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제언

2025-01-10 13:00:05 게재

지난해 하반기부터 우리 경제는 내수부진 속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작년 12월 계엄선포와 탄핵정국으로 이어진 정치 리스크에 무안공항 비행기 참사까지 우리 경제를 휘감고 있다.

무엇보다 환율이 장중 1480원을 넘어서는 등 매우 불안정해 경제의 몸통을 흔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곡물 원유와 같은 상품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데다 수출도 자본재 수입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환율상승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기업의 채산성을 급격히 악화시킴으로써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

환율급등으로 수입업자들이 수입을 중단하는 등 경제활동이 제약을 받고 있다. 또한 환율급등이 외국인들의 국내투자자산 가치를 훼손시켜 주식투매로 이어지는 경우 금융시장의 불안정성도 커진다. 환율급등은 한 나라의 경제위기를 보여주는 핵심 징후이기 때문에 대외신인도에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금융위기 때나 경험할 환율불안 경제 몸통 흔들어

그동안 한국은행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과 통화스왑을 확대해 왔으나 이는 외환보유액을 사용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한계가 있다. 지금 외환당국이 외환시장 안정화를 도모하려면 외환보유액을 더 확충해서 환율상승 기대를 낮춰야 한다. 필자는 외환보유액 확충을 위한 두가지 방안을 제언한다.

첫째, 그동안 다층적 금융안전망 강화를 위해 한국은행이 여러 중앙은행과 맺어온 통화스왑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했으면 한다. 현재 한국은행은 9개 중앙은행과 양자간 통화스왑을 맺고 있고, 다자간 통화스왑 체계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체결된 통화스왑규모는 무려 1482억달러를 넘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의 36% 이상 수준이다. 더군다나 달러인덱스의 한 축인 캐나다 중앙은행과는 규모와 만기가 없는 상설 통화스왑을 체결하고 있다. 이 통화스왑들은 직접 달러 조달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므로 세심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둘째, 미 연준에 개설돼 있는 외국중앙은행과 국제기구들을 위한 달러조달 창구인 해외 및 국제 통화당국 레포 기구(FIMA RP Facility, Foreign and International Monetary Authority Repo Facility ) 이용 가능성이다. 미 연준은 선진국 중앙은행과 상설 통화스왑을 체결해 달러를 공급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두었으며 한국은행과는 2020년 3월 임시 통화스왑을 맺은 후 2021년 12월에 종료됐다. 일각에서는 한미 통화스왑을 다시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그것은 사실상 어렵다. 미 연준의 통화스왑은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상황에서만 시행되는 제도지 특정 국가만을 위한 달러 공급장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입장에서도 '한국 외환사정이 얼마나 안좋으면 미 연준과 통화스왑을 체결하려 할까'하는 의문을 증폭시켜 오히려 경제 위기감만 높일 수 있다. FIMA RP Facility는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으나 미연준과 상설 통화스왑을 맺고 있지 않은 나라에 외환수급에 일시적인 문제가 생긴 경우 미 연준이 해당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미국채를 환매조건부로 매입해 달러를 공급하는 제도인데 2021년 7월부터 상설화됐다.

동원할 수 있는 제도 최대한 활용해 외환시장 안정시켜야

우리나라는 달러 조달을 위해 미국채를 시장에 파는 대신 이를 담보로 달러를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을 확충할 수 있고, 미국 입장에서도 한국이 미국채를 팔지 않음으로써 미국채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이득이 된다. 한국은행은 필요시 이 제도를 이용해 600억달러까지 조달할 수 있도록 미 연준과 이미 합의한 상태(2021년 12월 23일 한국은행 보도자료)이므로 충분히 활용해 볼 수 있다. 지금은 매우 엄혹한 상황이므로 동원할 수 있는 제도들을 최대한 활용해 외환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 이는 앞으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용에도 숨통을 틔워줄 것이다.

황 성 전 한국은행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