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장교에 감정섞인 욕설 “모욕 아냐”
1·2심, 벌금 100만원 … 대법, 무죄 취지로 파기
“사회적 평가 저하할 만한 모욕적 언사 해당 안돼”
여러 명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후배 장교에게 “사람XX도 아니다”라고 말한 것은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피해자가 불쾌감을 느낄 순 있어도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켰다고 보긴 어렵다는 취지에서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위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한 해외 파병 부대 소속 장교 A씨는 다른 부대원들과 함께 있던 생활관에서 한 기수 후배인 B씨를 지칭해 “이 XX는 사람 XX도 아니다. 나는 사람 한 번 아니면 아니다. 나 한국 돌아가면 저 XX 가만 안 둔다”고 말해 모욕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평소에도 피해자가 선배들에게 무례한 태도를 보인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던 것으로 조사됐다.
군검찰은 A씨에게 형법상 모욕죄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했을 때 성립한다. 여러 사람이 함께 있던 자리에서 피해자를 특정해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 또는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적 언사를 했을 때 성립한다. 처벌 수위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무죄를 주장했다. A씨는 “단순히 당시 상황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거나, 무례한 언동을 한 정도에 그친다”며 모욕성 발언까진 아니라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A씨의 발언이 모욕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발언은 피해자를 비하하고 경멸하는 욕설 섞인 표현”이라며 “피해자의 선배 및 후배 장교들에게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평가를 저하시킬 위험이 있는 모멸적인 표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2심)은 법리를 오해해 모욕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한 잘못이 있다”며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A씨가 피해자에게 부정적인 표현을 했다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발언의 내용이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거나 인격을 허물어뜨릴 정도로 모멸감을 주는 혐오스러운 표현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전체적으로 피해자의 입장에서 불쾌감을 느낄 정도의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불편한 감정을 나타낸 정도의 표현으로 보인다”며 “객관적으로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발언의 전체적 맥락과 표현 방법 및 의미와 정도, 전후 정황 등을 두루 살펴 모욕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