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 안전과 직결된 KTX 교체에 관심을
지난해 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평범한 하루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안전한 일상을 지키기 위한 숨은 노력을 다시금 돌아봤다.
공교롭게도 제주항공 참사 10년 전에는 세월호 참사가 있었다. 304명을 떠나보낸 당시에도 “안전한 대한민국”을 외쳤다. 안전관리체계를 개편하고 재난안전 컨트롤타워를 범정부적으로 통합했다. 전 국민이 ‘골든타임’을 부르짖었다.
그사이 중대재해법이 시행되어 안전관리와 감독에도 책임과 권한을 강화했고 안전에 대한 교육과 제도, 의식개선 등 사회전반에 경각심을 갖게 했다. 그런데도 산업재해 사망자수는 여전히 한해 2000여명에 달하고, 공사현장과 건축물 등에서는 안전사고와 화재 등의 대형 참사가 이어진다.
명실상부 경제적 문화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으나 후진국형 사고가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고 때마다 구조적 결함인지 인적 오류인지를 따지고 책임을 규명하고 응당한 처분을 내리지만 참사가 끊이지 않는다면 근본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
재난과 안전은 예방적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고 이후에 피해 복구에는 2~3배 이상의 복구비가 든다. 재해통계에 따르면 연평균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복구액은 1조원을 훌쩍 넘는데 이는 피해액의 2.8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노후화된 KTX 교체 투자 코레일이 전담
미국의 인프라법(Infrastructure Law)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프라법은 낙후된 교통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 32조원 규모의 보조금 제도를 운영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안전망과 경제부양이 집중되면서 사회 인프라의 중요성이 재조명 받은 것이다.
세계 최고의 안전을 자랑하는 미국이지만 1960년대 이후 시설인프라가 취약해졌다. 기업 자율성에 의존하다보니 유럽 등 선진국보다 수준이 떨어지고 재해에 무방비하게 노출됐다. 미국 의회는 정부와 대승적으로 합의해 연간 4200억원을 철도차량 교체에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대한민국 대표교통수단인 KTX에 어떤 지원이 있는지 돌아본다. 하루 23만명이 타는 KTX는 도입 20년을 넘겨 수명을 10년도 채 남기지 않았다. 교체에 여유 있는 시간이 아니다. 46편성이나 되는 초기 KTX를 한꺼번에 교체하는 건 위험부담이 있다. 발주와 제작, 시운전과 인수 등의 5~6년이 걸리는 기간에 맞춰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비용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5조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한 대규모 인프라 사업인데 이 부담은 온전히 코레일에서 짊어져야 할 판이다. 서해선 동해선 교외선 등 역대 가장 많은 노선이 최근 개통하며 철도건설에 수조원의 투자가 이뤄진 반면에 노후화된 KTX 교체를 위한 투자는 전적으로 코레일이 담당하고 있다. 그 사이 코레일의 누적 부채는 20조원을 넘어섰다.
KTX는 14년간 운임인상이 ‘제로(Zero)’이며, 운영에 있어도 공공재의 역할을 하고 있다. 국민 편익향상과 지역 균형발전을 견인하며 탄소중립을 실현할 최적의 교통 인프라이다. 또한 차량제작과 부품국산화에 기여하며 국내 철도산업 발전을 주도하는 동시에 해외 수출까지 이바지하는 등 기술향상과 경기부양에도 앞장서고 있다.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범국가적 지원 절실
앞서 설명했듯 KTX 교체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바로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고품질의 차세대 KTX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정책 기조와 함께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범국가적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