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의 ‘신뢰’는 ‘책임’에서 시작한다

2025-01-21 13:00:04 게재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속에 의해 만들어진 시스템이 굳건하게 지켜져야 한다. 자본주의 경제에도 약속에 의해 만들어진 시스템이 존재하며 그 시스템은 신뢰를 기반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체의 혈액과 같은 역할을 하는 자본은 신뢰할 곳을 찾아 움직인다. 신뢰할 수 있는 기업과 신뢰할 수 있는 투자자를 연결하는 요소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다. 자본주의 경제는 자본시장에 신뢰성을 창조하는 역할을 공인회계사에게 맡기기로 약속하고 있다. 공인회계사는 자본시장에 유통되는 재무정보에 대해 ‘감사’로 대표되는 ‘인증’을 수행하고 재무정보에 신뢰성을 부여한다.

‘책임에 대한 시스템’이 신뢰성의 근원

공인회계사가 재무정보에 부여하는 신뢰성의 원천은 무엇일까? 공인회계사의 ‘인증’에 대한 전문지식에서 신뢰성이 창출될까? 하지만 전문지식만으로 재무정보에 신뢰성을 부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공인회계사가 부여하는 신뢰성의 근원은 바로 공인회계사 제도를 구성하고 있는 ‘책임에 대한 시스템’이다. 책임과 신뢰성은 동전의 양면처럼 항상 함께 움직인다. ‘책임’은 우리 사회를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공인회계사의 책임은 다른 전문가보다 더욱 엄정하다. 의사는 고객인 환자에게 책임을 지고, 변호사는 고객인 의뢰인에게 책임을 진다. 그러나 공인회계사는 고객인 재무정보 작성자가 아니라 정보이용자인 대중(public)에게 책임을 진다. 인증업무를 수행하는 공인회계사에게는 더욱 철저한 ‘책임에 대한 시스템’이 존재하는 것이다.

회계감사기준, 품질관리기준, 공인회계사법, 공인회계사 윤리기준 등 공인회계사 제도를 구성하는 여러 법률 및 규정은 공인회계사에게 제3자인 대중에 대한 높은 책임을 요구한다. 또한 금융감독기관은 공인회계사 조직과 공인회계사가 수행한 업무가 신뢰성을 창출하기에 적절한지에 대하여 강도 높은 감리를 실시해 책임을 묻고 있다. 이러한 공인회계사 제도에 존재하는 ‘책임에 대한 시스템’이 공인회계사가 수행하는 ‘인증’ 업무에 ‘신뢰성’을 부여하는 근원이 되는 것이다.

자본시장 신뢰성에 균열가는 일 막아야

이 시스템이 위협받고 있다. 최근 인증에 필요한 전문지식과 제3자인 대중에 대한 책임을 규정한 법률 없이, 금융당국의 감리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 타 자격사들이 ‘인증’ 업무를 수행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인증’ 업무 밑에 빙산처럼 존재하는 거대한 ‘책임’은 보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과실만을 탐내는 움직임은 대한민국 자본주의 경제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공인회계사가 대중과 함께 쌓아온 신뢰의 탑이 무너질 위험에 처한 것이다.

‘인증’ 업무를 하려는 타 자격사들은 먼저 ‘책임에 대한 시스템’이라는 선행조건을 갖추고 ‘인증’이라는 사회적 책임이 막중한 업무에 도전해야 할 것이다.

공인회계사를 자본주의의 파수꾼이라고 부른다. 공인회계사들은 지금 성루에 올라 대한민국 경제시스템의 신뢰성을 깨뜨리려는 시도를 발견하고 자본시장 구성원들을 향해 이렇게 경고의 목소리를 외치고 있다.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신뢰성에 균열이 가고 있다!”

부디 우리 사회가 사회적 약속에 의해 만들어진 시스템 안에서 정상적으로 운영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사회가 책임에 바탕한 신뢰가 쌓여 가는 사회로 견고하게 정립되어 가기를 소망한다.

도경찬 신성회계법인 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