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엔스 혁신, 일본 넘어 세계를 사로잡다

2025-01-13 13:00:19 게재

세계 최초·업계 최초 상품으로 시장 선도 …'부가가치'와 '차별화' 전략으로 고수익 성장

일본 군마현 이세사키시에 ‘페양구’라고 불리우는 야키소바를 대표 제품으로 생산 판매하는 지방 중소기업 마루카 식품 회사가 있다. 회사 규모는 크지 않지만 페양구는 일본 사람, 특히 동경을 중심으로 하는 간토지역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2014년 12월 한 구매자가 “페양구에서 바퀴벌레가 나왔다”라는 메시지와 기름에 튀긴 면 안에 바퀴벌레로 보이는 벌레가 들어있는 사진을 트위터에 게시하면서 이물질 혼입 사건이 터졌다.

이 사건으로 회사는 안전시스템을 도입해 출하되는 모든 제품을 포장 전과 후에 하이스피드 카메라로 촬영해 번호를 매기고, 유통되는 모든 제품을 추적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면 제조 라인에는 금속 탐지기, 중량 체크기, X선 검사기를 설치해 이물질 혼입을 검사하며 운반 라인에도 센서 카메라를 설치해 여러 단계의 검사 대책을 마련했다.

이 모든 과정을 주도한 기업이 바로 키엔스다. 키엔스는 1972년 ‘타키자키 타케미츠 (滝崎武光)’ 명예회장이 일본 효고현 이타미시에서 전선 제조업체를 위한 자동 선재 절단기 등을 취급하는 리드전기를 창립한 것이 전신이다. 1986년에는 제품 브랜드명인 키엔스로 사명을 변경하고 1990년에는 당시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했다.

키엔스는 공장을 보유하지 않는 팹리스(Fabless) 기업으로 협력사에 생산을 위탁하고 그들로부터 공장 자동화를 위한 FA(Factory Automation) 기기를 조달해 판매한다. 센서 측정기기, 이미지 처리 장비, 제어 및 측정 장비 등 주로 공장의 생산성 향상을 실현하는 기기들을 취급하는 제조업체로 전형적인 B2B 기업이다. 제품 개발력과 영업력을 무기로 고객의 ‘고민거리’를 신속하게 해결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다듬어 왔으며 최근 20년간 연결 매출을 8배 이상 증가시켰다. 키엔스는 2024년 3월 결산기까지 3년 연속으로 최대 이익을 기록했다. 2024년 3월 말 기준으로 연결 직원수는 1만2286명이다.

키엔스는 시가총액 기준 상위 5대 기업 중 하나로 토요타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 소프트뱅크그룹 소니 등 일본의 주요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일본 기업이 과거 30년간 급여가 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키엔스의 높은 연봉이 화제가 되었다. 사원의 평균 연봉이 2000만엔이 넘는다. 일본 최대 기업인 토요타의 2배 수준이다. 기본급은 다른 회사와 비교해서 별 차이가 안 나지만 연봉의 반 이상이 연4회 지급되는 상여다. 실적이 직원의 상여에 직접 연계되기 때문에 직원들의 경영참여 의식도 높다.

한사람의 개인기보다는 팀원 전체가 연대 책임을 가지고 노력한다. 회사 전체가 시스템으로 작동되고 있으며 연공서열로 운영하는 일본 회사와 달리 완전한 실력주의를 지향하는 회사다. 철저히 고객 중심으로 움직여서 아무리 중요한 미팅중이라도 외부로의 전화 대응이 우선일 정도로 가치 창출과 업무의 효율을 중시하는 회사다.

고객 중심의 마켓 인 상품 기획

키엔스는 고객이 사용하지 않는 것은 가치가 없다고 보고 고객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한다. 이에는 부가가치 전략과 차별화 전략을 동시에 실시하고 있다. 부가가치 전략은 “당신에게 도움이 됩니다” 전략이고, 차별화 전략은 “다른 회사와는 다릅니다” 전략이다. “이 제품은 당신에게 도움이 됩니다. 게다가 다른 회사에는 없는 제품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상대방의 구매 의향이 크게 증가한다.

이러한 전략은 상품 개발·기획 담당자, 판촉 담당자, 영업팀에 이르기까지 조직 전체가 일관되게 이해하고 추진하기 때문에 개발되는 제품은 당연히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제품이 나온다. 새로운 제품의 약 70%는 ‘세계 최초’ 또는 ‘업계 최초’ 제품이다.

