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부터 체포까지…변명의 변명의 변명만 했다
윤 대통령, 12.3비상계엄 선포 이후 7차례 대국민 메시지
무효 영장? 법원이 절차 거쳐 영장 발부, 이의신청도 기각
가짜투표지? 과거 재검표에서 가짜투표지 발견된 적 없어
대국민사과 없이 지지층에만 “응원과 지지에 정말 감사”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정치 시계를 45년 전으로 돌린 비상계엄 선포에 이어 현직 대통령 체포라는 대한민국 헌정사 초유의 기록을 남긴 채 15일 서울 구치소에 구금됐다. 지난 달 3일 계엄선포 이후 44일 동안 그가 내놓은 대국민 메시지는 7차례였다. 지난 달 내놓은 짤막한 사과 두 마디 외에는 변명과 궤변으로 가득했다.
15일 윤 대통령이 경호처 차량을 타고 과천 공수처로 떠난 지 13분 후에 영상메시지가 공개됐다. 관저에서 급히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조악한 화질의 영상에서 윤 대통령은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됐다”면서 공수처 수사를 여전히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3분 남짓의 짧은 메시지에서조차 윤 대통령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했다. 그는 “경호 보안구역을 소방장비를 동원해서 침입해 들어오는 것을 봤다”고 했지만 경찰은 “소방장비가 동원된 것은 없다. 경찰이 자체 보유한 절단기·사다리가 사용됐다”고 바로 반박했다.
뒤늦게 체포영장에 응한 데 대해선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마음”이라고 했지만 윤 대통령이 경호처 직원들에게 ‘무장 검토 지시’를 내린 사실이 이미 내부 제보를 통해 새어나온 바 있다. 현직 경호관의 아내는 “윗선으로부터 중화기 무장을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남편의 안전을 걱정하는 처절한 편지를 언론사에 보내기도 했다. 애초에 경호처와 경찰 간의 충돌 가능성을 높인 것은 3차례의 출석요구를 거부하고 철조망과 지지층 뒤에 숨은 윤 대통령의 책임이지만 그 부분은 빠졌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에서 조사받고 있을 무렵 9000자 분량의 자필 입장문이 SNS를 통해 공개했다. 12.12담화의 ‘확장판’격인 이 입장문에서 윤 대통령은 “계엄은 범죄가 아니다. 국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통령의 권한 행사”라고 재차 주장했다. “최소한의 병력 투입을 지시했다”고도 말했다. 12.12담화에서도 윤 대통령은 “국회 관계자의 국회 출입을 막지 않았다” “질서 유지에 필요한 소수의 병력만 투입했다”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가 있자 즉각 군 철수를 지시했다”는 주장을 편 바 있다.
그러나 군 관계자들의 국회 증언과 계엄 관련자 공소요지를 보면 윤 대통령은 이들에게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 다 끄집어내라”(곽종근 특수전사령관),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계엄)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등의 지시를 내렸다. 지시를 한 사람은 없고 지시를 들은 사람만 있는 형국이다.
부정선거 관련해선 “투표함 검표에서 엄청난 가짜 투표지가 발견됐고, 선관위의 전산시스템이 해킹과 조작에 무방비이고 정상적인 국가기관 전산시스템의 기준에 현격히 미달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가짜투표지 주장까지 들고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선관위가 조목조목 반박에 나섰다.
선관위는 16일 입장문에서 “과거 여러 차례 선거소송 재검표에서 정규 투표지가 아닌 가짜 투표지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선관위의 전산시스템이 해킹과 조작에 무방비하다’는 주장을 편 데 대해서도 “2023년 합동 보안 컨설팅 당시 국정원이 요구한 시스템 구성도 등을 사전 제공했고, 자체 보안시스템을 일부 적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모의해킹이 진행됐다”며 “해당 내용을 기반으로 전산시스템이 무방비하다는 주장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마지막 자필 입장문에서조차도 헌정 사상 첫 현직 대통령 체포라는 불행한 사태에 대한 사과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이후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는 뜻을 전한 것은 지난달 7일, 12일 담화에서 각각 한마디씩이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많이 놀라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12월 7일) “짧은 시간이지만 이번 계엄으로 놀라고 불안하셨을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12월 12일)고 말했다.
전체 국민에 대한 사과 대신 관저 앞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집회를 하는 지지층에 대한 감사의 뜻은 연거푸 밝혔다. “저를 응원하고 지지를 보내주신 것에 정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특히 우리 청년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정말 재인식하게 되고 여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시는 것을 보고 저는 지금은 법이 무너지고 칠흑같이 어두운 시절이지만 이 나라의 미래는 희망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체포 직전 관저를 찾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도 관저 앞 탄핵반대 집회에 청년층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 데 대해 감사한 마음을 밝혔다고 한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