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18조달러 늘린 S&P500, 미국채금리 5% 위협에 ‘흔들’

2025-01-13 13:00:02 게재

미국 증시의 거침없는 상승세를 막아설 건 없는 것처럼 보였다. S&P500 지수는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동안 50% 넘게 상승해 시가총액 18조달러를 보탰다. 하지만 월가는 이제 그 상승세를 멈춰세울 강력한 적을 만났다. 미국채 10년물 금리 5% 돌파 여부다.

블룸버그통신은 12일 “지난 몇달 동안 주식 투자자들은 미국채시장의 경고음에 귀를 닫았다. 대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세금인하 공약, 인공지능(AI)의 장밋빛 전망 등에 귀를 열었다. 하지만 미국채 금리가 5%라는 심리적 상한선을 위협하면서 증시가 흔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20년만기 미국채 금리는 8일(현지시각) 5%를 넘었다. 10일 다시 그 선을 넘었다. 2023년 11월 2일 이후 최고치다. 30년만기 국채금리도 10일 5%를 뚫었다. 2023년 10월 31일 이후 최고치다. 미국채 금리는 지난해 9월 중순 이후 대략 100bp 상승했다. 당시는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연방기금금리를 낮추기 시작하던 때다. 같은 기간 연준금리는 100bp 하락했다.

미 자산운용사 ‘노이버거 버먼’의 전략부문 공동 CIO 제프 블라젝은 “통화완화 사이클 시작 여러달 동안 국채금리의 극적이고 급격한 상승은 이례적”이라며 “지난 30여년 동안 연준 금리인하 초기 몇달간 중장기 국채금리는 상대적으로 잠잠하거나 약간 높아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트레이더들은 금리정책에 민감한 10년만기 미국채 수익률을 주시하고 있다. 현재 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증시 하락을 촉발할 수 있다고 여기는 수준인 5%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 2023년 10월 잠깐 5%를 돌파한 게 마지막이었다. 그 이전엔 2007년 7월로 거슬러올라야 한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야누스 헨더슨’의 이사 매트 페론은 “10년만기 국채 금리가 5%를 돌파한다면, 주식 투매라는 반사적 행동이 촉발될 것”이라며 “향후 몇주 몇달 그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S&P500은 10%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유는 단순하다. 금리상승은 미국채를 보다 매력적으로 만든다. 동시에 기업들의 자본조달 비용이 상승한다”고 전했다. 주식시장으로의 파급효과는 10일 분명했다. S&P500은 1.5% 하락했다. 지난달 중순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상승세를 모두 반납하는 선에 근접했다.

국채금리의 급격한 변화는 증시 상승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현재 S&P500 수익률은 10년만기 국채 수익률보다 1%p 낮은 수준이다. 2002년 이후 처음이다. 달리 말하면 지난 20여년과 달리 미국 주식을 보유하는 것보다 훨씬 덜 위험한 국채를 갖고 있는 게 더 좋다는 의미다.

투자 전략가,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은 증시의 험난한 길을 예상한다. 모간스탠리 마이크 윌슨은 향후 6개월 증시가 어려울 것임을, 씨티그룹 자산부문은 고객들에게 ‘국채를 살 좋은 기회’라고 조언했다.

최근 수년을 보면 국채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 증시는 매도세였다. 이번이 달라 보이는 점은 느긋한 투자자들이다. 밸류에이션 거품과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에도 증시강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는 주식을 취약한 상황에 올려놓고 있다. 웰스 얼라이언스 대표 에릭 다이튼은 “물가가 오르고 고용시장은 호황이고 전반적인 경제는 강하다. 이는 모두 인플레이션의 잠재적 상승을 가리킨다”며 “심지어 아직 트럼프 정책이 본격화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주식투자자들에게 피난처가 될 수 있는 한가지 영역은 지난 수년 동안 증시상승의 대부분을 견인한 빅테크다. 알파벳 아마존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테슬라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 기업들은 여전히 견조한 실적을 내고 방대한 현금흐름을 자랑한다. 게다가 이들 모두 향후 인공지능 혁명의 수혜기업들로 인식된다.

주식 투자자들은 빅테크 기업들이 증시 전반을 이끌고 이들의 상대적인 안전성이 증시 하락 폭을 제한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매그니피센트 세븐 비중은 S&P500 전체의 30%를 넘는다. 동시에 예상보다 보폭이 느려졌지만 연준은 여전히 금리인하 경로에 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려 증시 급락이 촉발된 2022년과는 다른 점이다.

하지만 월가 증시 강세론자들도 투자자들이 당분간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채금리 상승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야누스 헨더슨의 페론 이사는 “가장 많이 오른 S&P500 기업들이 가장 취약할 수 있다. 그리고 일부 거품이 낀 중소형 주식은 하락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김은광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