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정체에도 시장은 ‘안도’

2025-01-16 13:00:46 게재

작년 12월 CPI 2.9% ↑ … 3개월 연속 상승 흐름

근원물가 5개월 만에 둔화 … 트럼프 허니문 기대

지난해 12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9%로 반등하며 3개월 연속 상승 흐름을 보였다.

상승률은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국채금리는 급락하고 뉴욕증시는 급등했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둔화세를 멈춘 모습이지만, 물가가 더 크게 오를 가능성에 대비했던 금융시장은 근우너물가가 5개월 만에 둔화세로 전환한 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이후 본격화될 슈퍼 트럼피즘(Trumpism, 트럼프의 생각과 아이디어) 불확실성이 완화된다면 트럼프 허니문 기대감도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핵심 물가지수 5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 = 15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7월(2.9%)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 2.4%로 둔화했다가, 이후 12월까지 3개월 연속 상승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물가지수의 최근 변화 흐름을 반영하는 전월 대비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0.3%로 오른 데 이어 12월 들어서는 0.4%로 뛰었다.

12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에너지 및 식료품 가격이 전월 대비 각각 2.6%와 0.3% 상승하면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이끌었다. 에너지 가격이 전월 대비 2.6% 오른 게 전체 물가지수 상승분의 40%에 기여했다. 특히 휘발유 가격은 전월 대비 상승률이 4.4%에 달했다. 다만 다행히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면서 금융시장에 안도감을 주었다.

반면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2%, 전월 대비 0.2% 각각 상승했다. 근원지수 상승률은 2024년 하반기 내내 3.2~3.3% 수준에서 정체된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

이날 소비자물가 근원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및 전월 대비 상승률이 각각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를 0.1%p 밑돌았다. 대표지수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예상치에 부합했고, 전월 대비 상승률만 예상치(0.3%)를 웃돌았다.

그러나 시장 참가자들은 이날 발표된 소비자물가 지표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안도하는 분위기다.

12월 소비자물가에 금융시장이 반색한 이유에 대해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 물가 안도감 △디스인플레이션 기대감 재차 강화 △ 금리 발작 리스크 완화 등을 꼽았다.

◆미 국채금리 하락 … 아직 안심하긴 일러 =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로 고공행진했던 미 국채 금리는 급락세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14bp(1bp=0.01%포인트) 하락한 4.64%,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9bp 내린 4.27%를 기록했다.

노스라이트 에셋 매니지먼트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은 인플레이션 공포, 미 연준이 금리 인하 중단을 넘어 인상을 시작할 수 있다는 우려로 올해 초 부진하게 시작지만 시장은 근원 인플레이션 하락으로 고무될 것이고 이는 주식·채권시장에 대한 압력을 일부 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의 정책이 초래하는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고, 물가 상승률 역시 연준 목표치인 2%를 웃돌아 당분간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여전하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채 금리는 고점을 형성하는 과정 중에 있으나,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판단한다”며 “트럼프의 취임식 이후 관세 부과 조치의 강도를 확인해야 하는 과정이 있으며, 이로 인해 다시 인플레 경계감이 높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고관세 정책’ 공언 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아냈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임박한 만큼 마음 놓긴 이르단 평가다.

단기금리 상승 요인이 완화되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인플레 요인과 기간 프리미엄의 방향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1분기 동안 좀 더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1분기 미국채 10년물은 4.3~4.9%의 밴드에서 아직 상단을 확인하는 과정에 있다는 판단이다.

안 연구원은 또 미국 재정 부분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신행정부 하 재정 스탠스를 확인해야 하는데, 단기적으로는 2월 초 예정된 미국채 발행 계획이 그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재정 확장 정책을 발표할 가능성은 낮지만, 기조를 엿볼 수 있는 이벤트가 될 것이다.

전규연 하나증권 이코노미스트 또한 물가에 대한 과도한 낙관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연구원은 “신차(0.5%) 및 중고차 가격(1.2%), 항공료(3.9%) 등이 계속 올라오고 있고, 주거비 부담도 전월비 0.3%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올해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따라 물가가 잠재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이민자 추방이 본격화되면 저임금 노동력 감소로 서비스업 임금이 추가로 높아질 여지가 있으며, 무역분쟁 심화는 미국의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경계감이 유효하다”고 지적했다.

또 전 연구원은 “이번 소비자물가 발표 이후 주식시장의 반등은 미 연준의 금리 동결에 대한 과도한 쏠림이 되돌려진 영향이라고 판단한다”며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까지 고용보다 물가 우위의 국면이 이어지며, 금리 인하 프레임이 본격화되려면 고용시장이 둔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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