형이다.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높이는 추세다. 트럼프 2기 정책 모니터링 등 민관이 비상체제를 가동해 대응해야 할 때다.

현문학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