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고 공정한 심판 진행”
헌재 “윤 탄핵심판 속도, 빠르지 않아” … 심리에 필요한 수사 기록 일부 확보
헌법재판소가 여야 정당 등의 압박에 관계없이 공정한 탄핵심판을 진행 중이며, 또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속도가 특별히 빠르지 않다고 밝혔다.
헌재는 9일 브리핑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요청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이외 다른 탄핵심판 절차를 개시했다는 주장은 명백히 사실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이날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논평으로 헌재가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돼 있지 않다는 인상을 주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헌재는 여당 압박에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절차를 개시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선을 그었다.
천 공보관은 “헌재는 독립적인 심판기관으로 심판정 바깥에서 이뤄지는 여론전에 흔들리지 않고 공정한 심판을 진행 중”이라며 “당사자가 이의가 있으면 재판부가 판단해서 절차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권 원내대표는 지난 6일 3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 함께 헌재를 찾아 김정원 헌재 사무처장과 약 한 시간 동안 면담했다. 권 원내대표는 7일에도 국회에서 김 사무처장을 면담하고 탄핵심판 절차를 공정하게 보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감사원장과 검사 탄핵의 8일자 변론준비기일은 지난해 12월 17일, 지난해 12월 18일 1차 변론준비기일에서 이미 고지가 됐다”며 “국무총리 탄핵 사건의 변론준비기일도 지난 2일 기일통지가 이미 됐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최우선 심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미 일정이 잡힌 탄핵심판 사건에 대해서는 심리를 동시에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속도가 과거 대통령 탄핵 사건들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천 공보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각각 접수 후 18일, 25일 만에 첫 변론기일이 잡혔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사건 접수 후 31일 만에 첫 변론기일이 잡힌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경우 접수 후 결정이 나오기까지 노 전 대통령은 63일, 박 전 대통령은 91일이 걸렸다. 윤 대통령 사건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한편 헌재는 탄핵 심판 심리에 필요한 비상계엄 관련 수사 기록도 일부 확보했다. 천 공보관은 “전날 오후 경찰청과 국방부 검찰단,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기록 인증등본 송부 촉탁에 대한 일부 (내용을 헌재에) 회신했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록 인증등본 송부 촉탁은 법원에서 특정 사건과 관련된 기록의 복사본을 요청하는 절차다.
국회 탄핵소추인단은 지난 3일 진행된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비상계엄 사태 관련 수사 기록을 증거로 사용하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기록 인증등본 송부 촉탁을 채택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