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이제 민생과 경제에 집중할 때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헌정 사상 최초로 체포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조사를 받게 됐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조사하고 체포 시한인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그는 12.3 계엄선포 후 15일 체포될 때까지 43일간 대한민국 헌정사에 씻지 못할 오명을 남겼다. 비상식적이고 반헌법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한 데 그치지 않고, 수사를 거부하고 체포영장 집행에 저항하며 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지지자 선동으로 나라의 분열과 혼란을 부추겼다.
43일간 대한민국 헌정사에 씻지 못할 오명 남기고 사법 심판대 선 운석열
12.3 내란이 우리 경제에 끼친 유·무형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환율은 실시간 공개되는 나라 경제의 ‘성적표’나 마찬가지인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세계적인 경제위기 사태 때나 겪었을 법한 원화가치 하락이 내란 사태 이후 발생해 아직까지 1450원대 이하로 내려오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환율은 지난해 11월 말 1394.7원에서 12월 말 1472.5원으로 한달 동안 5.3% 뛰었다. 전세계 주요국 통화 중에 전쟁 중인 러시아(6.4%)를 제외하면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고환율은 우리 정부의 외환보유고를 축나게 했고 결국에는 국민연금까지 동원하게 했다.
한국은행이 내란사태 이후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유동성 공급을 위해 매입한 환매조건부채권(레포. RP) 총액이 60조원을 넘는다. 12월 한달 동안에만 47조6000원 규모의 RP를 매입했는데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한해 동안의 매입 총액(42조3000억원)을 훨씬 넘는 규모다. 부동산 PF발 유동성 경색 때의 6조원에 비하면 큰 규모다. RP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해당 채권을 되파는 역레포 거래 등을 통해 유동성을 회수할 수는 있지만 가뜩이나 실물경제가 침체인 상태에서 ‘유동성 함정’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비상계엄 사태가 있던 지난달 한국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5조7000억원에 가까운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15일 발표한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자금은 38억60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순유출 규모는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0년 3월(-73억7000만달러) 이후 최대다. 지난달 말 원달러환율(1472.5원)을 기준으로 하면 약 5조6839억원에 달하는 규모의 주식과 채권을 외국인들이 팔아치운 셈이다. 코스피는 신저가로 추락했다. 올해 들어 국회의 탄핵소추 통과 등으로 분위기가 어느 정도 반전했지만 본격적인 회복을 논하기는 아직 어려운 상황이다.
내수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위축돼 있던 소비심리는 내란 사태 이후 바닥을 모르게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 하락했다. 코로나19 사태 때인 2020년 3월(18.3포인트) 이후 최대 낙폭이다. 내란사태 이후 송년회와 여행 등 연말행사가 대거 취소되고, 외식이나 외출도 줄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 경기는 역대 최악 수준이다.
윤 대통령의 체포는 헌법 77조와 형법 87조 위반에 따른 헌법재판소와 공수처, 국가수사본부, 검찰 등 수사 기관에 의해 법의 심판을 통해 그동안 무너졌던 헌정질서를 회복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고 이제 남은 과제는 경제를 살리는 일이다.
정치권 초당적 협력, 민관 함께 머리맞대고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우리나라 경제가 정상 작동한다는 굳건한 회복력을 해외에 보여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현안은 대행 행정부 체제로 관세 협상력이 낮은 수위로 떨어진 상태에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이다. 14일자(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른바 ‘트럼프 관세’가 이머징마켓에 커다란 고통을 몰고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관세에 특히 취약한 산업으로 자동차와 철강 운송인프라 전자장비 화학 등이 꼽히고 있는데 이는 모두 우리나라 수출의 주력 산업군이어서 산업구조적 측면에서 관세충격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의 철강, 삼성전자의 뒤처진 AI반도체 기술력, LG화학 등의 2차전지산업, 그나마 버티고 있는 현대의 자동차 모두 트럼프 2기 관세충격의 가시권에 들어가 있다.
경제 문제 앞에서는 싸움을 멈추고 한시라도 빨리 머리를 맞대 여야정협의체를 가동해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필요하다면 기준금리 추가 인하나 상반기 추가경정예산안 등 적극적인 재정 역할을 통해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안찬수 오피니언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