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AI 전환 앞당길 선제적 투자

2025-01-16 13:00:07 게재

올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도 인공지능(AI)이 화두였다. 2024년 슬로건은 '올 온(All On)'으로 AI가 경제 전반에 확산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올해는 '다이브 인(Dive In)'으로 여러 산업에서 AI에 몰입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AI가 인류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기반기술로 자리잡았고 이제는 AI를 활용해 산업 전반의 혁신을 도모하려는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샘 알트만의 ‘오픈AI’, 젠슨 황의 ‘엔비디아’가 인공지능 기반기술 시대를 개척했듯이 인공지능의 산업적 전환(AX, AI Transformation)을 주도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다. AI 에이전트를 적용한 개인 맞춤형 스마트가전 시대가 열렸고, AI를 활용한 디지털 헬스 및 신약 개발 붐이 일고 있다. AI와 모빌리티가 결합해 주행보조를 넘어 완전자율로 나아가고, 휴머노이드 로봇은 AI를 장착해 사람을 그대로 모사하며 진화하고 있다.

AI의 산업적 전환 주도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 치열

미국 중국 등 전세계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기술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진다. 영국의 토터스미디어(Tortoise Media)가 작년 9월 발표한 '글로벌 AI 지표'에서 미국과 중국이 순위를 압도했고 한국은 6위를 기록했다. 특히 우리는 주요 산업에 AI를 적용하는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고 평가받았다. 미국 스탠포드대학이 발표한 '글로벌 AI 지표 2024'에서는 종합 7위였다. 세부지표를 살펴보면 연간(2023년) 민간투자는 13억9000만달러로 미국(672억달러)의 2% 수준에 불과했다.

한편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ICT 기술조사(2024년)'에서 한국의 AI는 미국의 89% 수준으로 평가됐다. AI 응용사업에서 구체적 성과가 미흡하다고 지적하며 의료 사이버보안 등에서 특화된 AI 기술개발을 제안하고 있다.

국내외 보고서들은 공통적으로 우리나라가 제조업 강점을 잘 살리며 AI 투자 확대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160개국 4800개 기업이 참여한 올해 CES에서도 비슷한 시사점이 드러난다. 한국은 참가기업 수에서 1031개로 21%를 차지했는데 혁신상은 363개 중 162개(45%)를 수상했다. 우리가 AI 기반기술은 상대적으로 부족하지만 산업적 활용에는 가장 적극적이라 해석할 수 있다. 향후 산업현장에서 AI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수익을 창출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기술적 한계에 부딪혀 뚜렷한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면 AI 전환은커녕 AI 거품론에 빠질 수 있다. 보다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노력을 통해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시장에서 통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아야 한다. 한국은 제조업이 고르게 발달했으며 반도체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첨단산업에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산업적 강점과 AI 기술을 결합해 우리 경제 전반의 혁신을 이끌어내는 것이야말로 인공지능 시대의 성공전략이라 할 수 있다.

AI에 선제적 투자 통한 산업혁신이 한국경제 생존의 핵심전략

이런 흐름 속에서 정부는 AI 개발과 산업적 활용을 역설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은 올해 산업기술 R&D 신규과제 약 300개의 20% 정도를 AI 전환을 직접 수행하는 과제로 기획했다. 우선 AI 개발 과제는 자율주행차, 스마트 제조 및 디지털 헬스 분야에 주로 적용된다. 예를 들면 자율주행차의 스마트한 작동을 가능케 하는 AI 소프트웨어 개발 과제가 나올 수 있다. 아울러 AI 응용 및 활용 과제는 로봇, 시스템반도체, 공정장비, 바이오 의료기기, 디자인 분야에 집중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2024년 노벨상 수상자이자 인공지능의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은 AI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낙관론을 펼치면서 이를 둘러싼 국가간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결국 AI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통해 산업 혁신을 이루는 것이 글로벌 기술경쟁 시대에 한국 경제가 생존하고 도약할 수 있는 핵심전략이라 하겠다.

전윤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