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에 지난해 ‘1인 자영업자’ 6년 만에 줄었다
코로나19 때보다 경기지표 악화
고용한파 속 고용 질도 나빠져
상용직, 2002년 이후 최소폭 증가
지난해 고용원이 없는 영세 자영업자인 ‘1인 자영업자’가 6년 만에 감소했다. 고용 한파 속에 상용직 취업자 증가 폭이 22년 만에 최소를 기록하는 등 임금근로자 고용의 질도 나빠졌다. 내수부진의 여파가 빠른 속도로 고용지표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과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해 전체 자영업자는 565만7000명으로 전년보다 3만2000명 줄었다. 자영업자 규모가 줄어든 것은 2021년(-1만8000명) 이후 처음이다. 이때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절정으로 치닫던 때였다. 이후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11만9000명, 5만7000명 늘었다.

◆전체 자영업자도 3만2천명 줄어 = 지난해에는 특히 1인 자영업자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전년보다 4만4000명 줄어든 422만5000명이었다. 2018년(-8만7000명) 이후 처음 감소세로 전환했다. 2019년 8만1000명, 2020년 9만명, 2021년 4만7000명, 2022년 6만1000명씩 증가하다가 2023년에는 증가폭이 3000명으로 축소됐다.
특히 도소매업과 농림어업, 협회·단체·수리 및 기타 개인서비스업 등에서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된 고금리와 인건비 상승, 내수 부진 등 영향으로 영세 자영업자가 폐업으로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난에 내몰린 1인 자영업자들이 폐업해 임시직 또는 일용직으로 옮겨가거나 실업자로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
통상 경기가 좋을 때는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사업을 키워서 직원을 채용하고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증가 폭도 축소됐다. 내수부진으로 자영업자 전반이 불황을 겪은 것으로 풀이된다. 고용원 없는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사업 확장보다는 문을 닫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만2000명 늘었다. 증가폭은 2022년(5만8000명), 2023년(5만4000명)보다 줄어든 수준이다.
◆상용근로자 증가폭도 줄어 = 지난해 임금근로자는 2204만3000명으로 전년보다 21만4000명 늘었다. 임금근로자 가운데 상용근로자는 1635만3000명으로 18만3000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용직 취업자 증가 폭은 2002년(16만2000명)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10만명대로 내려와 최소치를 기록했다. 2022년(80만5000명) 대폭 늘었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2023년(47만8000명)에 이어 작년에도 작용한 것으로 통계청은 분석했다.
경기 침체로 양질의 일자리 공급이 줄거나 장시간 근로보다는 짧은 시간 근로 형태를 선호하는 문화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고용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임금근로자인 상용직은 통상 고용의 질을 대표하는 취업층으로 꼽힌다.
지난해 임시근로자는 15만4000명 늘었고 일용직은 12만2000명 줄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금리 영향으로 기업들이 신규 투자와 채용을 줄이면서 상용 근로자 증가세가 둔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자영업자 대출도 급증 = 내수부진에 따른 자영업 불황은 대출 관련 지표로도 거듭 확인된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시도별 자영업자 다중채무자 대출 규모’ 데이터를 보면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빚을 진 다중채무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753조8000억원(2분기 기준)으로 최근 1년 새 9조9000억원 늘었다. 역대 2분기를 통틀어 최고 수준이다.
빚 돌려막기를 해도 갚지 못하는 돈 역시 크게 늘었다. 다중채무자 연체액(13조9000억원)과 연체율(1.85%)은 모두 2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내수 부진 속도가 가팔라지며 다중채무자 빚은 좀처럼 줄지 않는 것으로 추산됐다.
신용평가업체 나이스(NICE)평가정보의 ‘개인사업자 대출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자영업자(336만9000명)의 대출 규모는 1123조8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NICE평가정보 데이터상 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1120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특히 3개월 이상 연체된 상환 위험 차주(대출자)는 14만6000명에 달했다. 2023년 3분기(10만3000명)와 비교하면 1년 새 41.8%나 불어났다. 이들 위험 차주가 보유한 대출액도 같은 기간 21조6000억원에서 29조7000억원으로 37.5% 늘었다. 30조원에 육박한 자영업자 대출이 상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뜻이다.
경기 부진에 빚을 돌려막는 한계 차주도 빠르게 늘었다.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72만명으로, 전체 대출자 중 절반 이상(51.1%)을 차지했다. 다중채무자 가운데 연체 차주는 9만7000명, 이들이 보유한 전체 대출은 23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보다 각각 29.3%, 29.8% 늘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