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국가신용등급 하향’ 가시권 들어왔다

2025-01-09 13:00:02 게재

한국경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늘면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낮아질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12.3 내란사태 여파로 인한 정정 불안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달 말 헌법재판관 2명 임명을 강행했는데도 원화가치가 크게 하락한 데 이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연이어 낮아지고 있다.

작금의 위기는 향후 우리의 국운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과거 두차례나 대통령 탄핵을 경험했다. 이번이 세번째다. 앞서 두번의 탄핵은 경제가 괜찮을 때였지만 이번에는 안좋아지고 있을 때여서 타이밍이 좋지 않다.

정국불안 수습되지 않으면 국가신용등급 하락 가능성 높아

설상가상으로 이번 경제위기의 근원인 정치불안이 종식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의 윤석열 대통령은 관저에 숨어 극단적 지지층만 부추기고 있다. 그에 대한 체포영장이 재발부돼 집행과정에서 대통령실 경호처와 경찰 간에 물리적 충돌 가능성마저 우려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탄핵됐고 최 권한대행 경제부총리도 고발된 상태다. 게다가 법무·국방·행정안전부장관을 비롯해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 서울중앙지검장, 육군참모총장, 방첩사령관, 수방사령관, 특전사령관, 정보사령관 등 수많은 핵심 요직들이 탄핵되거나 내란혐의로 구속돼 공석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대통령 탄핵 이후의 대선 향배에만 온 정신을 쏟고 있다. 여당은 ‘이재명은 안된다’에 매몰돼 ‘내란옹호당’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탄핵정국을 최대한 길게 끄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야당은 대통령 탄핵 확정과 대선 스케줄을 앞당기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니 해외에서 한국경제가 제대로 굴러갈 것으로 비치겠는가.

정국불안이 조기에 수습되지 않는다면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내릴 가능성이 무척 높다. 국제 신용평가 3사 중 하나인 피치는 지난달 하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방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가신용등급은 한번 하락하면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때 국가신용등급(이하 S&P 발표 기준)이 AA-에서 B+까지 10단계나 하락했다. 위기 발생 4년 만인 2001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에서 벗어났지만 14년이 더 지난 2015년이 돼서야 외환위기 이전 수준인 AA-로 회복했다. 2016년엔 1단계 더 올라 AA등급이 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도 2011년 AAA에서 AA+로 1단계 떨어진 뒤 14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면 해외투자자들은 한국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정부나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에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한다. 외국인 투자 감소는 원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수입물가를 올리고 외환 시장 불안을 일으킨다. 소비와 투자도 위축된다. 정부는 이자 부담 증가를 세금 부과와 공공요금 인상으로 대응, 가계부담이 늘어나는 등 악순환이 전개된다.

경기가 침체하면 세수가 줄고 한국에 대한 투자 매력이 하락, 국가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예산 70%를 상반기에 조기집행하기로 하는 한편 추가경정예산 편성 검토에 나서는 등 경기회복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추경이 편성되면 나랏빚이 늘어나 재무건전성이 나빠진다. 10조~20조원으로 예상되는 추경까지 고려할 경우 올해 적자국채 발행 규모는 100조원에 이른다. 국가신용등급 하향을 위협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경기부양 위한 금리하향 검토하지만 환율과 과다부채가 걸림돌

한국은행도 오는 16일 열리는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금리를 내리면 환율이 더 올라 수입물가 상승으로 물가가 더 치솟는다. 과다부채도 큰 문제다. 특히 지금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기간 중 빌린 돈을 제대로 갚지 못해 은행들이 코로나 폭탄을 맞고 있다. 게다가 과다부채라는 큰 짐 때문에 가계는 저축과 소비를 못하고 기업은 투자를 못한다. 이는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오는 20일이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다. 트럼프 2기 관세정책 여파로 수출이 줄어들면서 경제적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 도처에 장애물 투성이다. 그런데도 여야 간 무한갈등으로 경제가 갈수록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으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박현채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