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생명을 담은 혁신, 그린바이오가 그리는 미래

2025-01-16 13:00:08 게재

인류는 오래전부터 생존을 위해 생물을 분류해 왔다. 먹을 수 있는지 아닌지, 알을 낳는지 새끼를 낳는지 등 인간의 필요에 따라 분류했다. 중세 시대에는 창조론에 기반해 피라미드 정점에 신이 있고 그 밑에 인간 동물 식물 순으로 분류체계를 정립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계층적 생물학 분류체계(종-속-과-목-강-문-계)의 기초를 마련한 사람은 18세기 스웨덴 생물학자 린네(Carl von Linne)다. 그는 신실한 개신교 신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최초로 동물이자 영장류의 일종으로 분류했다. 이러한 분류체계는 당시 생물의 다양성을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도구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후 다윈의 진화론적 사고 발전에도 기여했다.

과거에는 생물을 분류해 정의하고 다시 분류체계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학문적 가설을 증명하고 과학기술 발전에 이바지했다. 반면 현대사회의 산업구조는 합류와 융합을 통해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그린바이오 산업을 꼽을 수 있다. 그린바이오 산업은 농·축산물 미생물 천연물 유전체정보 등을 생명과학 및 정보과학 등에 적용해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신산업이다.

글로벌시장 그린바이오 사업 잠재력 입증

몇해 전 전세계를 사로잡은 다큐멘터리 ‘환타스틱 풍기(Fantastic Fungi)’는 버섯의 놀라운 세계를 보여주며 생명과학의 무한한 가능성을 일깨웠다. 버섯 균사체로 만든 가죽 대체재는 이미 스텔라 매카트니,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에서 채택되었고 포장재와 건축자재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2022년 미국 백악관은 10년 내내 기존 제조업의 30% 이상을 바이오 기반 제조업이 대체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또한 그린바이오의 글로벌 시장 규모도 2020년 기준 1조2000억달러이며, 연간 6.7%의 빠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그린바이오 산업의 잠재력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입증되고 있다. 식물 기반 대체육 시장은 비욘드 미트, 임파서블 푸드 등이 주도하며 성장하고 있다. 유산균을 활용한 마이크로바이옴 화장품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친환경 작물보호제가 화학농약을 대체하고 있으며 바이오 숯을 이용한 토양개량제는 탄소 저감과 농업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그린바이오 산업이 기후변화와 환경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미생물을 활용한 바이오플라스틱은 해양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농작물 부산물을 활용한 바이오에너지는 탄소중립에 기여한다. 식물을 활용한 공기정화 시스템은 도시의 대기질을 개선하고, 바이오 기반 수처리 기술은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그린바이오 시장은 약 5조4000억원으로 세계 시장의 0.3%에 불과하며 바이오 사료가 3조원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정부는 그린바이오 산업의 규모화를 위해 다각적인 육성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 익산을 시작으로 평창 포항 진주 예산에 그린바이오벤처 캠퍼스를 순차적으로 조성해 벤처기업들에게 공간과 연구장비, 보육프로그램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 될 것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2025년 1월 3일부터 시행된 그린바이오 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을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국내 그린바이오 산업 발전을 위해 모든 역량을 결집할 것이다. 자연의 지혜를 담은 그린바이오 산업은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자 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안호근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