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탕’ 설명절 정부 종합대책 효과 미지수

2025-01-10 13:00:48 게재

임시공휴일 지정하면 내수경기· 국내관광 활성화될까

주말부터 연휴까지 6일 휴일 … “휴일 1일 늘리면 소비지출 2조 늘어”

“효과 입증되지 않아” … “해외관광만 늘리고 산업생산 차질” 우려도

설 연휴 전날인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국무회의 의결 절차가 남았지만 사실상 결정된 상태다. 이렇게 되면 직전 주말부터 설 연휴까지 6일을 쉴 수 있다. 내수경기 부양과 국내관광 활성화에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내란사태로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칫 내수가 아닌 해외관광만 늘릴 수 있다. 생산 차질도 감내해야 할 대목이다.

정부가 함께 발표한 설명절 종합대책 자체가 ‘재탕’이란 지적도 나온다. 소상공인 자금 지원과 성수품 공급 규모는 소폭 증가에 그쳤다. 명절과 무관한 노인일자리 사업 등도 포함시켜 ‘보여주기식’이란 비판이 크다. 대책내용도 예년과 거의 같다.

정부는 설 명절을 앞두고 성수품 등의 공급을 대폭 확대하고 소비 진작책도 추진하기로 했다.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연합뉴스

◆하루 소비 효과 2조원대? = 10일 정부에 따르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국민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1월27일 임시공휴일 지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방안이 확정되면 25~26일 주말에 이어 28~20일 설 연휴까지 6일을 이어 쉰다. 31일 휴가를 내면 다음 주말까지 최장 9일을 쉴 수 있다.

정부 목표는 침체된 내수 살리기와 국내관광 활성화다. 경기 부진에 내란사태가 길어지면서 소비 심리가 더 얼어붙자, 명절연휴 확대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7월 발표한 ‘역동경제 로드맵’에서도 내수 활성화를 위해 공휴일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체공휴일을 확대하거나 주말과 이어지는 특정 요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요일제 공휴일을 도입겠다는 것이다.

휴일이 하루 늘어나면 대체로 소비 지출액도 증가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0년 임시공휴일 1일의 소비지출 증가액을 2조1000억원으로 분석했다. 2023년에도 대체공휴일의 소비 효과를 2조4000원으로 봤다. 평균 취업자 2809만명이 쉬고, 1인당 8만5830원을 소비할 경우를 가정해 산출한 결과다. 음식점과 숙박과 관련한 지출액이 9000억원, 운송 서비스 분야 6300억원, 음식료품 분야 2700억원, 예술 스포츠 여가 서비스 등 기타 부문에서 6100억원의 소비 지출을 예상했다.

◆최근사례 분석해보니 = 다만 과거사례 분석 결과는 엇갈린다.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2016년 5월6일엔 백화점과 면세점 등 매출액이 1년 전 연휴와 비교해 16%, 19.2% 증가했다. 코로나19 당시인 2020년 8월17일에는 오히려 소비가 줄었다. 지난 2023년에도 10월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됐지만 소매판매가 오히려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시 기재부도 임시공휴일 지정이 소매 판매에 미친 직접 영향이 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올해도 내란사태로 소비심리가 급강하하고 있는 시기여서 임시공휴일 지정 효과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8.4로, 11월보다 12.3p 하락했다. 팬데믹 때인 2020년 3월(-18.3p) 이후 최대 하락이다.

◆생산차질·해외관광만 혜택 우려도 = 장기 연휴로 여행 수요 등을 늘리기 위해서는 관련 정책 추진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녹일 적극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2023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내수진작 효과를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책사례로는 사업장에 대한 정부의 배려와 제도적 지원, 국내 여행지 개발과 숙박·교통 비용 지원을 통한 국내 여행 장려 필요성 등을 거론했다.

산업계에서는 생산성 저하와 함께 채용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근로시간 감소로 인한 생산성 악화는 불가피하다”면서 “기존에도 단체협약에 따라 쉬는 휴일이 많은 상황에서 대체·임시공휴일이 늘어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실제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현재도 단체협약에 공휴일과 일요일이 겹치면 대체휴무를 하도록 명시돼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대체공휴일 제도 도입을 앞두고 공휴일이 연간 3.3일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28조1000억원 규모의 생산 감소와 4조3000억원의 인건비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또 연휴가 일주일 남짓 이어질 경우, 국내보다는 해외여행으로 눈을 돌리는 여행객들이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1일이 더 효과적” 주장도 = 임시공휴일을 지정한다면 31일이 더 효과적이란 의견도 나왔다.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임시공휴일을 지정한다면 31일이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에 더욱 부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구청장은 “31일로 지정해야 명절 일정을 마치고 주말까지 휴식을 취하며 가족끼리 외식하거나 짧은 외출을 다녀올 가능성이 커, 소비를 촉진해 내수를 진작하겠다는 정부 취지에 맞아떨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기혼 여성에게는 27일 임시공휴일 지정이 오히려 명절 가사 노동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31일에 몰려 있을 각종 결제와 마감을 해야 할 사무직 노동자들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이런 제안에 대해 맘까페 등 온라인에서는 주부를 중심으로 ‘공감한다’는 반응이 컸다.

◆설 대책 무용론도 제기 = 정부가 설 명절 대책으로 함께 내놓은 소상공인 자금 지원과 성수품 공급 규모가 소폭 증가에 그쳐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올해 설 명절을 앞두고 소상공인·중소기업 자금 흐름 지원을 위해 38조9615억원(대출 37조원·보증 1조9000억원)을 지원한다. 지난해(38조5515억원) 대비 겨우 1.06% 증가한 수준이다. 올해 26만5000t 공급을 목표한 설 명절 성수품은 지난해(25만7000t) 대비 3.1% 늘었다. 역시 지난해 증가 폭(23.6%)과 비교하면 소폭 증가에 그친다.

올해 900억원으로 늘린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 금액도 채소값이 크게 오르며 무색해졌다. 이날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배추와 무는 각각 1년 전보다 69.7%와 89% 올랐다.

정부가 대책규모를 부풀리기 위해 설대책과 무관한 정책도 포함시킨 점도 문제다. 민생입법 과제로 내놓은 노동약자지원법과 노인일자리 등 직접일자리 사업이 대표사례다. 생계비를 경감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15년 이상 노후 영구임대 시설 보수공사 조기 발주’ 방안도 명절대책으로 보기 힘들다.

정부가 매년 내놓는 설종합대책을 그대로 재탕한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설 연휴 기간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나 선물세트 할인, 수출 중소기업과 영세사업자 환급세금 조기지급방안도 매년 내놓는 단골 정책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성홍식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