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한민국 혁신도전 연구공개전에서 새로운 미래를 보다
12월 16일부터 사흘간 정부세종청사 체육관에서는 과학기술혁신본부와 9개 부처청이 함께 한 ‘대한민국 혁신도전 연구공개전’이 열렸다. 이번 연구공개전은 통상적인 전시회와는 몇가지 점에서 구별된다.
첫째, 혁신도전형 R&D의 정책 브랜드인 ‘앞으로(APRO)’만을 위한 첫 전시회로 실패 가능성이 높더라도 세계 최초ㆍ최고에 도전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지는 혁신도전형 연구에 대해 ‘앞으로(APRO)’라는 이름을 붙였다. 우리말로 ‘앞으로’, 이태리어로는 ‘문을 열다’라는 뜻을 갖는 이 이름이 아직 국민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만큼 이를 알리고 무엇이 혁신도전형 연구인지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쉽게 소개하는 자리를 만든 것이다. 이에 A관(Aim High, 목표위로관), P관(Problem Solving, 문제제로관), R관(Revolutionary, 방식새로관), O관(Over&Over, 실패경로관)의 4개 관을 마련해 전시 부스들을 배치했다.
둘째, ‘성과전’이 아닌 ‘공개전’이었다. 즉 아직 R&D 성과물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떻게 연구할 것인지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자리였다. 각 부스의 명칭과 자료는 학회나 학술지에서 주로 사용하는 전문적인 용어나 내용은 걷어내고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평이하고 단순하게 만들었다. △실험실에서 만든 인공고기 △자폐 치료 게임 △흉터 없는 수술로봇 △도마뱀처럼 재생되는 인체 등 쉽게 이해되면서도 세계 최고 목표를 세우고 최초의 성과를 향해 도전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소명감을 보여주는 전시였다.
혁신도전형 연구 ‘앞으로(APRO)’ 첫 소개
셋째, 과학기술혁신본부는 국가 CTO(Chief Technology Officer)로서 이번 전시회를 통해 ‘앞으로(APRO)’ 사업을 수행하는 각 부처, 연구자ㆍ기관, 연구행정서비스기관의 노력이 함께 돋보이도록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중소벤처기업부 우주청 등 여러 부처가 연구를 지원하지만 연구실에는 부처 간 경계를 허물었고, 무엇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열정과 인내를 가지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연구자들이 주인공이 되어 뿌듯함을 느끼도록 했다.
1970년대 말 본격적인 걸음마를 시작한 우리 과학기술은 모두가 인정하듯 불과 반세기 만에 비약적 성과를 이뤄내고 산업화와 경제 발전을 뒷받침했다. 이 과정에서는 패스트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이 주요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추격자에서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글로벌 기술경쟁을 주도하는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 전환해야만 하는 시점에 서 있다.
비용 절감과 위험회피를 위해 선두를 따라가고 단기적 성과에 만족하던 기존 R&D 방식은 산업화 시대에는 효과가 있었으나 지금처럼 기술변화가 눈부시게 빠르고 승자독식이 뚜렷해진 시대에는 한계가 너무나 명확하다. '앞으로(APRO)' 정책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차세대 초격차ㆍ대체불가 기술과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도전정신과 혁신 바탕으로 성과 기대
대내외적 환경이 결코 녹록지 않겠지만 2025년 총 1조400여억원의 예산이 투자되는 ‘앞으로(APRO)’ 사업들이 우리 연구자들의 도전정신과 혁신을 바탕으로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세종시 고등학생 200여명이 방문해 기술을 직접 체험하고 연구자들과 진지한 토의를 하기도 했다. 그 장면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우리 과학기술인의 모습이 얼핏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