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사태 45일 만에 ‘경기회복세→하방우려→하방압력 커져’

2025-01-17 13:00:05 게재

비상계엄 발령 두 달도 못돼 정부 경기인식 기조 확 바꿨다

그린북 1월호 “대내외 불확실성에 경기 하방압력 증가” 경고

작년에는 “장미빛 전망‘ 비판에도 ‘완만한 경기회복세’ 고집

12·3 내란사태 45일 만에 정부가 “경기 하방압력이 증가되고 있다”는 경기진단을 내놨다. 17일 정부가 발표한 1월 그린북(최근경제동향)에서다. 지난달 “하방위험 증가 우려”에서 한 발짝 더 나갔다.

정부는 작년 11월까지는 “완만한 경기 회복세”라고 줄곧 진단해왔다. 당시엔 ‘정부 인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란 비판이 나올 정도였다. 그땐 국책연구기관들마저 ‘내수부진이 경기회복을 제약하고 있다’(KDI)고 판단,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한방이 이런 정부 경기인식을 뒤집었다. 정부는 12.3 비상계엄사태 직후인 지난달 13일 내놓은 그린북에서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경기 하방압력이 우려된다’고 경기인식 기조를 처음 번복했다. 한달 뒤인 2월 그린북에서는 ‘하방압력 증가’로 아예 단정적으로 표현했다. 내란사태가 두 달째 이어지면서 ‘실제 경기부진에 큰 영향을 줬다’고 판단한 것이다. 불과 40여 일만에 ‘완만한 경기회복세→하방위험 증가 우려→하방압력 증가’로 정부 경기인식이 급변하고 있는 셈이다.

내란사태 45일 만에 ‘경기하방압력 커졌다’ 정부가 12.3 비상계엄 발령 두달 여만에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사진은 체포적부심사가 열린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바깥 상황도 심상찮다 = 기획재정부는 17일 발표한 그린북 1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 등으로 고용이 둔화되고 경기 하방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하방 위험 증가 우려’에서 ‘하방압력 증가’로 표현이 바뀌었다. 내란사태 40여일 만에 걱정이 현실이 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기재부가 표현한 ‘대내외 불확실성’ 중 ‘내부 불확실성’은 내란사태에 따른 하방위험‘을 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부 불확실성‘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환경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대외 불확실성’ 역시 만만찮다. 트럼프 2기에서는 보호무역주의 확대와 미국 중심, 중국 억제 기조가 더 강화되면서 한국 기업의 통상환경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임기 초반 관세, 불법이민자 추방 관련 행정명령 발동이 예견되는 가운데 물가압력 등 부정적 충격으로 금융시장 변동성도 확대될 수 있다.

세계은행(WB)은 ‘1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보편관세를 추진하고 상대국의 보복조치까지 이어지면 세계경제 성장률이 최대 0.3%p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움츠러드는 내수환경 =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는 수출기업은 물론 내수환경도 억누를 전망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500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한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조사에서 전망치가 77로 조사됐다. 3분기 연속 하락세다. 100을 기준으로, 더 높으면 경기전망이 밝고 낮으면 경기전망을 어둡게 보는 것이다. 내수업체들 스스로 ‘소비 위축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크게 걱정하고 있는 셈이다.

대한상의는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며 가뜩이나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미국의 통상정책과 국내정치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유통업계의 체감경기가 얼어붙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통기업들은 올해 국내 소비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으로 고물가‧고금리 지속 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66.6%), 비용부담 증가(42.4%), 트럼프 통상정책(31.2%), 시장 경쟁심화(21.0%) 등을 꼽았다. 트럼프 2기 출범이 국내 유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응답업체 10곳 중 8곳(83.0%)은 국내 유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이 국내 유통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물음에도 응답업체의 과반수 이상(56.2%)이 유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2016년 당시 박근혜 탄핵 때보다 대내외 경기상황이 더 좋지 않은 시기”라면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컨트롤타워로 관계기관이 공조해 경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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