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횡단보도와 관광특구

2025-01-13 13:00:02 게재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횡단보도는 어디일까? 영국 런던 ‘애비 로드(Abbey Road)’의 한 횡단보도가 떠오른다. 1969년 전설적인 록밴드 비틀스 멤버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진을 앨범 표지로 수록한 이후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전세계 관광객이 찾는 명소다.

이러한 애비 로드보다 서초구민들이 더 건너고 싶어하는 횡단보도를 15년의 기다림 끝에 마침내 개통했다. 바로 고속터미널 서쪽 ‘반포동 사거리 횡단보도’다.

15년 전 인근 아파트 재건축으로 5000세대 이상 입주 후 주민들의 횡단보도 신설 요청이 쏟아졌다. 그러나 고투몰 지하상인들의 생존권을 건 반대로 서쪽 사거리 횡단보도는 절반만 만들어졌고, 동쪽 사거리는 아예 전무했다. 심의 권한이 있는 서울경찰청에서는 상인들의 합의없이는 불가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돌파구가 마련됐다. ‘소통’이다. 상인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2022년 구청장 취임 초기 고투몰 상인들이 “코로나19로 매출이 반토막 났다”며 침체된 상권 회복을 위해 “관광특구를 만들어달라”고 간절히 요청했고 바로 관광특구 용역 작업에 착수했다.

용역 과정에서 상인들과 수시로 치열한 소통은 물론 지하상가 내비게이션 ‘고터맵’ 개발, 원베일리에서 고투몰과 반포한강공원을 잇는 ‘지하 공공보행통로’ 공공기여 등을 추진하며 상인들 마음의 문을 계속 두드렸다. 서울시 서울관광재단 경찰청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기관을 문턱이 닳도록 뛰어다니며 정성을 다했다.

'소통'이 돌파구 연 반포 사거리 횡단보도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이러한 노력 끝에 관광특구 지정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꽁꽁 얼었던 상인들의 마음이 풀렸다. 서초구청, 시·구의원, 국회의원 모두의 계속된 ‘진심’에 상인회가 ‘횡단보도 신설 찬성’으로 화답한 것이다.

작년 12월 서초구는 반포동 사거리에 남·동측 횡단보도 추가로 ‘ㅁ’자 횡단보도 완성과 함께 고속터미널~반포한강공원 일대 ‘고터·세빛 관광특구 지정’이라는 겹경사를 맞았다. 서울시 8개 관광특구 중 유일하게 ‘한강을 품은 관광특구’로 서울 랜드마크 1위 한강과 연계한 수상 레저 휴식 문화 쇼핑 먹거리를 한번에 즐길 수 있다.

전국 79개 고속버스 노선과 지하철 3·7·9호선이 연결된 교통 핵심거점에 가성비 좋은 700여개 고투몰 지하상가, 단일점포 전세계 매출 1위 기록을 쓴 신세계백화점, 파미에스테이션, JW메리어트호텔, 반포한강공원, 세빛섬, 내년 4월 전면 보행교로 변신할 잠수교까지 황금 관광 인프라를 갖춘 ‘힙플레이스’로 향후 5년간 9조원에 달하는 경제효과가 기대된다.

관광객 증가로 인한 주거환경 불편을 우려하는 주민의 목소리도 세심히 챙기고 있다. 서초구는 순찰인력 확대 및 인공지능 CCTV 실시간 관제 등을 통해 주민의 안전과 주거권을 지키며 ‘지속가능한 관광특구’를 만들어갈 것이다.

지난 연말 반포동 사거리 횡단보도 완전 개통에 이어 올해는 뉴코아 킴스클럽 인근 고속터미널 동쪽 사거리에도 ‘ㅁ’자 횡단보도를 신설한다.

'지속 가능한 관광특구' 만들 어갈 것

시·공간을 뛰어넘어 사람과 사람을 잇는 횡단보도는 런던에도 있고 우리 서울에도 있다. 런던의 애비 로드 횡단보도에서 비틀스를 기억하는 것처럼 ‘고터·세빛 관광특구’를 찾은 관광객이 양쪽의 횡단보도를 걸으면서 ‘소통과 진심과 화답’을 떠올리길 소망한다.

전성수 서초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