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자영업의 위기 그 숨은 의미
연말연시 거리는 탄핵정국으로 인해 새해를 맞이하는 설렘보다는 차가운 한파와 자영업자들의 깊은 한숨으로 가라앉았다. 한때 지역사회의 활력을 책임지던 자영업자들이 연이어 도산하면서 최근 자영업 비율은 20% 이하로 떨어졌다.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간신히 견뎌낸 이들이 다시 한번 내수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하지만 이 위기는 단지 자영업자의 생계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 전반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한다.
자영업은 단순히 생업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특히 농어촌 지역에서는 고령층에게 필수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요한 사회적 기둥이다. 하지만 최근 자영업자들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농어촌에서는 필수 서비스 공백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식품사막(food desert)’ 현상을 들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은 가까운 상점이 없어 식료품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고 있다. 신선한 식품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영양 불균형과 건강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은 단지 개인의 건강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고령층의 삶의 질이 악화하면서 농어촌 지역에서의 인구 유출이 가속화되고 이는 지역경제의 악순환을 초래한다.
내수침체 직격탄에 자영업 몰락 지역경제는 위기
더욱이 금융 디지털화의 가속은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은행 지점이 줄어들면서 대면 서비스 접근성이 낮아지고, 생활의 필수적인 금융거래조차 원활하게 처리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진다. 농어촌 지역에서는 자영업 몰락과 디지털 격차가 결합되며 고령층의 경제적 건강적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는 단순히 지역경제 문제를 넘어 도시와 농촌 간 격차를 확대하고 우리 사회 전반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자영업 위기를 방치한다면 지역경제와 사회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우선, 자영업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맞춤형 정책 지원이 중요하다. 이미 상권이 소멸된 지역의 경우 공공차원에서 찾아가는 서비스를 도입하고 물류 인프라를 확대해 고령층의 기본생활을 지원해야 한다. 예를 들어 모바일 상점이나 이동식 은행 서비스를 통해 소멸 위기의 지역에서도 필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고령층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실효성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플랫폼 경제가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에서 고령층이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비대면으로 물품을 주문하거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식품사막 문제를 해결하고 자영업 감소로 인한 서비스 공백을 보완할 수 있으며 금융접근성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중고령층 자영업자들이 디지털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술 교육과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창업 기회를 제공하거나 기존 자영업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은 지역 경제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역사랑기부제와 결합한 농산물 직거래 플랫폼을 통해 지역 특산물을 도시 소비자와 연결하거나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가게 홍보와 판매를 돕는 방식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장기적 전략도 필요하다. 지역 특성을 살린 창업을 장려하고 젊은 세대가 지역 내에서 경제적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단순히 자영업자와 고령층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지역 전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지역사회 자영업 위기 극복 대응에 적극 나서야
현재 심화하고 있는 자영업 위기는 단지 경제적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이는 우리 사회의 지역 불균형과 고령화 문제, 그리고 디지털 전환의 불평등을 한데 드러내고 있다. 이제는 이 위기를 환경변화에 맞추어 새로운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정부와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설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