경쟁사에 비해서 납기 또한 가장 빠르다. 키엔스 제품을 도입함으로써 얻게 되는 고객의 이익, 즉 고객이 획득하는 부가가치가 뛰어나기 때문에 키엔스에 의존하는 고객이 많아지고 고객으로부터 가치를 인정받기 때문에 제대로 된 가격을 받을 수 있다.

키엔스는 ‘니즈 카드(Need Card)’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고객의 불편한 점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영업사원이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서 한달에 한번 카드에 고객의 니즈를 정리해 개발부에 전달하는 제도다. 이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키엔스는 명시적 니즈가 아니라 잠재적 니즈를 목표로 한다.

고객의 의식 속에서 이미 “원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명시적 니즈’는 상품화하더라도 곧바로 상품이 평범해지고 만다. 반면 ‘잠재적 니즈는’ 고객 스스로는 아직 깨닫지 못했지만 제안되면 그때 깨닫게 되는 니즈이다. 키엔스가 목표로 하는 것은 고객이 지금까지 필요성을 깨닫지 못했던 니즈 즉, 잠재적 니즈에 대한 접근이다. 잠재적 니즈의 제안은 키엔스가 하고 그에 대한 가치는 고객이 결정한다. 키엔스에는 고객이 지금 원하는 상품의 그 이상을 제안하는 문화가 정착해 있다.

마지막으로 키엔스 성장의 비결에는 영업력이 추가된다. 개인별로 전화기에 측정기가 설치되어 전화 통화수 통화시간이 사전 목표대비 측정된다. 고객 방문수, 명함 배포수 등이 목표로 정해져 있으며 영업활동은 취합 분석한 후 데이터화 한다.

프로세스를 중요시해 외출보고서에는 고객사 방문시각 종료시간을 1분 단위로 기입해 보고한다. 이처럼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영업활동의 재현가능성을 추구한다. 영업활동은 팀플레이 위주여서 수퍼 플레이어는 없다. 영업 노하우는 모두가 공유하며 가능한 영업 활동을 시스템화해서 어떤 사람이 영업을 해도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했다.

고객사를 방문하기 전에는 철저하게 연습을 한다. 롤 플레이, 제품 데모 등 사전 연습을 철저히 해서 말로만 하는 영업이 아닌 철저한 제품 시연에 의한 영업 프로세스로 고객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다. 신입 사원에게는 철저한 교육을 실시해 기초체력을 키운다. 영업부 마케팅부 상품개발부가 모두 고객의 니즈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개발된 제품은 고객에게 도움 되는 제품일 수밖에 없다. 경쟁사가 모방할 수 없는 비즈니스 모델이며 경쟁력이다. 타사가 모방을 하려고 하면 키엔스는 다시 한발 앞서 나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객의 잠재적인 니즈를 파악해서 개별 맞춤 제품이 아닌 규격화된 상품을 개발하는 ‘상품 기획력’과 재현 가능성을 추구하는 ‘시스템화된 영업력’을 바탕으로 경쟁사가 제공할 수 없는 가치를 고객사에게 한발 먼저 제공하는 것이 키엔스의 가장 큰 경쟁력이면서 성장동력이다. 철저히 고객 중심으로 생각하고 비즈니스 원칙에 충실한 회사다. 겉으로 보기에는 대단한 것이 없는 평범한 방법이지만 이를 철저하게 장시간 실시한 것이 지금의 기업을 만든 것이다.

일본에서만 통할 것 같은 비즈니스 방식이 해외에서도 통하고 있다.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해 2023년 3월 결산기부터는 매출에서 해외비중이 60%를 넘었다. 타키자키 회장은 해외 사업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에도 미치지 않던 시절부터 “매출의 절반은 해외에서 올려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해외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때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직판 체제를 구축했다.

시스템 경영을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

현재 키엔스는 전세계 46개국 250개 지점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2024년 3월 결산기에는 같은 업종의 팩토리 오토메이션(FA) 대기업들이 중국 경기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유럽과 미국시장을 심화 개척해 연결 순이익이 3년 연속으로 역대 최고를 갱신했다.

전형적인 제조업이면서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와 같은 플랫폼 비즈니스에 버금가는 성장 패턴을 보이는 키엔스는 아직도 계속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30년간 일본의 급여가 오르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창업자 개인의 자산을 키우는 것보다는 사원의 급여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리는 노력을 하는 유일한 회사다.

키엔스는 유니클로와 소프트뱅크 같은 카리스마적인 속인경영을 지양하며 시스템에 의한 경영을 지향한다. 그렇기 때문에 후계자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으며 향후 어느 기업보다 더 지속가능한 경영을 유지해 나갈 것이다.

양경렬 나고야 상과대학 마케팅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