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윤 대통령, 변론 앞두고 법리 공방 치열
1차 변론 4분만에 종결 … 16일 2차 변론서 본격 심리
비상계엄 선포 · 내란죄 철회 · 수사기록 활용 놓고 논쟁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관련 본격적인 심리에 앞서 윤 대통령측과 국회측의 법리 공방이 치열하다. 핵심 쟁점은 △‘12.3 비상계엄’이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의 적법한 통치행위가 될 수 있는지 △탄핵소추 사유에서 형법상 내란죄를 철회하는 것이 적법한지 △비상계엄 관련 수사 기록을 심리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 등이다.
14일 1차 변론이 윤 대통령의 불출석으로 4분만에 끝나 16일 열리는 2차 변론에서 이런 쟁점을 놓고 양측이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헌법재판소는 16일 오후 2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2차 변론기일을 연다.
변론기일에는 2차례 준비절차에서 정리한 소추 사유와 증인 및 증거서류 등에 대한 심리를 진행한다.
윤 대통령측 대리인단은 1차 변론에 앞서 지난 13일 이의신청 및 재판관 기피신청을 하는 등 헌재의 심판절차 등에 대한 법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는 본격적인 변론에 들어가서도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핵심 쟁점은 ‘12.3 내란’ 사태 당시에 대한 법적 판단이다.
윤 대통령측은 12.3 비상계엄 당시가 비상·전시 상황이었는지 여부에 “과거 기준과 현재 기준, 대통령과 일반인들이 판단하는 상황은 다를 수 있다”며 비상계엄의 법적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측은 헌재에 12.3 비상계엄 선포 이유와 탄핵 소추가 적법하지 않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제출했다.
해당 답변서에는 ‘비상계엄은 국헌문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과 함께 부정선거 의혹이 계엄 선포 배경이란 점, 야당의 탄핵안 남발과 예산 삭감의 문제점 등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이 전시나 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이기 때문에, 계엄을 선포한 것은 국헌문란이나 형법상 내란죄가 아니라는 주장도 답변서에 포함됐다고 한다. 정치인, 법조인 등 체포를 지시하지 않았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회측은 “비상계엄은 전시와 같은 상황이 요건이며, 이런 요건을 갖추지 않으면 독재 정치”이며 “12.3 비상계엄 선포는 위헌·위법한 국헌 문란 행위”라는 입장이다. 특히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 행위, 국회 침탈 행위, 선관위 침탈 행위, 포고령 공포 행위 등으로 이미 국민에 대한 기본권 침해가 발생해 위헌·위법해 탄핵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입장이다.
헌재는 비상계엄의 법적 요건과 계엄포고령 내용 등에 대해 주요하게 살펴본 뒤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측은 국회측이 탄핵 소추 사유 중 ‘내란죄 철회’ 여부한 것에 대해 문제를 삼고 있다. 윤 대통령측은 “내란죄 철회 여부가 확정돼야 본격적인 변론이 정당하게 개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의신청한 바 있다.
윤 대통령측은 △탄핵소추의결서 내용의 약 80%인 내란죄를 철회하면 어느 부분이 남고, 어떤 헌법에 위반된다고 특정할 수 없는 점 △형법 위반 주장은 철회하면서 그 사실은 그대로 원용하면 어떤 사실이 어느 헌법 조문에 위배되는지 명확하지 않은 점 △변경된 소추사유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황에서 각자 생각을 전제로 탄핵심판이 진행된다고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나 법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점 등을 이의신청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국회측 대리인들은 1차 변론이 끝난 뒤인 14일 자료를 내고 “형법상 내란죄 해당 여부와 상관없이 피청구인(윤 대통령)의 국헌문란 행위가 헌법 위반”이라며 내란죄 철회가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피청구인의 행위가 내란죄 등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청구인의 법적 평가일 뿐이고, 탄핵소추의결서에 형법상 내란죄 등 성부에 관해 판단을 구하고 있지도 않다”며 “또한 동일사실에 대해 단순히 적용 법조문을 추가·철회·변경하는 것은 ‘소추사유’의 추가·철회·변경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청구인의 대리인이 소추의결서의 구체적 소추사실은 유지하면서, 형법상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판단까지 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소추사유’의 추가·철회·변경에 해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헌재는 14일 1차 변론기일에서 이런 윤 대통령측의 이의신청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2차 변론을 그대로 진행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쟁점은 헌재가 ‘12.3 비상계엄’에 연루된 군과 경찰 지휘부에 대한 내란죄 수사 기록을 활용할 수 있는지 여부다.
윤 대통령측은 헌재가 수사기록을 활용하는 건 위법하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측은 “헌법재판소법 32조에 따라 재판·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 기록을 헌재가 받아 보면 안 된다”며 “수사기관이 작성한 수사 기록에 의존해 탄핵 심판을 하면 헌재가 초기부터 유죄 심증을 형성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내란 혐의를 받는 군경 간부들의 진술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반대 신문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측은 지난 3일 열린 2차 변론 준비 기일에서도 “(국회측에서) 내란죄 부분에 대해서는 빼겠다고 하면서 수사 기록에 대한 송부를 요청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헌재법 32조는 ‘재판부는 재판·소추 또는 범죄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에 대해서는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윤 대통령측은 “2020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돼 증거 능력 인정이 어려워졌다”며 헌재의 수사기록 활용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국회측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건 등에서 증거법칙 적용한 선례가 이미 확립됐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헌재도 윤 대통령측이 12.3 비상계엄 관련 수사기록을 송부받는 것에 대해 헌법재판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법률 위반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지난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당사자 신청에 의해서 실시하는 기록인증등본 송부 촉탁은 헌재법 제10조 제1항, 헌재심판규칙 제39조 제1항과 40조에 근거한다”며 “헌재법 32조 단서 위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도 박 전 대통령측은 헌재가 국정농단 특검과 검찰측으로부터 수사기록을 받아보는 것에 대해 헌재법 32조를 근거로 이의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앞서 헌재는 지난 8일 검찰, 경찰, 국방부로부터 비상계엄 관련 수사기록 일부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측은 12일 헌재에 추가 수사기록을 제출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