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전역세권 혁신도시, 채워지지 않는 빈 페이지

2025-02-03 13:00:04 게재

2020년 10월 29월 대전 동구민이라면 잊지 못할 그날, 바로 오랜 기다림 끝에 대전역세권이 혁신도시로 지정된 날이다. 이후 대전역세권 개발사업을 비롯한 각종 장밋빛 전망이 잇따라 발표되며 구민들의 희망과 기대감을 높여갔다.

대전역세권 혁신도시 지정은 동구가 다시 한번 대전의 중심도시로 나아갈 수 있는 기념비적인 전환점이었다. 특히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 대전 내 동서 격차 심화에 따른 인구유출 문제 등 지역소멸의 위기가 점점 현실이 돼가고 있는 상황에서 혁신도시 지정은 단순한 도시개발이 아닌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동구를 혁신과 창의의 중심지로 도약하게 하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만큼 혁신도시의 조속한 추진은 동구의 미래가 달린 핵심사업이었지만 혁신도시 지정 후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큰 기대를 내비쳤던 구민들의 실망감은 커져만 갔고, 지역사회의 열기도 점점 식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혁신도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공공기관 이전’이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물러있다. 지금까지 대전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은 동구의 한국기상산업기술원과 중구의 한국특허전략개발원 단 두 곳뿐이다. 현재는 국토교통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기본계획 수립을 기다리고 있으나, 이 또한 올해 하반기로 연기되어 사실상 추진이 멈춰버린 상태다.

공공기관 이전 여전히 오리무중

대전역세권은 2006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이후 2020년 혁신도시, 2021년 도시재생사업, 2024년 도심융합특구 지정 등 개발을 위한 핵심요소 4박자를 모두 갖춰 중부권 최대의 초고밀도 복합도시로 도약할 준비를 마쳤음에도 최근 고금리·고환율,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부동산경기 침체까지 겹치며 대전역세권 개발은 난항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각종 행정절차가 완료됐음에도 현재까지 첫 삽을 뜨지 못했으며 사회적 불안 요인까지 더해지면서 각종 개발사업이 언제 본격 추진될지 모르는 오리무중 상태에 빠졌다. 한마디로 대전역세권은 중부권 최고의 도시로 발전하기 위한 개발계획의 모든 기반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악재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현시점에서 이와 같은 모든 문제를 당장 타개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혁신도시의 조속한 추진’이, 공공기관의 이전이 이 난관을 타개할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지난 2022년 민선 8기를 출범하며 다양한 언론매체를 통해 혁신도시 지정 이후 멈춰있는 공공기관 이전의 조속한 추진을 계속해서 촉구해왔다. 그럼에도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예정이었던 ‘혁신도시 성과 평가 및 정책방향’ 연구용역 마무리를 올 11월로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적인 논의조차 또 다시 미뤄진 것이다.

이제 국토교통부는 더 이상 구민들의 기대와 희망을 저버려서는 안된다. 정치적인 상황은 배제하고 지방도시가 처해있는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적극적인 자세로 공공기관 2차 이전 기본계획을 조속히 완료하고 확정지어야 한다.

2차 이전 기본계획 조속히 확정지어야

더 이상 기약 없는 기다림이 아닌, 구체적인 성과와 속도감 있는 실행을 통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낼 때다. 혁신도시의 성공적인 추진만이 동구의 미래 100년을 이끌어갈 대전역세권 개발의 빈 페이지를 의미있게 가득 채울 수 있을 것이다.

박희조

대전광역시 동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