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4곳 이달 경영실태평가 마무리…적기시정조치 ‘경고등’
안국·라온저축은행에 이어 추가 조치 예상
적기시정조치 평가등급 나올 가능성 높아
당국, 부동산PF 정리 작업 다시 속도낼듯
저축은행 4곳이 자산건전성 악화로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달 안국·라온저축은행이 적기시정조치를 받은데 이어 추가 조치가 이뤄질 전망이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6월말 기준 재무건전성 지표가 악화된 저축은행 4곳에 대한 경영실태평가를 조만간 마무리하고 결과를 금융위원회에 통보할 예정이다.
이들 저축은행들은 적기시정조치 대상에 해당되는 평가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실태평가는 저축은행 본점을 대상으로 △자본적정성 △자산건전성 △경영관리능력 △수익성 및 유동성부문에 대해 부문별평가와 부문별평가 결과를 고려한 종합평가로 진행된다. 평가결과는 1등급(우수), 2등급(양호), 3등급(보통), 4등급(취약), 5등급(위험) 등 5단계 등급으로 나뉜다. 종합평가 등급이 3등급이거나 자산건전성 또는 자본적정성 평가 등급이 4등급 이하면 금융당국은 적기시정조치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다만 평가등급이 낮다고 해서 모두 적기시정조치를 받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가 대상이 되는 저축은행에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해서 건전성 개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면 적기시정조치를 유예할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들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6월말 기준 자산건전성이 좋지 않은 상태이지만 이후 개선을 통해 수치가 올라간 부분이 있어서 안국·라온저축은행과 같이 적기시정조치를 받을지는 좀 더 따져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6월말 기준 부실채권비율(고정이하여신비율)이 10%를 넘는 저축은행은 79개 중 60곳에 달하고 20%가 넘는 곳은 9곳으로 나타났다. 9월말 기준 부실채권비율(고정이하여신비율)이 10%를 넘는 저축은행은 42곳, 20%가 넘는 곳은 4곳으로 6월보다 줄었다.
부실채권비율은 솔브레인저축은행이 36.9%로 가장 높고 안국(24.8%), 대아(23.7%), 상상인(22.3%) 순이다.
자산기준 상위 10대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페퍼·다올·신한·상상인·OSB) 중에서는 상상인저축은행이 22.3%로 가장 높고 OSB(15.02%), 페퍼(13.99%), 웰컴(13.59%), OK (11.17%) 저축은행이 10%를 넘겼다. 업계 1위인 SBI 저축은행 부실채권비율은 6.34%에 그쳤다.
저축은행들의 건전성지표가 악화된 주요 원인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가 크다. 부실채권비율이 낮은 SBI저축은행의 부동산PF 대출규모는 976억원으로 적은 편이다.
금융위는 안국·라온저축은행에 대해 적기시정조치를 부과하면서 “두 저축은행의 9월말 기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각각 13.2%, 10.9%로 규제비율인 7%를 초과하고 있으나, 부동산 PF 정상화 과정 등에서 일시적으로 건전성 지표가 악화됨에 따라 금감원이 경영실태평가를 실시했고, 경영개선권고 부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해 9월말 재무건전성 지표를 기준으로 2~3개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실태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저축은행들도 적기시정조치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금감원은 건전성 지표가 악화된 저축은행들을 상대로 부실채권 매각과 대주주 증자 등 건전성 개선을 위한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재무건전성 지표가 나오면 추가 경영실태평가 대상을 선정해 2~3월 중으로 평가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부동산PF 정리에 다시 속도를 낼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말 기준 정리(경공매)·재구조화 대상 PF 20조9000억원 중 이행을 완료한 규모는 4조5000억원(21.4%)으로 당초 계획한 물량(3조8000억원)보다 높은 완료율(118.4%)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업권별 완료율을 보면 새마을금고가 29.0%로 가장 높고 증권(20.7%), 상호금융(17.7%), 저축은행(16.7%) 순이다.
하지만 11월과 12월 완료율은 금융회사들이 제출한 목표 물량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공매 등 부실PF 정리 속도가 다소 느려진 상태”라며 “다시 속도를 낼 수 있는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