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민주당 위기의식…“숫자 밀어붙이기 외 성과 뭐냐” 확산
민주당 떠나가는 중도층 … ‘4·5월 대선’이라면 100여일 앞
이재명 대표 비호감 넘어설 ‘성과, 능력, 정치력’ 보여 줘야
41% 득표 문재인사례, BBK에도 승리한 이명박사례 ‘반면교사’
“인사 등 윤 대통령 체포 이후 대대적 전략 전환 불가피” 조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이라는 초유의 사태에도 민주당의 지지율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선행에 대한 불안감과 보수진영의 붕괴 가능성을 우려한 보수층 집결은 예상되는 대목이었지만 중도층을 중심으로 민주당 지지권에서 이탈하거나 오히려 ‘국민의힘 지지’로 옮겨가는 대목은 ‘위기 신호’로 읽힌다.
특히 민주당이 생각하는 ‘4월말이나 5월 대선’을 고려하면 대선이 100여일 남아 있고 민주당의 붙박이 대선후보인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은 상황에서 민주당의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핵심은 ‘성과’다. 민주당이 170석의 거대 의석만 믿고 밀어붙이기식 입법 활동을 펼쳤지만 제대로 된 원내전략 없이 ‘내란 특검법’이나 ‘김건희 특검법’이 연이어 부결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탄핵소추안에서도 중간에 ‘내란’을 빼는 등 중도를 비롯한 범진보 지지층에게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사법리스크는 있지만 ‘제2의 윤석열’로 비쳐지는 ‘밀어붙이기’가 아닌 ‘정치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줄 때라는 얘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안희정 전 충남지사, 안철수 전 대표에게 위협을 받았고 결국 41%정도의 득표율 밖에 얻지 못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례와 BBK주가조작 의혹 등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성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대선 승리를 낚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여당 의원들과 대화 설득 노력 있었어야” = 13일 민주당 지도부 의사결정과정을 잘 알고 있는 수도권의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민주당이 (의석)숫자로 한 것 외에 성과를 낸 게 있느냐”며 “내란특검법 재의결이 2표가 부족해 부결됐는데 당대표나 원내지도부가 설득하는 등의 성과를 낸 득표는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성호 의원도 지난 9일 라디오에 나와 “과연 우리 민주당이 (내란특검법) 이거 통과를 위해서 어느 정도 노력했는지 약간 부족했다고 생각한다”며 “어쨌든 여당 의원들을 다양한 형태로 접촉하고 대화하고 설득하려는 그런 노력도 있었어야 된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또다른 비수도권 중진의원은 “내란특검법을 통과시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탄핵소추안에서의 내란 제외 논란을 일으킨 대목들은 민주당의 능력을 의심케 하고 있다”면서 “민주당 지지층과 함께 중도층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사태가 심각한 문제가 있고 이를 두둔하는 국민의힘도 나쁘다는 것은 알겠는데 민주당이 그렇다면 뭐가 다르지’에 대한 답을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전화면접 여론조사들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과 민주당 지지율 하락이 확인된 점은 뼈아픈 대목”이라고도 했다.
실제 민주당 지지층과 중도층의 이반이 눈에 띈다. 지난해 12월 셋째주(전국 만18세 이상 1000명)와 올 1월 둘째 주(1004명)의 한국갤럽의 전화면전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지율 하락과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원인을 확인할 수 있다.(95% 신뢰구간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중도층과 20·30세대 지지율 하락 = 지난해 12월 셋째 주 조사에 참여한 이념지형을 보면 보수 26%, 중도 25%, 진보 35%로 진보 우위가 압도적이었던 것에 반해 올 1월 둘째주 조사에서는 33%, 27%, 29%로 보수진영의 결집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48%, 24%에서 36%, 34%로 달라진 것을 설명하긴 부족하다. 중도층의 변화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중도층의 민주당과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 46%, 13%에서 35%, 24%로 달라진 대목이 눈에 띈다. 민주당에 40%, 54%의 지지를 보냈던 20대와 30대의 지지율이 32%, 33%로 변화한 부분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50대는 민주당 지지율을 57%에서 46%로 낮추며 압도적 지지를 철회했다.
전략적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앞의 수도권 중진의원은 “이 대표가 의회 경험이 거의 없는 초선이고 원내지도부도 초재선 중심으로 돼 있어 정치적이나 협상력의 중요성과 능력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면서 “이제는 능력과 함께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대선 국면이고 중도층에게 호소할 수 있는 전격적인 전략 선회가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빠르면 2월 말엔 탄핵심판이 인용돼 4월 말에는 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늦어도 ‘5월 대선’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이 기준대로라면 대선이 100여일 남았다.
민주당엔 ‘이재명 대선후보’를 상수로 보는 시각이 많다. 김동연 경기지사 등 후보들이 나올 채비를 갖추고 있지만 당원 중심의 대선후보 선출 규정 등으로 ‘이재명 아성’을 깨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후보가 난립해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대선후보 선출과정에서 예상되는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이미 이 대표에 대한 검증이 시작되면서 ‘사법리스크’에 대한 공격 수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재명 리스크’ 줄이려면 = 그렇다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극복할 대안이 ‘민주당의 전략’이 돼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이제 숫자의 함정에서 벗어나 정치력을 보여줘야 한다”며 “사법리스크가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달리 통합이나 정치력, 경제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된 이후엔 국면전환을 대대적으로 해야 한다”며 “중도층을 끌어안는 게 핵심이고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힘과 현 정부를 상대로 탄핵 등 의석에 의한 밀어붙이기가 아닌 ‘다른 정치력’을 보여줘야 하고 이재명 대표를 바꿀 수 없다면 강공과 함께 다른 한편에서는 실력과 정치력을 보여줄 수 있는 인사들로 교체해 전환을 꾀해야 한다”고 했다. 내란특검법을 통과시키는 것은 첫 리트머스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정성호 의원은 “국민들 보기에 좀 민주당이 과하다, 도가 넘치다라는 느낌을 주게 되면 민주당은 신뢰가 높아지지 않는다”며 “민주당이 책임 있는 대안정당으로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이 상황을 빨리 종식시키려고 한다고 하는 그런 신뢰를 국민들에게 줘야 되지 않겠느냐. 그러려고 하면 결국 역시 여당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노력을 해야한다”고 했다.
한편 내일신문이 신년기획으로 제시한 리서치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차기 지도자에게 가장 많이 요구한 덕목이 ‘국민통합 리더십’이었다. 그러면서 가장 절실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경제적 성과’를 짚었다.(내일신문 2024년 12월 31일자, 1월 2일자 참조)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